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기대 대신 나의 기준으로

직장인의 계산법을 벗어나 다시 설계한 삶

by 조아

신혼 초, 나는 중대한 결정을 했다. 지금 돌아보면 아내와 충분히 상의하지 못한 채 먼저 내린 결정이었다. 그 점은 여전히 미안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절박했다. 그리고 어쩌면, 아내가 결국 이해해 줄 것이라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결정은 단순했다.


회사를 인생의 중심에 두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다.


당시 나는 진급을 앞두고 있었다. 6개월만 더 버티면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이 따라올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요직에서 내려왔다. 함께 일하던 상사와 단 한 시간이라도 더 보내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일의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친 상태로 과연 좋은 남편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승진을 위한 제스처를 반복하며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나를 상상했을 때, 그 모습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가족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진급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


직장인에게 연봉은 자존심이라지만, 나는 그 자존심을 잠시 접었다. 대신 덜 쓰는 삶을 선택했고, 월급 외의 소득 구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부를 택했다. 그렇게 ‘셀러던트’의 삶이 시작됐다.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명분도 있었지만, 사실은 나의 미래를 위한 준비였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그럼에도 9년이라는 시간은 몇 개의 학위와 자격증이라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감정코칭 강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선물했다. 이제 나는 일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감정을 다루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회사에서 채워지지 않던 성장의 기쁨을 배움을 통해 얻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기쁨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나의 행복이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직장인의 계산법과는 맞지 않는 삶이라고.


그 평가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기준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로 했다. 회사는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직책과 지위는 회사를 떠나는 순간 사라진다.


그러나 내가 쌓은 지식과 배움은 끝까지 남는다. 그것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자산이다. 백세 시대를 말하는 요즘, 나는 아직 인생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떠나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선택한다.



글을 쓰고, 달리고, 책을 읽고, 필사한다.


이것들이 당장 물질적인 보상을 가져다주지 않을지라도, 삶의 밀도를 높여준다고 믿는다. 물론 가장으로서의 책임도 잊지 않는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물질적인 기반 역시 필요하다. 나만의 행복에 머무르지 않고, 가족의 평안까지 함께 지켜야 한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행복을 정의하는 법도, 책임을 감당하는 법도.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더 이상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지 않는다. 가족과 나 자신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만 선택하려 한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행복하기 위한 선택을 한다. 이는 <사이토 히토리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내가 답해야할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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