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일을 먼저 하기로 했을 때 삶이 달라졌다

by 조아

MBTI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나는 내 성향을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늘 두 가지 선택지만 있었다.


하면 끝까지 하거나, 아니면 아예 하지 않거나.

중간은 없었다.


하기로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밀어붙였다.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으려 했다. 사실 이유는 단순했다.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고, 맞지 않는 일을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든 미루거나 피하려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도 싫은 티를 내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능력이고,

프로가 갖춰야 할 태도라는 것을.


사람은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이 있다.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피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자기합리화를 한다.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하는 사람이 진짜 프로다. 그 사람은 감정이 아니라 책임과 선택으로 움직인다.


3년 전, 나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이과 출신인 내가 그동안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 바로 글쓰기였다. 매일 글을 써서 인증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억지로 글을 쓰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 그 욕망이 나를 계속 붙잡고 있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원래 설명을 길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답은 늘 “예” 아니면 “아니오”였다. 무언가를 설명할 때도

단어 하나로 끝내거나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처음부터 큰 걸림돌을 안고 시작하는 일이었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나는 그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했다.


이 걸림돌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그러다 우연히 한 문장을 읽게 되었다.


“싫어하는 것을 먼저 하라.”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나에게는 해결책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다. 특히 조직 속에서 살아간다면 더 그렇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혼자 살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하나다. 싫어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것.



글쓰기 도전 초반의 나는 매일 마감 시간까지 미루고 또 미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한두 문장을 겨우 조합해 제출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지 못할 추억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새벽 4시에 일어나기로 했다.


세상이 아직 잠든 시간.

어둠과 적막만 흐르는 시간.

그때 책상 앞에 앉아 단어 하나를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집중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


이 시간에 일어났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억울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쓰고 또 썼다. 그러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던 글이 읽을 만한 글로 변하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저녁 9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퇴근 후 생활도 바뀌었다.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가족과 저녁을 먹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잠자리에 들 준비했다. 침대 머리맡에는 책을 두었다. 스마트폰은 침대 근처에 두지 않았다.


특히 잠들기 전 한 시간은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서 하나의 루틴이 만들어졌다.


저녁은 새벽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고

새벽은 책과 글이 시작되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은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예전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이 조용한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심지어 여행을 가서도 이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장소가 달라도 행동은 같게.



하루 한 편의 글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내 의지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늘 하던 대로 행동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무언가를 남긴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나다움을 만들어간다.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는 가치를 향해 반복적으로 몸부림치는 것.


그것이

나의 루틴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