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한다는 건 뭘까.
칭찬일까, 아니면 책임감의 다른 이름일까.
나는 내가 맡은 일은 끝까지 마무리해 내려는 사람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 불편해지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은 늘 같았다. 내가 다 하면 된다.
“너는 잘해.”
그 말이 좋았다.
이상하게도 그 말에는 ‘보답’이 따라붙었다.
잘한다고 했으니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기대를 맞춰야 할 것 같고, 실망시키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벽돌을 쌓듯, 한 칸씩 부담이 쌓이기 시작했다.
내가 업무를 익히는 방식
새로운 업무를 배우면 나는 늘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첫째, 먼저 업무처리 흐름도부터 살펴본다.
둘째, 실제로 해보면서 놓치면 안 되는 지점이 어디인지 표시해 둔다.
셋째, 업무별 유의사항과 후 조치, 관련 지침을 확인한다. 빠진 게 없도록 다시 한번 확인한다.
넷째, 진행하면서 간단한 매뉴얼을 정리한다. 다음에 바로 꺼내 쓸 수 있게.
그러다 보니 이런 말도 자주 들었다.
“이 사람한테는 복잡한 거 던져도 돼.”
“저 친구는 알아서 다 해.”
나는 ‘쉽게 사용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어쩌면 스스로 자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정년이 남았다는 현실
정년이 꽤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일을 안 할 수도 없다.
대충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지점이야말로, 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내 후임은 나만큼 하지 않는다.
혹은 하더라도 더 쉽게, 더 단순하게 한다.
업무를 받아들일 때 가볍게 받아들이는 마음,
유쾌하게, 쿨하게, “안 되면 어쩔 건데”라고 넘길 수 있는 마음.
그런 태도도 나에게 필요하다.
쓰레기를 바닥에 못 버리는 사람에게 “그냥 버려”라고 말하면,
그게 그렇게 어렵다.
나도 비슷한 지점이 있다.
왜 나는 못 내려놓을까
왜 이렇게까지 할까.
일 잘한다는 평가를 듣고 싶어서.
성취감과 책임감이라는 단어의 이면에는,
결국 ‘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제는 적정한 선이 필요하다.
탁월함을 드러내다 이용당하는 것보다,
때로는 묻어가며 버티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젖은 낙엽처럼 찰~~~ 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