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허리가 남았던 H라인 스커트가 왜 엉덩이에서 걸리는가.
출퇴근을 한다고 해서 체중이 유지되지도 않고,
일이 너무 힘들어 살이 빠지는 분들보단
오히려 군살이 붙는 분들도 많은 걸 안다.
우리 신랑을 보시라.
배가 더 나온 데다 딴딴해지기조차 한다.
골프를 백날 쳐봤자 살이 빠지기는커녕
윗옷 사이즈를 105에서 이젠 110으로
바지는 34에서 36으로, 36도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코로나 시국에도 제조업 종사자들은 매일 공장을 돌려야 하니까 정말 빠지지 않고 출근을 하고 정시 퇴근도 못할 때가 부지기수인데 말이다.
출퇴근과 체중을 연관 짓는 것은 바보 같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2년 전 출퇴근을 하던 시절엔 허리가 남아돌았던 H라인 스커트를
왜 지금은 엉덩이에서부터 꽉 끼어 올라가질 않아 못 입게 되었는지에 대한
비통함에
하기도 싫은 출퇴근을 그리워하기까지 하게 되는 이 슬픈 현실이란....
출퇴근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체력이 필요한 일인지는
모든 직장인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 힘든 출퇴근을 하지 않는 백수의 체력을 말해보자면,
백수가 되어 일부러 시간 내서 운동을 하지 않는 한
체력이 너무나 떨어져 앉아 있기도 힘들어져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렇게 매일 누워있으면 더 체력이 떨어지며 우울증까지 와버리는 악순환으로 인생 폐급 되기 직전이 되기에
살려고 운동을 하게 된다.
이미 신체능력이 마이너스가 된 상태에서 걷는 것조차 힘들어 운동이랄 것도 못하고 동네 근처나 걷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까 봐 움직이기라도 해 본다.
나름 엄청 운동을 했다 해도 여전히 운동량은 부족하여 살은 살대로 찐다.
몸을 최소한으로 쓰니 그다지 배고프지도 않은 데다
혼자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제대로 잘 먹질 않게 되면서 먹는 양도 많이 줄었건만
그래도 군살은 차곡차곡 붙어 예전에 입던 스커트와 블라우스가 다 맞질 않는다
.
지난 주말 사돈네 집안 행사가 있어 오랜만에 좀 예쁜 정장을 입어보려 했는데
H라인 치마도 안 들어가고
정장 바지는 허벅지가 너무 끼어 불편해서
백수 처지가 더더욱 서글퍼졌더랬다.
.... 하긴 주말에도 칼국수와 돈가스를 그렇게 처먹고 뭘 적게 먹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냐 ㅠ.ㅠ
상황이 이러하니 내가 날 좋아하기가 힘든 것이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무조건적으로 날 좋아해야 한다던데,
어떤 부모가 아이가 수학 100점 맞아와야 사랑하고, 수학 50점 맞으면 덜 사랑하는 조건을 걸겠냐, 부모는 무조건적으로 아이를 사랑해줘야 한다,
그런 '무조건적인' 즉 '아무 조건을 걸지 않은' 그런 사랑을 본인 스스로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수학 50점 맞아올 때보단 100점 맞으면 사랑이 더 샘솟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