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강풍주의보라는 문제

by 조아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식혀주는 산들바람을 맞고 있으면 이보다 더 시원한 것을 없다고 느낄 정도로 상쾌함을 선물한다. 지난겨울 경북 지역의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번진 것도 바람의 영향이다. 또한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결정적인 승기의 요인이 동남풍이라는 것을 볼 때 인간에게 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생존과 발전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동력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가끔 풍력발전소 주변을 지나갈 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없었다면 거대한 풍력발전기 날개가 움직일 수 있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바람의 힘은 강력하다. 특히 대항해 시대 때 바람의 힘을 이용한 범선으로 대륙 간의 교류와 무역이 가능해졌다.


또한 바람은 적도의 열기를 극지방으로 이동시키고 바다의 습기를 내륙으로 실어 날라 비가 내리게 한다. 풍매화와 같이 바람에 의해 수정되는 식물도 있어 꽃가루와 씨앗을 멀리 퍼뜨려 번식을 돕는 생태계의 중요한 메커니즘으로도 작용한다. 만약 바람이 없다면 지구는 극단적인 환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바람은 나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작용했다. 지난 토요일은 가족들이 몰타 한 달 살기를 위해 출발하는 날이었다. 2주일 전부터 짐을 싸고 준비했지만 무엇인가 하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으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새벽 5시, 눈을 떴고 이내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리면서 강풍주의보 메시지를 보았다.


평소 같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테지만 몇 번의 연착과 회항을 경험한 터라 본능적으로 비행기 탑승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확한 정보 수집을 위해 "WINDY"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풍향과 풍속을 확인하고 김해공항의 상황을 파악했다.


확인 결과 비행기 이착륙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공항에 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바람은 거세지는 것을 보고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만에 하나 연착되어 비행기를 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기차 시간표와 고속도로 상황을 살펴보았다.




공항으로 가는 길, 착륙을 시도하는 비행기가 강풍 때문에 복행(Go around)하는 것을 목격하고 가족들에게 현재 상황을 공유했다. 일단 탑승 수속을 위해 공항에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연착의 기운이 감지되면 바로 부산역으로 이동하자고 말하며 만약 기차까지 여의치 않다면 자동차로 인천공항까지 갈 생각도 했다.



가족들을 공항에 내려준 후 집으로 가지 않고 끝없는 대기줄이 있는 주차장에서 하늘을 바라봤다. 30분 넘게 지켜보았지만 단 한 대의 비행기도 착륙하거니 이륙하는 것을 보지 못해서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부산역으로 갈 것을 제안했다. 아내도 불길함을 느꼈는지 환불을 하고 공항 밖으로 나오는 길이었다.


다시 가족들을 태우고 부산역으로 가려고 하는 데 아이기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주면 좋겠다고 해서 바로 승낙을 했지만 수소가 부족해 수소충전소로 향했다. 가는 도중 아내는 수도권의 날씨와 도로상황을 확인했는데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폭설주의보가 내려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검색을 하니 “블랙아이스”때문에 교통사고 소식도 있어 부산역으로 방향을 바꿨다.



아내가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기차표를 구했고 부산역에 도착해 인천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물로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강풍에 영향을 더 받으며 안전하게 이동하는 특혜를 누리며 기차여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여행 시작부터 좀 꼬이긴 했지만 두바이행 비행기에 무사히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이런 강풍으로 인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연착과 회항을 경험한 덕분이다. 강풍으로 김해공항에 착륙하지 못해 인천공항으로 회항해서 전세버스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내려온 경험이 강풍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안내문자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확인했던 것도 주요하게 작용했으리라.


강풍이란 문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의 영역이지만 불가의 영역 속에서도 가능한 방법을 찾아 시도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숨은 조력자가 아닐까 한다. 불가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문제는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리라 믿는다.



이런 시도 덕분에 가족들은 몰타에 잘 도착했다.


#문제해결사

#문제

#강풍주의보

#연착

#회항

#고어라운드

#부산역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