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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Apr 23. 2021

43세 초딩둘 자영업자 엄마의 일상

20, 30대 미혼들에게 전하고 싶은 오지랖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난 결혼찬성주의자고

현재 20,30대 여러분 모두 서로에게 맞는 짝 만나 결혼해서 애 하나 둘씩은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흔히 기혼자들이 하는 농담인, '나만 당할 수 없으니 너도 당해봐' 란 못된 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에 넘쳐나는 혐오와 냉소, 비혼만이 답이다, 라는 등의 글을 볼 때마다 좀 서글퍼진달까.

본인도 20,30대에 엄청 쭈구리였고, 내 우울에 도취되어 인생 망한 케이스라 오지랖을 부리기엔 모자란 인간이지만

그래도 내 누추한 일상을 써보며 결혼,출산, 육아를 권장하는 꼰대 짓을 한 번 해보려 한다.




아침에 어도 7시 전엔 일어나야 한다.

누룽지 끓이거나, 양ㅂ죽을 덥히거나, 시리얼이라도 말아주고, 사과 반쪽이라도 깎아 아이들 입에 넣어주고

그 날 입을 옷 골라놓고

대역병의 시대엔 물병까지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밥, 국, 5첩 반상을 차리시는 분들이 유니콘마냥 TV에서나 볼 수 있는 분들인 줄 알았는데 주위에 또 이런 분이 꽤 있다.

게다가 아직도 남자들이 이혼사유로 '아내가 아침밥을 저렇게 안차려 줘서'를 드는 분들도 있다 하던데... 음... 이런 데서 여혐, 남혐 발언들이 또 생길 테니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다행히(?) 본인의 신랑은 아침을 안 먹는다.

결혼 전 친정어머니께선 아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인지라 늘 얻어먹었기에

나도 신혼초엔 아침밥을 차리려 꽤나 노력했는데

신랑도 신혼초 노력의 일환으로 며칠은 먹더니 중고딩때부터 근 20년 아침 안 먹었더니 안 먹힌다며 차리지 말라해서 나도 같이 안 먹게 됐다.

(... 본인의 음식 솜씨가 똥망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이들은 먹여야 한다.

물론 아이들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입맛이 없어 잘 안 먹는다. 래서 떠먹여준다.

애들 버릇 안좋아진다고 그러지 말라하지만,

안 먹고 가면 학교에서 급식 먹기 전까지 배고파서 수업에 집중도 못하고

 어린애들은 배고픔과 아픈 걸 구분하지 못해 수시로 보건실에 들락거리며 배가 아프다고 칭얼대게 되어 선생님과 반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중고딩들은 8시 전에 등교해야 하니 아마 더 일찍 일어나할 것이다.

(경기도에서 9시에 등교하는 학교 있었다고 하는데, 아직 시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늦게 등교하면 하교시간도 늦어지는 법. 그럼 학원 일정이 꼬여서 불만이 많았을 듯도 싶은데.

그럼 학원을 안보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묻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얘기할 게 많으니 다음 주제로 말해보겠다.)


초딩들도 비슷하다.

특히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워킹맘들은 본인이 출근하며 애들을 데려다 줘야 하기에

지금의 대역병 이전엔 7시 반부터 학교 와서 교무실에서 교실 문 열쇠 받아서 열고 들어가는 어린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젠 8시 이후에야 학교 문을 열기에 워킹맘들은 학원차들 아침 등교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길바닥에 애를 내려놓고 울면서 출근하신다.

(아빠는 그때 뭐 하냐,라고 또 분노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내가 아줌마라 워킹맘들을 예를 들었다 뿐이지, 맞벌이 아빠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걱정 마시라.

저런 짓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1~2년이다. 초2 정도까진 이렇게 엄마, 아빠의 손이 많이 가지만

 3학년 때부턴 지들이 알아서 잘한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 중에는 초1부터 혼자 잘 등교하는 애들도 많다.


여하튼 나 같은 자영업자는 애 데려다 놓고 출근이 여유 있긴 하지만

자영업자 특성상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것이고, 또 일을 찾아서 알아서 해야 하기에

분주하긴 한데 또 막상 손에 쥐어지는 성과라던가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짬짬이 딴짓도 많이 하기도 하는데

 (DAUM FUN에 돌아다니는 짤을 잠깐 본다고 하고 1시간이 지나가 있는 건 왜 때문이죠? ㅠ.ㅠ)

월급쟁이들은 잠깐 인터넷으로 웹툰을 봐도 화장실에서 똥 쌀 때도 같은 월급이 나오지만,

 자영업자는 시간이 돈이다.

저렇게 스마트폰 만지작대는 시간은 얄짤없이 돈을 못 번다.


 소소하게 운동도 하긴 하는데, 1주일에 3번 하면 많이 하는 건가? 쉽지 않다.

시간을 내는 게 어렵다기 보단, 체력이 안 받쳐줘서 운동 시간에 누워있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해야 체력이 늘 텐데,

누워있다 보니 체력이 더 떨어지고,

그럼 운동을 더 못하고 악순환....




 대역병 이전 2019년에만 해도 초딩 1, 2학년도 빨라도 1시, 늦으면 2시까지 학교에 있고, 돌봄 신청을 하면 4시 반까진 봐주니까 자영업자도 어느 정도 일할 시간이 확보되었는데

 2020년부턴 일하는 엄마들의 퇴사, 폐업의 개미지옥이 펼쳐진다.

