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달리기의 기초

마일리지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일이었다

by 조아

달리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달리기가 지금처럼 내 일상의 중심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건강에 좋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천성적으로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던 내 고집을 꺾고 한 번 도전해 본 것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3km만 달려도 벅찼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심박수는 180을 넘었던 것 같다. 달리고 돌아오면 거실에 그대로 누워 있어야 했다. 그런 나를 보고 가족들은 농담처럼 환자 같다고 놀리곤 했다.


그때는 그 말이 참 듣기 싫었다. 괜히 자존심이 상했고, 기분도 나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 몸은 낯선 운동을 격렬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안정과 편안함을 추구하던 몸에 달리기는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는 일이었을 테니, 어쩌면 그 거부반응은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원래 시작이 어려운 사람이다. 대신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어렵게 시작한 달리기를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몸은 싫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달리기를 붙잡고 싶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는 거의 매일 달렸다.


주변에서는 초보자가 매일 달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해 주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못했다. 하루라도 쉬면 머지않아 달리기를 완전히 포기하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어도, 몸이 아파도, 가급적이면 매일 달리려 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달리기 마일리지였다. 매달 최소 200km는 달려야 만족할 수 있었고, 언젠가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월 300km는 달려야 한다는 말을 들은 뒤로는 그 숫자가 하나의 목표가 되었다. 직장인에게 결코 쉬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 목표에 다가가고 싶었다.


몇 번이나 300km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280km까지 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목표에 근접할 때마다 부상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무릎이 아팠고, 그다음에는 발목이 문제를 일으켰다. 훈련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 앞에서 나는 결국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이유는 분명했다. 부상의 원인은 대부분 잘못된 자세, 지나치게 빠른 페이스, 급격한 마일리지 증가에 있다. 내게 찾아온 통증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그 부상은 내 몸의 한계보다 내 욕심이 먼저 만든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먼저 페이스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고, 이어서 마일리지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았다. 더 이상 숫자에 매달리다가는 달리기가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마일리지를 내려놓고 나니 어딘가 허전했고, 뭔가 부족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다른 것이 채우기 시작했다. 바로 심박수에 집중하는 달리기, 그리고 Zone 2 훈련이었다.


느린 속도로, 총총걸음처럼 달리는 일은 여전히 어색하다. 때로는 조금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 확신한다. 이 훈련이야말로 내가 오래 달릴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가장 중요한 기초라는 것을.


가끔은 아쉬운 마음도 든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런 방식으로 기초를 쌓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감사하다. 늦었더라도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반복이 만드는 힘을 믿는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던 움직임도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결국 몸에 스며든다. 그렇게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체화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이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히 달리는 습관이 아니다. 말로만 오래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오래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일이다. 기록보다 기초를,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하며 오래오래 달리는 러너가 되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새로운 시작의 문 앞에 서 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