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이 낮은 청년들은 취업하기 진짜 너무 힘들다
서울대 나와도 백수가 되는 세상이다.
사실 이런 세상이 된 건 저~ 먼 98년 IMF 때부터긴 하지만
그래도 점점 취업이 힘들어지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23년 참여자 중 서울대 나온 참여자가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 본인이 졸업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졸업한 지 10년 만에 본인을 만났을 때 이름을 기억하며 반갑게 손을 잡아주실 분이 계실지?
(TMI지만 난 담임 선생님도 날 기억해 줄지 미지수다.)
여하튼 그 참여자는 어떤 프로그램에서 본인이 나온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을 우연히 뵈었는데, 그 선생님이 그 참여자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며 그렇게 반가워하실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참여자는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던 것이,
고등학교 졸업한 지 10년, 대학 졸업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시준비생'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반가워하는 선생님의 주름진 손과 그 어쩔 줄 몰라하던 청년의 손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인생에 '만약에'를 말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난 가끔, 아니 자주 '만약에'를 떠올리곤 한다.
그 참여자가 공무원 시험 말고 회사 취업을 했더라면,
고시 준비라도 직렬을 다른 걸 선택해서 좀 더 TO가 많은 분야였더라면,
시험에 떨어지면 대학원에 진학한다, 와 같은 플랜 B가 있어 연구직 쪽도 생각했더라면,
만약에... 그랬더라면...
공부를 잘하길 바라는 건, 반드시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서만은 아닌 이토록 다양한 선택권을 인생 진로에서 가질 수 있기 때문이리라.
서울대 졸업생인 그 참여자는 23년도 프로그램 참여했을 때가 행정고시 2차를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이었고, 결과는 그해에도 불합격이었다. 그 후 어느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며 다시 시험에 재도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서울대 나온 백수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취직할 곳이 있다. 오죽하면 라떼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붕어빵 장사를 할래도 서울대 나오면 잘 된다'는 뻥을 치셨을까.
굳이 '서울대'라는 치명적인(?) 학교를 들먹일 필요 없이, 참여자들 중에 꽤 괜찮은 대학 졸업생들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었지만, 직장 다니다 결혼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아기엄마도 있었고, 실업급여 헌터(-_- 이건 다음 '진상참여자 3'에서 다뤄보겠다.)도 있고,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청년들 등 다양했다.
그 참여자들은 본인들이 목표도 있었고, 플랜 B도 있었으며, 사실 눈만 살짝 낮추면 어디든 취업할 곳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업상담을 하다 보니 이 '눈만 살짝 낮추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란 걸 깨달았다...)
문제는, 고졸 참여자, 초대졸(예전엔 전문대라고 얘기했던) 참여자, 혹은 학교밖 청소년이어서 검정고시로 고졸 자격을 갖고 있거나 아직 검정고시 준비 중인 청년들이다.
이들은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다고, 시켜만 달라고 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조차 잡기 힘들다.
H는 이 지역 내 특성화고 졸업자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거의 4년 가까이 집에서 은둔생활을 했단다. 나이도 겨우 22살에 건강한 남자면 어디든 일할 자리를 못 잡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무던히도 세상에 노크를 해왔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자기 전공 과에서 취업을 못한 건 본인뿐이었다. (왜 취업을 못했는지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 나도 모르겠다.) 졸업 후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해보려 했는데 경력자를 찾았다. 휴게소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틀하고 짤렸다. 손이 느려서란다. 친구따라 공사장을 가봤는데 체력이 안 되어 점심시간에 못하겠다고 했더니 반일치 시급도 못 받았다.
내가 겪어본 그는 꽤나 OA에 능해서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공공기관 계약직 자리에 추천도 했는데, 그는 생각보다 내야 할 서류가 많다면서(그래봤자, 이력서, 자소서, 졸업증명서, 자격증 증빙서류뿐인데!) 포기했다.
서류 내는 게 힘들다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하고, 그 센터에서도 겨우 8개월 계약직을 뽑는데 20대 남자가 와준다면 너무나 잘 됐다면서 원서만 내면 뽑아줄 기세였다.
하지만 그는 사무직 일은 자신 없어했다. 그렇다고 몸 쓰는 일은 위에서 말한 대로 그와 잘 맞지 않았다.
취업이 힘들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지원금이라도 받으라고 안내해 줬는데, 그곳도 이력서를 쓰고 원하는 취업처를 소개받는 게 힘들어 중도포기했다.
U는 유일한 80년대생 참여자였다. 89년생이었는데 학력은 고졸이었고, 특성화고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해 전공을 살린 취업을 원했다. 시각디자인 전공자를 원하는 '광고'업계(지방 광고업은 간판이나 현수막 거는 게 대부분의 일이고, 지역 행사장에 천막 치는 일부터 야자매트 까는 것까지 대행해 주는 거의 노가다 수준이다.)는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가장 큰 문제는 "AI의 등장"이었다.
AI는 월 3만 원 정도만 주면 기가 막힌 디자인을 10초마다 5개씩 뽑아준다. (무료 버전에서도 사실 쓸만하다.)
시각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대체 뭐해먹고 살 수 있을지 나조차 걱정되었다.
그래도 U는 시각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 충남인력개발원에서 무료로 자격증 수업도 듣고, 취업도 알선해 주기에 거기에도 연락해 봤지만, 시각디자인 분야는 없었다. 시각디자인 분야 자격증이든, 취업반이든 뭐든 좀 개설해 달라고 연락도 드리고 한 달에 한번 찾아가서 U의 상황을 설명드리며 도와달라고 해도 인력개발원 내에서도 수요조사를 해서 이 자격증을 원하는 사람이 있어야 수업을 개설할 텐데, 수요가 일단 없었고, 또 가장 힘든 건 취업처를 찾기였다.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곳이 충남을 넘어 전국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앞으로는 더 AI가 우리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대체할 것이다.
지금 아무리 예측해 봤자 우린 다 예측할 순 없다.
하지만 내가 만나 본 2030 백수 청년들을 봤을 때
이렇게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기본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성적이 좋다는 건, 그만큼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했다는 증빙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제일 많아 제일 불행하다는 한국 아이들을 보면
또 마음이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