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치아 Apr 26. 2021

사기꾼이 득실득실한 세상

이상하면 진짜 이상한 것이다. 당신의 느낌을 믿어라!

한 달 전쯤 일이다.


 아는 아주머니가  자기 딸램이 길을 걷다가 연예 기획사 사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연예인이 될 의향을 묻는 사람한테 명함을 받아왔다고 말씀해주셨다.

괜히 애가 들떠서 걱정이라고 말씀하시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이라기 보단 자부심이 느껴졌달까 ㅎㅎ

자부심 느낄 만큼 그 집 딸이 이쁘기에 그런 일도 다 있군, 하고 넘어갔는데


그 날 맘카페가 난리 났었단다.

본인은 그 유명한(?) 지역 맘카페를 가입 못한 희귀한 아줌마다. 안 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몰라 미뤄두다 보니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어서.

 여하튼 전해 듣기론 그 기획사 사장한테 명함을 받은 또 다른 엄마 하나가

"우리 딸이 기획사에서 명함을 받았는데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소속 연예인이 안 나오네요. 들어보신 분 있나요?"란 글에

리 딸도 받았다~ 사기가 틀림없다~ 댓글이 무수히 많이 달린 것이다.

하긴 요즘 세상에 길거리 캐스팅이라니, 게다가 이런 지방에서, 별 사기꾼이 다 있네 하고 또 별생각 없이 듣고 넘어갔는데


 어떤 할머니랑 단 둘이 사는 여자애가 이런 맘카페에서 확인된 사실을 모르고 그 연예기획사 사장을 사칭한 사기꾼에게 전화해봤더니

연습생이 되려면 200만 원부터 입금하라고 했단다.

그 여자앤 할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난리를 쳤나 보다. 할머님이 정말 자기 손녀가 연예인의 재능이 있는지 여쭤보기 위해 학교 선생님께 상담 요청을 하고 나서

사건의 전말을 들은 선생님이 경찰에 알리며

사기꾼을 잡아야 한다며 아줌마들 사이에서 또 한 번 난리가 났었다.


어렸을 땐 부모의 그늘이 얼마나 큰지.

 200만 원이면 연예인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순진한 여중생과

여유가 없어 손녀딸을 도와주지 못하고 어디 상담할 곳도 없었던 할머님의 답답한 심경이 느껴져

괜히 내가 다 먹먹해진다.

그 아이가 부디 일찌감치 사기꾼 백신을 맞은 셈이 되어 살면서 사기당하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혹시나 사기를 당하고도 말 못 하는 집도 있을지 모른다.

그분도 200만 원이 없어도 크게 가계경제가 흔들리지 않고,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생각하시고, 다시는 그런 놈들이 꼬이지 않길...




 요즘 또 이 소도시 곳곳에 신규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한다는 광고지가 돌아다니고 있다.

공인중개업 하시는 아주머님 말씀으론 조합원 한 명 모집할 때마다 300만 원을 받을 거라는 귀띔도 들었다.

수도권이야 모르겠지만, 지방에서 아파트 조합은 사기일 가능성이 99%이다.

시세보다 싸게 좋은 아파트 살아보겠다고

전재산 닥닥 긁어놓고 이사 날짜 받아놔 봤자,

조합에서 진행하는 시공사는 돈이 더 필요하다고 계속 몇백, 몇천까지 더 요구하다가 공사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엄청 많다한다.

조합원 아파트로 피눈물 흘리시는 분들 전국에 몇천 명은 되리라.

이거 나라에서 규제 어떻게 못하나. 안타깝다.


옛말에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란 말이 있지만,

건강하고 사회적 지위 있어도 돈 없으면 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사기꾼이 판치는 세상.

사기당한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그 순간은 귀신이 씌인 것 같다'라고 말할 만큼 사기꾼들이 작정하고 덤비면 속기 마련이다.

정신 차리고 살지 않아서, 멍청해서 당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기당한 사람들 돈 잃고, 바보 된 기분에 속 쓰린데

위로는 못해줄 망정 바보라고 욕하지 말기.

이렇게 사기꾼이 많은 세상인데

자기는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며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잘 당한다고도 하기도 하니 함부로 욕하다가 무슨 망신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 세상 꼭 그렇게 차갑게 살아야 합니까.

우리 좀 따뜻해집시다.

날은 따스워지는구먼.


사기를 당하지 않는 법.

이상하면  이상한 것이다.

내 직관을 믿고 뭔지 모르지만 기분이 쎄하다 싶음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당신이 옳다!


작가의 이전글 43세 초딩둘 자영업자 엄마의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