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를 앓았던 철없던 시절
기다리는 게 제일 싫어!라고 소리 지르던 그 바보
... 나는 내 정신의 모두를 폐허로 만들면서 주인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이란 마치 용서와도 같아 언제나 육체를 지치게 하는 법.
하는 수 없이 내 지친 발을 타일러 몇 개의 움직임을 만들다 보면 버릇처럼 이상한 무질서도 만나곤 했지만 친구여,
그때 이미 나에게는 흘릴 눈물이 남아 있지 않았다.
-기형도 <포도밭 묘지 1> 중에서
난 분노조절장애였다.
확실히 과거형인 '였다.'
나이 먹고 장사하며 돈 벌려니 자연스레 분노조절을 잘하게 되었다.
자고로 '으른'이란 나를 숨기고 돈을 위해서 굽신거릴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
자매가 있는 여성분들은 다들 경험이 있겠지만
언니와 여동생은 진짜 박 터지게 많이 싸운다.
그리고 일기에도 쓴다. 쟤랑 다신 얘기하면 내가 인간이 아니다.
물론 그러고 일주일도 안돼서 또 시시덕대다가 또 비열하고 지리한 싸움이 반복되고 어영부영 화해하고의 반복이....
(그래서 내가 아직 인간이 되질 못했구나 ㅜㅜ)
그러면서 분노도 폭발시키고
그런 버릇은 연애 때도 이어졌다.
1시간 2시간 기다린 것도 아니고 한 10분 기다려놓고도 "기다리는 게 제일 싫어" 이 지랄했으니 분노조절장애 맞지.
혹시 나와 같은 분들 있으시다면 안심하시라.
사람이 한 스무 살 넘어가면 다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정신병 한두 개쯤은 갖고 있다.
허언증. 합리화. 우울증. 성인 ADHD. 자아분열 등등.
주위를 둘러보라.
본인 포함 다들 미친x들 투성 아닌가.
여하튼 오랜만에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옛날 저런 말을 했던 내가 떠올라 엄청 부끄러워졌다.
기다릴 수도 있지.
내가 뭐 푸틴이야 트럼프야 ㅋㅋ
기형도 시인이 말했듯 "기다림은 용서와 같아"
내가 하려고 노력해서 하는 일이기보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흐르며 하게 되는 것.
우리 숨 좀 고르고 기다리자.
당신과 나의 꽃길도 곧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