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며 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

성산패총에서 시작된 창원이라는 도시의 재발견

by 조아

매일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연재라는 작은 강제성을 만들었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이면 지금의 근무지인 창원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브런치북 <굿모닝, 창원> 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어느덧 5주째 연재를 이어오고 있다. 그 안에는 창원에서 마주한 생활의 단편들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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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라는 도시를 안 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오래 알았다는 말이 꼭 잘 안다는 뜻은 아니다. 나에게 창원은 오랫동안 그저 지나가는 길에 가까웠다.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도, 굳이 알려고 애쓴 적도 없었다. 나와는 큰 상관이 없는 도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입사의 근무지였던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일하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곰곰이 돌아보니, 다시 창원에서 일하게 된 일이 단순한 우연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인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듯한 묘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도시를 기록하는 일에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굿모닝, 창원> 이라는 이름으로 창원에 대한 연재를 시작했다. 5화를 발행한 뒤, 창원의 지명에 대한 글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며 보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창원에서 근무하며 성산패총 주변을 적어도 100번 이상은 지나쳤다. 하지만 늘 지나치기만 했을 뿐, 한 번도 제대로 들어가 보지 못했다. 주변이 공업지역이다 보니 공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었고, 주차할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형 차량이 오가는 길가에 무리하게 차를 세울 수도 없었다.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늘 현실적인 이유 앞에서 성산패총은 스쳐 지나가는 장소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지난주, 우연히 성산패총 근처를 지나다가 딱 한 대 주차할 수 있는 자리를 발견했다.


그 순간 이상하리만큼 분명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지나치게 될지 모른다.


나는 곧바로 차를 세우고 성산패총으로 향했다.



정문을 지나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잠시 등산을 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요즘은 오르막길만 보면 업힐 훈련 장소로 먼저 떠올리는 습관이 생겨서, 순간 이곳도 훈련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적지에서 그런 생각은 어딘가 경박하게 느껴졌다. 나는 곧 그 생각을 접고, 잘 정돈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야철지와 패총 전시관을 둘러보고, 봄기운이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성산패총 안을 천천히 산책했다.



길가에 서 있던 배롱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봐도 오래된 나무임을 알 수 있을 만큼 묵직한 기운이 있었다. 백일홍이 피는 계절이 오면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자연스레 상상하게 되었다. 성산패총을 걷다 보면 성벽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그 지점에서 나는 이곳이 지금까지 보아 온 다른 패총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부산 영도의 동삼동 패총에서는 조개 가면이 출토되었다. 그 유물은 패총이 단순한 생활 폐기물의 집적지가 아니라, 종교적 의미를 지닌 활동 공간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성산패총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은 단지 조개껍데기가 쌓인 장소가 아니다.



이곳은 단순한 조개무지가 아닌 고대의 주거지이자 철을 생산한 야철지가 있는 생산 현장이며, 나아가 군사적 기능까지 수행했을 것으로 보이는 복합적인 생활 공간이다.


지금의 성산패총은 공장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패총 인근을 따라 흐르는 토월천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물길의 끝이 고대에는 바다로 열려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곳은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사람들이 물자를 교환하던 교역장이었을 것이고, 동시에 그 길목을 지키는 요새였을 가능성도 있다.


성산패총이 오랜 시간 여러 기능을 품은 채 사용되었으리라는 추측이 그리 무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지금 이곳에서 바다의 흔적을 직접 찾아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말없이 쌓여 있는 조개무지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오래전 바다의 냄새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동안 수없이 스쳐 지나쳤던 성산패총을 직접 걸어 보고 나니, 창원이라는 도시에 대한 궁금증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제는 성산패총 인근의 가음정 고분군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공부해 보고 싶다. 더 나아가 다호리 유적이나 대성동 고분군과도 어딘가 연결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역사서는 대개 승자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기록 바깥으로 밀려난 흔적들은 언제나 더 많은 상상을 요구한다. 나는 앞으로 창원 곳곳의 자취를 따라가며, 기록에 충분히 남지 못한 가야의 흔적을 나름의 방식으로 더듬어 보고 싶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오래 보는 일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