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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May 03. 2021

'독박 육아'를 하며 '벼락 거지'가 되었다는 푸념

왜 그리 저급한 단어가 남용되는가.

10년 가까이 운영하던 학원을 같이 일하던 강사님께 인계하며

난 전업주부가 되었다.

작년에 마침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하며 손 갈 데가 많아져 잘되었다고 스스로 다독이고,

열심히 엄마 노릇과 가정주부로서 최선을 다해보려 노력했다.


전업주부가 되면 일할 때보단 여유롭고, 종일 말할 사람조차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순전히 착각이었다.

의외로 숨 돌릴 틈도 부족히 종일 일하고 있고

아이들 하교시간이나 학원차 오는 시간 즈음 놀이터에 가면 엄마들과 친분을 쌓으며 오히려 더 넓은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같은 처지의 아줌마들과 수다 떠는 게  재밌었는데, 얼마 안 가 어울리질 못하게 되었다.


대화하면 할수록 기승전'독박 육아'의 힘듦에 대한 불평과

'벼락 거지'가 되었다는 푸념까지 더해지며

불평불만의 말들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신랑이 집에서 놀면서 아이도 안 보면 그건 불평할 이유가 되지만

신랑이 출근하느라 아이를 못 보는 게 왜 욕할 일인지 사실 같은 아줌마 입장에서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게다가 왠 '독박'이란 화투판 용어까지 써가면서 그렇게 육아를 '몹쓸 일'처럼 투덜거릴 일인지...



물론 육아는 힘들다.

정말 힘들다.

왜냐하면, 밑도 끝도 없는 희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3킬로 즈음되고

3달 후엔 10킬로에 육박하고

20킬로가 되어갈 때조차 조금만 힘들다고 안아달라고 한다.

자연분만을 했든, 수술로 낳았든,

엄마들의 뼈는 한번 다 늘어난 상태라 푹 쉬어도 예전으로 회복 못할 판에

그 무거운 애들을 어르고 달래고 입히고 먹이고 씻기다 보면 몸이 성한 곳이 없다.


가끔 뉴스에서 어린 부부가 아이를 학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물론 그런 일은 있으면 안 되지만, 난 그 어린 부부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난 33살에 결혼해서 양가 부모님과 우리 부부 모두 간절히 아이를 원했고,  또 아이가 태어나자 모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그런 환경에서 낳은 아이도 키우는데 이렇게나 힘든데,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이를 낳고,

주변에 도움 또한 없었고,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어린 나이인 상태라면 아이를 돌보는 게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의 아동학대를 지지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나도 연년생 둘 키우느라 진짜 무릎 손목 발목 허리 안시 큰 거리는 데가 없고

아이들과 놀아주다 보면 진이 다 빠져 차라리 돈 버는 게 편할 정도다.

육아가 너무나 힘든 걸 너무나 잘 알지만

결국은 우리가 원해서 아이를 낳았고

일단 낳았으면 좋은 부모가 되려 노력해야 할 일이지

'독박'이란 말을 붙여가며 힘든 점만 나열해야 하는가 말이다.


맞벌이 부부인데 남편은 애 기저귀 한 번 안 갈아준다면 그건 독박 육아라고 푸념해도 들어줄 만 한데,

아이를 돌보고, 집안 살림을 챙기는 게 전'업'주부의 할 일 아니던가.

아무리 아내가 전업주부라 할지라도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 설거지, 아이들과 돌아주기 등은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할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남편은 한창 일하는 시간에

아이들 하원 차량 기다리며, 맨 '독박 육아'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려 놀이터에 잘 안나가게 되었다.

(내가 프로 불편러인가?)




그리고 다들 얼마나 대출이 많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는지는 내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집도 있고, 차도 두 대씩 모는 사람들이

근처 신도시에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데 우리 동네 집값은 안 올라서

또 누군 주식을 샀는데 자긴 주식을 안 사서

'벼락 거지'가 되었다며 자조하는 그 말들이 너무 듣기 싫었다.


본시 자본주의란 사람들의 욕망을 먹고 점점 사회 전반이 발전하는 시스템이기도 하고.

나도 엄청나게 돈 좋아하고 더 갖길 원하는 세속적인 인간인지라

그들에게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세요'라고 가식 떨려고 이런 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어의 문제다.

신도시 사람들이 집값이 올라 돈방석이 앉은 것에

왜 자기를 비하하고 낮추며 '거지'라고 자조해야 하는가 말이다.


체인지 그라운드 대표 신영준 박사님이 말씀하신 '비교' 이행시를 인용하겠다.


비 : 비참하거나
교 : 교만해지거나


모든 전업주부들이 불평불만만 한다는 건 아니다.

저렇게 '독박 육아'와 '벼락 거지'를 입에 달고 푸념하는 주부들이 있는가 하면


취미였던 '꽃꽂이'를 유튜브로도 올리고, 책도 내시고, 클래스 101 온라인 수업도 제작하는 꽃꽂이 전문가님,

네이* 웹소설로 등단한 작가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자기 주도 공부법'으로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려 노력하시는 분,

위에 언급한 분들처럼 딱히 바쁘게 살지 않아도

같이 운동하며, 넷플릭스에서 본 재밌는 시리즈 추천해주시며 얘기하면 늘 유쾌한 분들도 많다.


사는 게 아무리 팍팍해져도

우리 아무 단어나 마구 내뱉지 말자.

내가 말하는 단어가 바로 '나'다.

나쁜 단어를 뱉을 때마다 나쁜 기운이 날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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