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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May 16. 2021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가 온다.

세상의 변화에 나만 둔감하고 느린 것 같다고 겁이 날 때

대체 난 어디서부터 잘못해온 걸까.


대학 전공을 잘못 선택했나.

읽어야 할 책을 못 읽었나.

신문을 안 읽어서일까.

유튜브에서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안 찾아본 게 잘못일까.

친구들이 그 주식을 사라고 얘기할 때 나도 사야 했나.

재무제표 보는 방법을 배워야 했나.

끌 해서 그 상가를 사놔야 했나.

아냐, 그보다 30분 거리의 그 신도시가 개발된다고 했을 때 그 아파트를 샀어야 했어.

그럼 그저 용기나 결단력, 실행력이 부족한 내 기본적인 그릇 문제인가.


난 이렇게 평생 가난한 걸까.

아직 젊은 나이라고도 하지만,

40대 초중반이면, 20,30대에 잡아놓은 기반에 더 쌓아 올리는 나이이지 뭔가 새롭게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나이의 숫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나의 역량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 건가.

지금부터 다시 새로 할 힘이 나에게 있을까.

지금도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가, 아이가 불러 일어났다가, 설거지할 것이 쌓여있는 싱크대를 보다 애써 외면하며 다시 의자에 앉으면, 이따 점심때 뭘 해 먹어야 할지 고민하다, 쓰던 것 마무리하자고 타자를 치다가, MP3 파일을 옮겨놓을 것이 있다는 게 기억나 또 일어나며

일의 순서가 전혀 정리가 되고 있질 않고, 머릿속이 어지러운데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두려움과 불안, 자책이 몰려올 때마다

얼마 전엔 같은 그림을 맞춰 없애는 단순한 폰 게임을 하며 시간 때우는 걸로 도망치고

요즘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며 내가 똑똑해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걸로 도망치며

매일 도망치고만 있는데,

내 사정이 바뀌길 앉아서(아니, 거의 누워서) 기다리기만 하는 내가 잘못된 거겠지.

도망치치 않고 이 현실을 마주하고, 뭔가 행하면 나아질까.

여태 실패만 해왔는데 지금은 달라질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돈 버는 방법을 열심히 알아보고 따라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이런 열패감에 젖어있는 상태로는 '뭘 해도 되겠어?'란 의문에 빠져있으니 잘 되기 힘들지 않을까.

그저 또 실패할까 봐 무서워 자존감 타령하면서 도망치는 건 아닐까.


Self-esteem(자아 존중감)

Self-efficacy(자기 효능감)

Self-control(자제력)


내가 저것들을 진짜 가지고 있지 않는 건지,

가지고 있지만 '저것들이 없어서 내 인생이 이렇다'라고 탓할 이유를 찾는 것일 뿐인지,

그리고 진짜 내가 읽고 노력하면 저것들을 가질 수 있고,

저것들을 갖게만 되면 내가 진정 행복해지고 날 사랑하며 내 인생 또한 부유해질 수 있는 건지.

책이나 강의, 유튜브 영상들에선 저것들만 가지만 인생의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말하던데...


어제부터 비가 온다.

비가 오면 계절이 바뀐다.

봄비가 내리면 꽃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지만 햇살이 따스해지고 바람이 부드러워진다.

여름 비가 내리면 태양이 뜨거워지고 숨이 턱턱 막히는 습함이 엄습한다.

가을비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고, 감기환자가 는다.

겨울비가 내리면 공기에 숨 쉴 때마다 폐까지 얼어붙는 느낌이 들고 바람은 칼날이 된다.


우리의 인생에도 비가 내리는 시절이 있고,

비가 지나가면 삶은 바뀌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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