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스피드
요즘 하루 일정 중 저녁 시간은 온전히 달리기에 집중한다. 신혼은 아니지만 우연하게 아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 아내는 집에서 휴식하고 나는 달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매일 달리진 않지만 달리지 않는 날에는 보강운동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아침 달리기를 할 때는 더 달리고 싶은 욕망이 차올라도 출근 시간의 압박으로 서둘러 정리하고 집으로 향할 때가 많았지만 저녁 달리기는 퇴근 후 하기에 이런 압박이 없어 좋다. 계획보다 더 달리고 싶은 날에는 얼마든지 더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행함에 있어 압박이 있다는 것은 약간의 긴장감으로 집중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하는 것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이런 압박감은 엄청난 장애물이다. 압박감이 넘치는 환경에 있는 것조차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다.
지난 금요일 원래 16K만 달리자 생각했었던 달리기를 하프 달리기 훈련을 하고 예상보다 늦게 귀가하던 길,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가 퇴근 중인데 스타벅스 망고바나나 블렌디드를 마시고 싶은데 집에 도착하면 마감 시간을 넘길 것 같아 내가 마감 시간 전 사줄 수 있는지 부탁이었다.
순간적으로 "지금 이 시간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마트폰 너머로 들어오는 아내의 목소리에 피곤함과 짜증이 묻어 있어 아내의 부탁을 들어줘야만 한다는 본능적인 느낌이 들었다. 귀찮음을 뒤로하고 아내에게 당연히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서둘러 시간을 확인하니 9시 47분이었다. 달리기를 마친 후 집에 거의 도착한 상태라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사이렌 오더를 할 생각이었는데 사이렌 오더는 마감 시간이 9시 30분까지라서 불가능한 상태였다. 10시에 문을 닫기에 서둘러 가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프 달리기 훈련으로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뭉쳐 있었지만 아내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서둘러 스타벅스로 달려갔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오직 스피드였기에 하체 근육이 뭉쳐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달리기로 다져진 몸이라 빠르게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거친 숨을 정리하면서 주문을 했고 아내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자세이다. 안 돼도 좋으니 한 번 시도라도 해보자는 태도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긍정적인 자세를 갖췄다면 빠르게 판단하는 속도가 필요하다. 물론 스타벅스까지 마감시간 전까지 빠르게 달려가는 스피드도 필요하겠지만 9시 47분, 마감 전까지 13분 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빠르게 판단하는 속도가 더욱 필요하다.
아내의 부탁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가 샤워하는 동안 아내는 퇴근하여 스타벅스 음료를 마치며 쉬는 모습을 보니 문제 해결사의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것이 일상다반사겠지만 문제를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태도와 스피드는 항상 단련해야 할 문제 해결사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