초딩 수업시간이 40분에서 30분으로 줄어들며 애들이 12시 반이면 끝나고, 초등학생 고학년이라는 애들도 2시엔 하교한다.

수업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공부할 양은 그대로이니 선생님들이 숙제를 내고, 애들 숙제를 도와주려다 보면 이해를 못한 게 많다.

이 시점에서 또 아빠는 뭐하냐, 고 하시는 분이 있다면 본인의 신랑은 회사원이고, 돈 벌어와야지.

나는 수입이 줄었는데,

내야 하는 국민연금, 건보료, 보험료는 그대로고, 계란값, 대파값은 대역병의 시대 이전보다 3배 가까이 올라있으니 말이다.


 나처럼 가정주부의 일과 밖에서 돈 벌어오는 일이 분담이 된 부부는 그나마 덜 서운하고, 운이 좋은 편이다.

같은 직장 다니며 애 키우시는 맞벌이분들은 서운함이 눈처럼 싸이고, 분노는 눈덩이처럼 커지기 쉽다... 안쓰럽다.

 (내 여동생들이 저렇게 살기에 아주 잘 안다.)


그리고 내가 애를 잘못 키워서일 수도 있지만.

 초2인 아들은 아직도 응가를 하고 혼자 제대로 처리를 못해 날 부르고, 샤워할 때 스스로 씻을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내가 씻긴다.

양치질만 지가 할 수 있다. 학교에서 급식 먹고 양치질을 스스로 해 버릇해서이다.

그 위에 딸내미는 지가 씻긴 하지만,

여전히 재워야 한다.

9시면 빨리 자자고 달래거나 윽박질러 잠자리에 눕히고 잘 때까지 같이 있어줘야 한다. 이렇게 같이 누워있다 보면 노곤해져서 내가 먼저 잘 수도 있다. 그럼 딸내미가 옆구리를 찔러 깨운다. 자기 자기 전까지 자기 말라고....


뭐, 주말은 다르고, 또 매일의 일상이 이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저렇다.




어떠십니까, 20,30대 여러분.

 지긋지긋한 지옥도로 보이십니까.

그런데, 20대 때 제가 불면증을 앓았는데 결혼하고 나서 깨~끗이 치료되고,

물론 결혼하고도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하도 바빠서 사실 외로울 틈도 없그든요.

(역시 외로움의 반대말은 바쁨)


결혼을 권장하긴 하지만 꼭 해야 된다는 잔소리는 아닙니다.

 결혼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분들도 많으니

(제 시동생도, 제 고딩동창도 뭐 꽤 많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고 부자죠.)

애를 낳길 권장은 하지만 꼭 낳아 얀다는 꼰대 발언도 아닙니다.


그냥 제 일상과 주변의 일상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본인들 인생의 중차대한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진심으로 그것뿐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혐오발언들이 전부는 아니란 것,

일부는 맞지만 또 일부는 틀려서 교묘하게 모두 팩트처럼 보이는 거짓 뉴스가 넘쳐나니까요.

무엇보다 지는 결혼, 출산, 육아 다 잘하고, 잘 살면서 "다시 태어나면 안 하려고요" 이런 쿨병 걸린 척하며 티브이에서 떠드는 인간들 꼴 보기 싫어서!!!


 "팩트" 그 자체를,

그리고 팩트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많은 케이스를 보고 듣고 또 생각해보시라는 것.

그 말씀을 드리고 싶어 누추한 일상을 쓰게 되었습니다.


 결혼, 출산, 육아 모두 꽤나 힘든 일인 것 인정합니다.

 넷플릭스와 스마트폰과 대역병이 끝나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들이 넘쳐나는 세상에는 특히나 굳이 할 필요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하고 싶어도 진짜 경제적 이유로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 압니다.

제 주변에도 소위 골드미스, 골드미스터라는 분들은 거의 못 봤습니다.

어쩌다 보니 못한 경우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여전히 저것들을 하는 이유는,

남들이 하니까,

부모님들이 하라니까,

친척들이 언제 하냐는 잔소리 듣기 싫으니까,

도 있지만(아주 큰 이유입니다.)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더 장점이 많아서'가 아닐까 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다 장단점이 있지 않습니까.


 여하튼 오늘 욕먹을 수 있는 주제를 어쩌다 보니 쓰게 되었는데


진심으로 여러분의 청춘이 고민으로 물들지 않고

여러분의 40대는 부디 안녕하시길.

저처럼 '인생 망했다'라고 떠드는 인간도 또 꾸역꾸역 살고 있고,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쿨한 척 하는 인간들은 믿고 거르세요.


아, 그리고 제게

실상을 모른다~ 세상물정 모르는 아줌마가 어쩌다 결혼하고 애낳고 속편한 소리 한다~ 등등의 악플을 달고싶으신 분들

마음껏 쓰세요

제가 성심성의껏 들어드리고 답글도 달아드리겠습니다.


반박하고싶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혼을 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진짜 인터넷이나 티비에 나오는 쓰레기 발언에 휩쓸리시진 마시라, 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제 진심이 당신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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