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유지하는 힘
지난 한 주 동안 서울과 부산, 경주에 오가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동안 준비했던 행사 진행을 위해 일주일 동안 집을 비웠다.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를 따라다니며, 집 떠나 잠자리가 불편한 것은 등이 바닥에 닿는 순간 잠들어 버리는 축복을 누리고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질 않는다. 여행을 많이 다니니 오히려 낯선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제 흐렸던 서울 날씨와는 다르게 교육을 마치고 집에 오니 부산은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닷가 근처라 해양성 기후의 덕을 보는 것 같다. 서울에 사는 친척들이 본가에 오실 때면 내가 배웅 나가곤 했는데, 다들 부산역에 도착하는 순간 바다의 짠 내가 느껴진다며 깊은 심호흡과 함께 좋아하셨다. 순간 ‘짠 내?’라고 말하며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내게는 아무런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부산에 살아서 그런지 광안리 나 해운대에 가도 짠 내가 느껴지지 않는데 부산역에서 짠 내라니 의아하며 이곳에 오래 살아서 익숙해서 그런 가보다 생각했다.
아침이 되어 샤워하는데, 오늘따라 평소에 내가 쓰던 비누와 샴푸 향이 코끝에 강렬하게 맴돌았다. 집을 비운 사이 숙소에 있던 것을 사용해서 그런지, 유난히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이내 익숙한 채취가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순간 머릿속에 생각이 들어왔다. 나는 무엇을 찾기 위해,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을 헤매는가? 물음에 대한 답도 곧바로 떠올랐다. 내가 원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배우러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익숙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도 경험했다. 온라인에서 알고 지냈던 작가님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기회도 누리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익숙함을 벗어나는 용기가 주는 축복이었다.
우리는 종종 익숙한 곳과 낯선 곳 사이를 오가며 끝없이 방황하는 것 같다. 입사 후 서울 본사로 근무지를 옮기려고 노력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게 된다. 서울은 내가 태어나고 나에게 많은 배움을 준 공간임에도 서울에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비싼 여의도의 땅도 내게 익숙하지 않은 내 것이 아니기에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내 손에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은 정면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손에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그것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내 손 안에 있는 것이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을 가지려는 욕심이 과하면 항상 일을 그르치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 지혜를 알게 되었다.
서울의 화려함을 좋아했던 과거의 나에게 그때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그것을 잘 사용하려고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안다. 끝을 보려는 힘으로,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는 능력을 사용하여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꾸준히 하는 나의 태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라고 생각하기에 인생에서 태도가 전부인 내가 되도록, 내가 가진 것을 보고 익숙함을 느낀다. 그 익숙함의 냄새를 맡으며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않도록 나의 감각을 유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