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향한 마음만은 닳지 않기를.
버스에 허리가 90도 가까이 굽은 채 짐을 들고 올라타는 분이 있었다.
잠시 둘러봤지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특별히 선해서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도 있었고,
잔뜩 지친 얼굴의 직장인들도 있었다.
다들 하루를 버티느라 고단해 보여
누구 하나를 쉽게 탓할 수만은 없겠구나 싶었다.
문득 내 아이들도 언젠가 그런 상황에서
그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늘 말해왔다.
어려운 사람을 보았을 때
네가 도울 수 있다면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 마음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때도 있다.
회사는 사람보다 일이 먼저이고
일과 사람의 경계도 분명한 곳이다.
계산적으로 보일 만큼 선을 분명히 긋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들처럼
선을 분명히 그으며 살아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듯
직장에서는 직장의 법을 따라야
덜 다치며 살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열 사람 중 아홉이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 방식이 맞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선의까지 버리며 살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사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
그 마음까지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대는 낮추되
나를 지키는 선은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도 누군가 곤경에 처해 손을 내밀 때
끝까지 모른 척하며 살지는 말자.
하나를 내어주었다고
손해 본 것처럼 여기며
마음을 거두어들이는 태도는
사람을 더 척박하게 만든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일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척박한 세상이라도
사람을 향한 마음만은
끝내 닳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