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터들의 로망, 아시아 커피 허브로 거듭나다

가평 '드블랙 로스터스타운'

by 초감각꽐라

커피의 성지'로 도약을 준비하는 드블랙

처음 우리를 반겨준 것은 조금은 러프한 느낌의 초입이었다. 왕복 2차선도로의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능선의 자락자락에 지어진 외부 건물이 보인다. 바로 드블랙 로스터스타운이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웰컴하우스. 현재는 가오픈 상태인 드블랙 로스터스타운은 웰컴하우스만을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초라한 다리가 놓여진 초입이 입구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넓은 캠퍼스 부지가 자태를 드러내었다.
아직은 시공 중이기는 하나, 2018년 7월 말 본격 운영이 되면 커피랩, 로스팅파크, 커뮤니티 센터, 커피박물관 및 풀빌라, 호텔 등 육만육천 제곱미터의 부지에 세계 최대의 로스팅 캠퍼스를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거의 커피대학교 수준. 단순한 카페였다면 이렇게 큰 부지에 짓지 않았을 일이다. 드블랙은 '관광지에 위치한 커피파는 분위기 좋은 카페'를 넘어, '커피의 성지'를 지향하고 있었다.

넓은 주차장과 세련된 외관

거대한 캠퍼스를 꿈꾸는 만큼,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널찍한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었다. 현재 마련된 주차공간만 해도 100대 정도는 거뜬할 것 같았다. 학술포럼이나 국제 행사 등도 개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후 7월에 오픈하면 추가로 주차장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드블랙이라는 이름답게 건물 외관도 검정색이었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검은색이 아니라, 통유리로 받쳐진 컨테이너 컨셉의 독특한 건물이었다.

왜 로스터스타운이지?

드블랙 총괄책임님이 친절히 라운딩을 도와주셨다. 커알못인 우리를 위해 내부 인테리어중인 커피랩을 소개해주셨는데, 커피랩만 해도 규모가 대단하였다. 웬만한 대강당보다 넓은 말 그대로 거대한 실험실이었는데, 국가대표 로스터들을 위한 로스팅공간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또한, 로스터 지망생들을 위한 전문가 양성의 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큰 규모의 작업장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괄책임님의 답변은 로스팅 작업장 그 이상을 말하고 있었다.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이하 SCAA)로스터 자격증 커리큘럼 운영을 통한 세계 최정상급 바리스타 및 로스터의 양성 그리고 프랜차이즈 커피가 아닐지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로스팅이 가능함을 보여주겠다'는 대찬 포부였다. 한국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수준의 레벨로 로스팅이 가능하게끔 미국과 교류하여 연구할 예정이며, 바리스타에만 포커싱되던 커피교육실태에 수준 높은 로스터양성교육 기회를 마련하여 일련의 제조과정의 밸런스를 맞추는 '국내 선순환 커피생태계' 또한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티 커피?

앞에서 언급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는 단순한 고퀄리티 커피를 뜻하는 것과는 별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냥 생두가 좋고 비쌈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확고한 정의가 내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SCAA에서 정하는 스페셜티 커피 기준으로 보자면 생두 350g당 5개 이하의 결점두 발생량을 충족해야 하며, 테이스팅점수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넘어야 함을 얘기한다.
그 밖에도 생두 원산지, 생산자, 유통, 관리, 소비자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드블랙이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로스터의 역할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좋은 생두여도 로스팅과 추출과정이 똥망이라면 온전한 맛을 혀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드블랙은 이를 위해 철저한 검증에 따른 로스팅을 추구한다. 미국에서 로스팅된 원두와 한국에서 로스팅된 그것을 수차례 크로스체크하여 로스팅기계를 조절한다고 하니, 커피에 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디테일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 하다.
기껏 열심히 설명하고는 우스운 얘기지만, 사실 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은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꽉 짜여진 트랙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커피하는 사람들의 테이스팅 취향도 다르기 때문이며, 또한 SCAA에서 정해놓은 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규정은 아닌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셜티 커피의 필수요건은 있는 것 같다. 바로 커피를 바라보는 진정성이다. 생두에 대한 세심한 컨택, 유통에 따른 정성스러운 로스팅과 추출, 소비자에게 건네지는 과정과 마지막 혀에 닿아 목으로 넘어가기까지의 관심과 섬세한 관리는 스페셜티 커피의 필수 조건일 따름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식어도 맛있는 커피

웰컴하우스로 들어와 맛본 커피는 SCAA 스페셜티 커피인 단비 우도산 에티오피아 커피와 2018 COE(Coffee of excellence : 매년 각국 커퍼(생두 감별사)들에게 인정받은 원두)인 과테말라 엘 리바노 게이샤였다. 바로 하루 전에 로스팅한 원두로 내렸다고 한다.
필자는 커피를 누구보다 많이 마시는 사람이다. 업무효율에도 커피를 찾고, 기분변화에도 커피를 찾고, 목이 마른 생리적 변화에도(참 상식에 어긋나게도) 커피를 찾는 비과학성을 보여주는 인물인데, 그러다보니 안타깝게도 커피맛을 느끼기보다는 마시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게 되었다.
이를테면 업무를 하다가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를 아까워서 마시며 맛없음에 인상을 찌푸리는 행위 등을 들 수 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아닌것이)차가워진 커피라는 맛없는 액체를 마셔야 하는 안타까움에 절규하곤 하였다.
보통 식으면 산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취향따라 꺼려했던 있었는데, 이 곳의 커피는 색다름을 보여주었다. 맛있고 맛없고를 떠나서, 식어도 독특하고도 복합적인 맛을 나타냈다. 달면서도 시고, 내음이 남아있는 느낌이 좋았다고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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