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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힘 Ohim Feb 24. 2019

외로울 땐 요리를 하세요.

호박과 래디쉬

참 나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는다는 일은 쉽지 않고, 그 허심탄회한 생각을 활자로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뭐 하나 쉬운 일은 없겠지만,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을 얼마나 책임감있게 끌고가고, 잘 다듬는 일은 매번 어렵기 마련이다.

예전엔 돈 버는 일은 어렵고, 왜 이렇게 돈 쓰는 일은 쉽냐.. 내가 통장에 돈이 왜 이렇게 쉽게 사라지냐..하며 친구들과 술 자리에서 늘 뱉는 말이었다.

돈 버는 일은 진리답게 언제나 어렵고, 요즘은 돈을 쓰는 일도 어렵다.


한 해의 숫자가 늘어나는만큼 내 나이의 숫자도 늘어만가고, 나의 생각들도 늘어만 가고, 단, 통장에만의 잔고는 잘 늘어나지 않는 것아 같아, 그런 아이러니함에 세월을 탓하는 것인지 나를 탓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을즘에 잠이 든다.

그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소비만 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늘 ‘구매’ 클릭 버튼에서 멈추게 되거나, 물건을 살 때 요리조리 단점들을 찾게 된다.


어릴 적 아빠 엄마는 일을 하고, 우리도 밥을 먹고, 가끔 놀러도 가고, 학원도 보내주시고, 풍족하지않았지만, 그 안에서 풍요롭게 살아간다 생각했는데, 엄마는 늘 가계를 정리하면서 한 숨을 내뱉는 일이 참 아이러니하고 괜한 투정인가 싶은 어린아이같은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 나이에 들어가면서 보면 우리 가족만 사는 것이 아닌, 살아가다보면 챙겨야하고, 해야하고, 생각지도 못한 지출들이 많다라는 것을 알았다.

결코, 나의 울타리 안에는 나만 사는 것이 아닌, 나무도 살고, 동물도 살고, 흙도 살고, 풀도, 꽃도 살고 있었는데 그땐 미처 알지 못한 것들이 아니,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이런 이야기를 엄마랑 풀다보면, “너가 성숙해지는 길로 가고 있구나” 하며 나의 고민을 응원해주는 것 같아.

나의 미래에 잘 가고 있음에 불안감이 조금은 살아지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저 길 멀리로 빛을 비춰본다.


나의 길에 정갈하게 아스팔트로 포장 된 도로만 있는 것 아닐 것이며.

가끔 아스팔트에 돌맹이가 수북히 쌓여있여 길을 걷지 못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치우고 가면 될 터이고,

우푹 패인 고랑이 있으면 잘 살피어 피해가거나, 그 수북히 쌓여있던 돌을 주워다가 그곳을 메꾸면 되지 않을까?



그래, 걸어보자

래디쉬도 먹고, 맛 좋은 호박도 먹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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