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있는 상태에 중독되다
<무엇이든 물어보살-무명배우 편> 유튜브 영상에 '후추'님의 댓글을 읽다
(유튜브에 "물어보살 무명배우"로 검색하면 뜨는 영상에 '후추'님이 다신 댓글을 읽고 제 생각을 옮겨 적었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 중독된 사람.
현재 말 그대로 '백수'이면서.
딱히 제대로 된 노력도 안 하면서.
이전에 봤던 시험에선 합격선 근처도 못 가본 패배자이면서.
작가가 되기엔 책을 읽지도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배우가 되기엔 극단에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작곡, 작사가가 되기엔 음악을 듣지도 않고 곡 작업에 대한 공부도 안 하면서.
자기가 가능성이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로또가 당첨되길 바라기만 하는 무기력한 덩어리.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집에 누워 폰만 만지작거리며 신데렐라 얘기처럼 갑자기 살도 빠지고 성공한 무언가가 되기만을 막연히 바라면서.
또 그렇게 되리라 그저 희망하면서 하지만 그 어떤 확신도 없이 하루하루 자기 자신을 혐오하면서.
[나를 인정하자. 사랑하자. 이대로도 괜찮다.]란 달콤한 힐링의 말들만 되뇌면서.
다른 사람들이 바보라 노력하며 산다고 생각하나?
내가 제일 바보인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
지금은 이런저런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대며 오늘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미루면서.
인생을 그만큼 낭비했음에도 또 낭비하면서.
그것이 내 마지막 기회였던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 그걸 놓치고도 아까워할 줄도 모르고 그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인정하자.
난 망했다.
내 인생은 실패 그 자체다.
난 처참한 패배자다.
나중에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거란 희망은 버리자.
난 벌레만도 못한 인간답게 똥물에서 꿈틀대며 지금 최선의 선택과 할 일은 죽지 않고 파리라도 되어보는 것이다.
대체 내가 뭐라고.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런 무기력에 빠진 시간낭비와 같은 주말을 보내는 게 뭐 대단한 고난과 역경을 겪는 순례자인 것처럼 포장하지 말자.
이미 난 충분히 늙고 기회는 적고 지금부터라도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똥물에 잠식되어버릴 것이다.
그게 현실이고 팩트다.
난 내가 가진 가능성을 알지만 오늘도 웹소설이나 보며 낮술과 엊그제 시켜먹고 남은 족발을 먹으며 오늘도 하루를 그냥 늙는다.
사는데 지쳤다.
열심히 살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목표를 갖고 하루하루 참고 사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신랑이 하루 벌어 갖고 오는 작은 돈으론 살 수 없는 걸까.
난 삶을 낭비하면 안 되는 걸까.
어쩌면 내가 원하는 건 성공/ 부 /사회적 지위/ 입신양명 등등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있어도 먹고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 다 구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