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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Apr 15. 2021

잊혔던 전남친이 떠오르면

틱장애가 재발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고 하여

전남친을 완벽히 잊진 않는다.


 연애를 많이 해서 전남친이 너무 많은 사람은 어쩌면 정말 완벽히 잊을 수도 있을까?

 그러나 나는 연애경험이 일천한 인간.

 게다가  성격상 지난날을 떠올리며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기에 안 좋은 기억이 가끔 떠오른다.

전남친 따위 싹 잊고 사는 분들 부럽습니다.


 여하튼, 결혼한지도 10년이 넘었고,

 그 녀석과의 연애는 20년 가까이 되므로

 많은 것이 희미해지긴 했지만


괘씸한 그의 말들 중 그중에서도 best of best는 우리가 헤어진 다음에 자기가 소개팅한 여자랑 노래방까지 갔는데도 진도가 안 나갔다고 징징대더니만 대뜸

 "넌 아무나 만나지 말고 결혼하자는 남자 딱 하나 만나서 시집 가."였다.

 본인은 나와 헤어지자마자 다른 여자와 연애하려 그리 안달이 나있었으면서 나한테는 왜?

 ... 굳이 이해를 해보자면(이런 쓸데없는 노력은 할 필요가 없는데)

 내가 또 자기 같은 놈 만나 맘고생을 하느니 좋은 사람 딱 만나 결혼하면 좋겠다는 덕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겠으나

 그 당시는 아니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이 떠오를 때마다 불쾌하다.

 할 수만 있다면 저런 말을 한 그의 주둥이를 조커처럼 만들어버리고 싶다.

 헤어졌으면서도 그의 연락을 꼬박꼬박 받아준 내가 상멍청이지만 어쩌랴.

 미련이 남아있으니 미련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대부분의 연인들이 그렇듯 연애할 때 서로의 친구들과도 어울리며 서로의 연락처들도 알고 또 친해지기도 해서

연인과는 헤어졌음에도 연인의 지인들과는 연락을  하는(또 할 수밖에 없는 관계도 있어서)

 그 녀석의 친구의 친구, 내 친구의 연인 등등에 의해서, 그 당시의 SNS인 '싸이월드'를 통해서,

 그 녀석의 근황을 들을 때마다 물속에 잠기는 기분이었다.  더러운 강물 속에 점점 가라앉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숨이 막혀 죽겠는데 허우적거려봤자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


그 당시 내게 제일 위로됐던 말은

아주 우연히도 본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줄리엣 비노쉬가 했던 대사였다.

에단 호크와 기차에서 만나 대화를 하는 도중 줄리엣 비노쉬가



"전에 만났던 남자 친구를 별로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헤어지고 나서 정신과 상담도 받아야 했죠."

라고 하는 장면에서

아, 다들 그렇구나! 하고 구원되는 기분을 받았다.


이젠 시간이 많이 지났고,

영원히 서로의 연락처가 될 것 같았던 '싸이월드'도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그의 근황은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오늘처럼 불쑥 떠오르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내 틱장애가 시작된다.


 서울에서 살 때

혼자 살면서 무던히도 혼잣말이 늘었는데

다시 본가로 돌아와서도 중얼대니까

내 친정아버지께서 나더러 미친 사람 같다고 혼잣말을 멈추라고 하시는데도 멈추질 못했다.

일종의 틱장애가 생긴 것이다.

 내 의지로는 멈출 수 없는 반복되는 행동이 바로 틱 아닌가.


 '아 그러지 말걸.'

 '미친ㄴ아. 왜 그걸 그렇게...'

 '내가 그런 말을 왜 했지? 죽어야겠....' 이런 식의 중얼거리는 틱이다.


  틱장애는 주변 사람들도 신경을 쓰지 않고, 본인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고쳐진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도 재발방지에 도움이 된다.


 자자, 할 일 천지다.

그만 해야만 하는 일을 외면하며 게으름 피우지 말고 일에 뛰어들자.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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