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치아 Apr 27. 2021

INFJ아내가 ESTP남편과 사는 법

달라도 너무 다른 부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올해로 결혼 10주년을 맞이한다.


미혼인 분들 중 결혼에 냉소적이지 않고, 아직까지 희망 가지신 분께 너무나 죄송한 말씀이지만


많은 부부들이 결혼 10년 차에 제일 사이가 안 좋단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제일 이혼 충동을 느끼는 것이 바로 결혼 10년 차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집안일 분배와 아이들 돌보는 일로 둘 다 번아웃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하는 아줌마가 집 청소, 설거지, 간단한 반찬을 만들어 주시는 정도의 도움을 준다 해도 서로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에 휩싸여 원망이 커진다.

뇌피셜이 아니라 내 여동생 부부 이야기다.


여하튼 이토록이나 힘든 결혼 10주년에 난 나름 고요히 보내고 있다.

내가 비록 장사를 하는 중이나 코로나 이후 거의 장사를 접다시피 하며(사업자등록증은 여전히 걸려있긴 하지만) 전업주부 수준으로 집을 돌보고 있고

남편 월급으로 먹고는 살 수 있는 편이기 때문에 싸울 일이 적어서이다.

이는 남편의 월급이 많아서라기보단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사교육비도 거의 안 들고

또 지방 소도시에 살다 보니 대출을 끼고 집을 살 필요가 없어서 이자도 나가지 않고

차도 1대뿐이고 보험도 얼마 안 들어 고정지출이 별로 없는 데다(본인이나 신랑은 실비보험 하나 없고 게다가 난 암보험 조차 없다.)

저축도 정말 적게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내 성격 INFJ는 선의의 옹호자이지 않은가.

마더 테레사, 마틴 루터 킹과 같은 분들의 성격.

그러나 히틀러와 빈 라덴도 INFJ였던 사실~



이 "선의"라는 단어에 맹점이 있는 셈인데

마더 테레사처럼 빈곤한 자에게 베푸는 선의,

마틴 루터 킹처럼 인간 평등에 헌신하는 선의

라면 말 그대로 "선의의 옹호자"이지만


히틀러처럼 독일인의 자부심과 독일의 위대함만을 위한 맹목적으로 쫓아 다른 민족들을 짓밟는 삐뚤어진 신념,

빈 라덴처럼 미국에 대한 테러조차 본인들의 자부심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만큼

'나보다 다른 이를 위한  선의'가 왜곡되면 엄청난 민폐를 끼칠 수도 있는  타입이다



다행히 난 가족에 대한 내 희생과 봉사를 내 선택이라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 하는 편이다.

 내 새끼들 잘 먹이고, 씻기고.

학교 수업에서 뒤처지지 않을 만큼만, 학습 결손이 없는 정도는 가르치고,

집안을 깨끗이 하거나

아이들이나 남편이 깔끔하게 입고 다니도록 청소 빨래하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내 신념은 나와 가족은 하나이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며 이 또한 즐겁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기에.

게다가 혼자인 시간이 필요한 I(내향형)이기에 가게에서도, 집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반면 남편은 수완 좋은 활동가인 ESTP.

회사일로도 바쁘지만,

시민단체 활동일도 앞서서 하고,

농민회, 민주 활동 단체의 대학생들, 진보정당, 페미니즘 여성단체 등등과도 교류를 하고,

1년에 3번 정도의 꽤 규모가 있는 행사에 MC를 자처한다.



 그리고 과거를 곱씹고, 미래의 다가올지 없을지 모를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에 휩싸여 걱정하는 N(직관형) 성격에 스트레스가 많은 신경성인 -T인 나와 달리

정보를 있는 그대로 현실만 처리하는 성격인 S(감각형) 타입으로 걱정도 적다.

신경성도 -A 타입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도 않고 금세 잊어버린다.


남편은 공대생답게 T(사고형)의 의사결정으로 철저히 감정을 배제해 가끔 정이 뚝 떨어질 만큼 냉정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와 부부싸움(이라고  것도 우리 사이엔 거의 없었다. 내가 소리 지르면 그는 '당신 말도 일리가 있군.'이 정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을 하고

나는 삐져있어도

그는 금세 잊어버리거나, 감정의 동요가 거의 없기에

싸움이 하루 이상으로 길어진 적이 없다.


그리고 여행 계획은 늘 그가 짠다.

J(판단형)인 내가 더 계획적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잘 돌려보지만,

계획이 지켜지지 못하거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을 때 힘들어하기에

P(인식형)인 그가 러프하게 짠 여행 계획 속에서 그때그때 맞춰 검색하고 변경하며 다녀야 서로 편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INFJ와 ESTP는 천생연분으로 보이는데...... 결론은 내가 많이 봐주고 살고 있다. ㅋㅋㅋ

라고 건방 떨지만 나 또한 단점이 얼마나 많은 인간인가.

10년간 무탈하게 살아준 남편에게 감사하다.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무탈하게 지내는 것은 성격유형으로 전부  정해지는 건  아니란 것을 모두 알 것이다.


30년가량 다른 환경에서 자라 온 남녀가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일상을 반복하고 공유하기에 알맞은 사람을 사회경험도 적은 20대 30대 때 고르는 건 기적에 가깝다.

살아봐야 아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나와 남편은 10년간 무던히 실망하고 서운해하고 남 탓을 하면서도 살아보려 노력한 부부 중 하나일 뿐이다.


부디 성격유형분석은 그저 재미로 봐주시길!



작가의 이전글 내 나이가 나에게 수치스러워하라고 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