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인정받는 아빠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며, 그중 가족들의 반응이 매일 책 읽기와 글쓰기에 도전하는 내가 더 힘낼 수 있도록 독려해 준다. 특히 아이의 반응은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감사하다. 요즘 등교를 같이하면서 아이가 나에게 필요한 것 없냐고 물어보는 데 없다고 말했더니, 자기가 생각해 보고 아빠한테 필요한 것을 선물해 준다고 했다. 며칠 뒤 내 방에 오더니 선물이라며 책갈피를 주면서, 아빠는 책을 좋아하니까 꼭 필요할 것 같아서 돌봄 시간에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면 태어나 처음으로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아이와 떨어져 있게 되는데 아빠는 그동안 뭐 할 거냐고 묻고는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아빠는 김해 지혜의 바다에 가서 책을 읽고 (손으로 키보드 치는 흉내를 내며) 글쓰기 하면 되겠네~”라고 아이가 내가 할 일을 정해준다. 겉으로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아이가 나를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으로 인정해 준 것이다.
중학생 시절부터 나를 오랜 기간 괴롭혔던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밖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내가 서로 상충한 모습이었는데, 나는 다른 사람의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는 상냥하지만, 가족들에게는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늘 한결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도 더는 가족들에게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나에 대한 가족들의 사소한 평가에도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냉정하고 날카로운 아빠가 아닌, 책 읽고 글 쓰는 아빠라는 아이의 평가는 너무 값지고 소중한 인정이었다.
그동안 내가 책 읽고 글 쓰는 모습을 보며 이제 아이 눈에는 내가 책 읽고 글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소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나와서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책을 덮으려고 할 때 아이가 직접 만들어 준 책갈피를 보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미소와 함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읽게 된다. 아이가 만든 책갈피를 볼 때마다 마치 아이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내 안의 게으른 마음이 놀라서 도망친다. 이제 아이의 인정을 받은 나는 평생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더 간절해졌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부모의 솔선수범’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자녀교육 철학은 나의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가 미래에 무엇을 하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무엇을 하든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누릴 미래는 지금과 현저하게 다른 새로운 기술과 문화가 있는 세상일 테니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이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나부터 이렇게 행동으로 솔선수범해서 아이에게 인정받는 아빠가 되면서 ‘아이의 눈은 정확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