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
다음 주, 다시 홋카이도로 떠난다.
이번 여행을 앞둔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또 홋카이도로 간다고 하면 묘한 표정을 짓는다.
“또?”
나는 그 표정을 읽고 웃으며 말없이 답한다.
“당연하지.”
올해 홋카이도에는 폭설이 내렸다. 공항이 폐쇄되고 JR이 통제될 만큼 눈이 쌓였다고 한다. 지금은 눈이 거의 오지 않는다지만, 그동안 내려 겹겹이 쌓인 설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먼저 그곳으로 향한다. 사실 여행은 출발일에 시작되지 않는다.
이미 내 마음은 홋카이도에 가 있다.
구글 지도를 켜고 오른쪽 운전대를 상상하며 도로를 달린다. 눈 덮인 국도를 지나고, 이름 모를 작은 마을을 통과한다. 상상 속에서 나는 이미 여행자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설렘이 가슴 안에서 조용히 부풀어 오른다. 어쩌면 이 순간이 여행의 절정일지도 모른다.
떠나기 전, 이미 여행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이 시간.
이 설렘이 이후의 모든 장면을 미리 물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기대한 감정이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행은 언제나 좋은 장면만을 건네지 않는다. 만족할 수도 있고,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일은 이제 의미 없게 느껴진다. 여행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 자신을 맡기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귀에 맴돌지만 이해되지 않는 언어, 익숙하지 않은 음식, 낯선 얼굴과 풍경. 그것을 거리감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여행은 깊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호텔이라는 안전한 공간 안으로 숨어버릴지도 모른다.
여행은 자발적인 불편함이다.
익숙함을 떠나 낯섦으로 나아가는 선택이다. 그리고 그 낯섦 속에서 또 다른 익숙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며, 조금씩 동화되어가는 시간.
홋카이도는 나에게 눈을 다시 보게 했다.
한때는 통제해야 할 변수였던 눈이, 이제는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다 닿을 수 없는 자연의 질서를 마주하며, 나는 존중이라는 태도를 배웠다.
이번 여행에서는 또 무엇을 배우게 될까.
어떤 낯섦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 무엇이든 먼저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갈 것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홋카이도의 방식을 나의 익숙함으로 바꾸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