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얼마 안 돼 파산을 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연구를 읽어보았다.
그들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
사치스러웠을까? 도박에 빠졌을까? 지능이 모자랐나?
연구 초기엔
의외로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워낙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었으므로.
그래서 개인의 특성에 한정하지 않고
그 주변인까지 넓혀 조사를 이어갔다.
거기에서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파산한 로또 1등 당첨자들의 공통점은
당첨금을 타자마자 아내 혹은 남편을 버렸다.
그때까지 사귀던 주변인들과 관계를 거의 다 정리하고 그들이 보았을 때 "화려해 보이는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사람들"은 "화려하게 치장한 사기꾼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순식간에 파산한 것이다.
재테크가 "또" 유행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IMF가 왔고,
온 대한민국이 "노동의 유연화"란 단어로 안정된 직장이란 게 사라진 세상에 던져졌고
이젠 월급으론 살 수 없으니 재테크를 해야 한다고,
전 국민이 경제공부를 해야 한다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난리였다.
그리고 그 재테크 열풍은 사그라들 듯, 잊힐 듯, 하면서도 약간씩 이름을 바꿔오며 계속 불씨를 이어왔다. 작년의 주식 호황과 코인 대박으로 다들 투자처를 알아보고,
'돈' '부자 되기' 등등의 키워드를 좇아 다니는데
사실 돈은 버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쓰는 방법이 어쩌면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화장이 하는 법보다 지우는 게 더 중요하듯)
적게 벌면 적게 쓰면서 살아갈 수 있다.
적게 버는데 많이 쓰려고 해서 탈이 나는 것이다.
많이 벌면 많이 써도 되지만,
언제까지나 많이 벌 수 있는지, 이 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는 언제나 미지수이기에
부자들 또한 '적절히' 쓰고, 후손에게 돈 쓰는 법을 가르친다.
가난한 집 애들이 돈 쓰는 법을 모르면,
돈을 벌기 시작할 때 천 원, 이천 원에 벌벌 떨다가
몇십만 원, 몇백만 원짜리 쓸모없는 물건을 휙 사버린다던가 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
그래서 사기도 잘 당한다.
처음에 얘기한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순식간에 파산해버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돈 쓰는 법을 평소에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돈 쓰는 방법은 뭐냐!
내게 꼭 필요한 물건, 사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해 사지 못한 물건을 아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 뭘 원하는지 모르고 살다 죽을 때까지도 모른다.
큰돈이 생겼을 때 저걸 알지 못하면,
남이 가지고 있는 거,
그들이 알고 있는 '부자'라는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입고 쓰고 먹는 거.
남이 갖고 있는 것 중 그저 '비싼 거',
그 비싼 거보다 더 비싼 것만 찾다가
돈을 다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시길.
100억이 생기면 뭘 갖고 싶은가?
서울 강남에 30평 아파트 하나.(제일 좋은 아파트 산다 해서 한 40억이라 하고 세금이며 안에 인테리어 최고급으로 1억 넘게 처발라봤자 42억)
차 바꾸고(제네시스 G80 산다 하면 풀옵션에 세금까지 해도 8천)
백화점 명품관 가서 가방 구두 정장 몇 개 사고( 가방 프라다 300, 샤넬 500짜리 하나씩, 구두는 몇 개 사도 천만 원, 발망 운동복 300 아르마니 정장이나 샤넬 원피스 500씩 쇼핑가방 10개 채워도 5천 넘기 힘들다.)
매일 랍스터 먹고, 돈 페리뇽 까고,
싱글이면 클럽 가서 화려하게 논다 해도 먹는 걸로 일주일에 천만 원 쓰기 힘들다.
그럼 부지런히 돈을 쓰고 다녔어도 일주일간 100억 중 50억은 남아있다.
그리고 돈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새끼를 낳는다.
50억을 통장에 넣어놓으면 이 초저금리 세상에서도 연 1%의 이율이라 할 때 1년이면 5천만 원이 그냥 생겨버린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연봉 5천 즉 500 가까이 되는 돈이 매달 생긴다.
경제공부는 이런 재밌는 상상에서부터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