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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Apr 24. 2021

임계점(臨界點)을 넘어 본 적이 없어 늘 실패한다

"나름 열심히"란 말로 나를 속여서 망했다.

임계점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뀔 때의 온도와 압력. 평형 상태의 두 물질이 하나의 상(相)을 이룰 때나 두 액체가 완전히 일체화할 때의 온도와 압력을 이른다.

<네이버 어학사전 출처>


물리학 용어지만  자기 계발서에선 한계를 넘어 또 다른 습관이 체화되고 이전과 달라진 상태 정도를 의미한달까.


 다이어트를 해보는 중이다.


 자신 있게 "다이어트 중!"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해보는"이란 말로 밍기적대는 이유는

거의 한달반째 '나름' 운동도 하고 '나름' 적게 먹고 2주 전부턴 '키토 다이어트'란 걸 본격적으로 하며 탄수화물 끊고 mct오일이란 것도 사서 먹으면서도

살이 저~어~언혀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체중계의 숫자가 그대로인 듯도 하고... 사실... 좀 더 늘은 것 같기도 하고 ㅜ.ㅜ


20대 때도 이런저런 다이어트를 하고 성공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라는 식단을 하고 운동을 할 때 빠진 살보다

잠깐 회사에 계약직으로 일할 때 살이 많이 빠졌더랬다.

종일 긴장하다가 밤에 고시원에서 눕기 바쁘면 살 10킬로는 그냥 빠진다.

생각해보니 "고생 다이어트"가 최고 좋은 건가.

돈도 벌고, 살도 빠지고.

하지만 자존감도 떨어지고, 행복도 사라지고.

역시 인생은 100% 좋거나 100% 단점만 있는 일은 없다. 다~ 장단점이 있는 법.


여하튼 30대 때는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장사를 시작해볼까 하며 한 달에 60만 원도 벌까 말까 하는 가난이 이어지다 보니 살이 빠지지도, 찌지도 않는 겨우 먹고사는 삶을 버티다

남편 만나 결혼하고 또 아이도 줄줄이 낳다 보니 다이어트를 할 겨를도 없이 지나갔다.


자영업자의 현실이란.

애를 낳고 5일밖에 안됐어도

산후조리원에서 잠깐이라도 외출하여 가게 들러 그날의 정산을 해야 했기에

임신 때 불은 살이 저절로 빠진 편이다.

(문제는 건강을 잃는다. 애 낳은 지 10년이 넘어가는데도 아직도 발뒤꿈치가 한여름에도 시리다)


여하튼 키 160에 57킬로를 유지하는 몸에 만족했다기보단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전에 글에 썼듯 "나는 평생 나를 너~무 싫어하는구나"란 깨달음에

안 되겠다, 나를 좋아하는 구실을 만들어야겠다, 성공경험이 있어야 날 좋아할 수 있겠다 싶어

뭘 할까, 자격증을 하나 따 볼까, 온라인으로 스마트 스토어를 해볼까, 궁리를 하다가


그나마 돈이 제일 안 들고, 빨리 효과를 볼 수도 있으며, 표가 확~나는 다이어트를 해서

내가 미워하는 내 다리를 좀 평범한 수준으로나마 만들어보자, 가 첫 번째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매일 10킬로미터씩 걷고,

간헐적 단식으로 저녁 7시 반까지 먹으면 다음날 11시 반까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식사량도 확 줄여봤는데

한달반째 그대로다.


솔직히 저런 노력을 매일 반복했다면 살이 빠져있겠지.

 3월 8일부터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다이어트를 하겠다 선포하고도

주말에는 프링글* 먹으며 뒹굴댔고

3월 마지막 주와 4월 이번 주는 첫째 온라인 수업을 핑계로 운동을 거의 안 했고

식사량을 줄이고도 목이 마르단 핑계로 맥주 마신 적도 두 번 있다.


 뭐 저 정도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때도 이런 식이라 매번 불합격이었던 것 같다.

 매일이 힘들고, 공부도 '나름' 하는 것 같은데

막상 시험을 보면 왜 이리 모르는 게 많고 결국은 떨어지던지.

 매일매일 정한 시간에 계획한 공부를 했다면 당연히 합격했겠지.

하지만 한 3~4일 공부하면 핑계가 생긴다.

너무 무리한 것 같으니 쉬어야겠다,

주말이니 좀 리프레쉬가 필요하지,

무슨 환자도 아니고 매번 ''힐링~ 힐링~"이 지랄했으니

떨어진 것이다.


다이어트도 이왕 시작했으면 기본만 지켜도 지금쯤이면 2~3킬로그램은 빠져있었겠지만

"이 정도쯤이야~

 이 정도는 먹어줘도 되고~

그동안 운동 힘들게 했으니 오늘은 쉬어야지~

어제도 쉬었지만 아직 피로가 쌓여있어 하루만 더~"

이런 식으로 핑계만 늘다 보니 살이 빠지기는커녕...




뭐든 성공하는 사람은 "임계점"을 넘는다.

나처럼 실패하는 사람은 "나름 열심히 했다"라며 변명하기 바쁘다.

"나름 열심히"로는 아무것도 잘할 수 없다.


"열심히"라는 판단은 나 스스로가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주변인들이 "너 열심히 했다"라고 평가를 했을 때만이 진짜 노력했을 때이고

그때 비로소 성공에 가까워진 것이다.


이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니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살았다.

남들이 봤을 때도 열심히라는 평가를 듣기까지 노력하기가 엄청 힘든 걸 잘 알기 때문 같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임계점을 넘길 수 있는,

생각을 줄이고 몸을 움직이는,

그런 다이어트를 해보련다.

평생을 날 미워하며 살 순 없잖아.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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