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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힘 Ohim Jun 20. 2023

<꾸준히>7시 59분

땀은 꼭 필요해.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왔다.

뭔 모르고 올라서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만만하게 생각했다.


한신계곡에서 큰코 다쳤다.

난생 처음 네발로 기어 올랐다.

머릿속이 하얗했다. 정신이 나갔다. 

지금 그 구분이 생각이 잘 안난다.

일찍히 반성했다. 모든 일은 만만하게 볼 게 없다.


그렇게 첫날 목적지 장터목산장에 도착했다.

근사한 노을과 따듯한 음식을 먹으며 긴장한 몸과 마음을 달랬다.

장터목산장에서 마찬가지 즐길만한 여유는 없었지만 몸을 누울 수 있음에 안도는 느꼈다.


천왕복에 올라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상태인지 누구의 알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어두운 산장안에는 부스럭 다들 바빴다.


헤드랜턴 하나를 의지하며 터벅터벅 걸어올랐다.

더 이상 다리는 내 것이 아닌 상태로 다리가 나를 그저 이끌뿐이었다.


별이 무수히 많았다.

쏟아질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오르다 오르다 천왕복에 도착했다.

해가 뜨기 전 천왕복의 사방은 수묵화같았다.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따스함이 있었다.

추웠지만 춥지 않았다.

천왕복에서 일출은 황홀함에 그지 없었다.

함께 한 곳을 바라보는 그 많은 사람들 모두 조용했다.

자연은 그렇게 위대하고 큰힘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든지 내어준다.

많은 힘과 용기를 품고 온거 같다.


하산길도 만만하지 않았다.

초행길이라 주변을 크게 즐기지 못했다.

정신없이 오르고 내렸다.

가방의 무게도 꽤했다.

몸과 마음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저 가방이 무거웠다.


백무동에 도착하고 덤덤한 마음과 함께 기분이 가벼웠다.

뿌듯함, 성취감은 이런거 말고 그냥 기분이 가볍고 뽀송한 느낌이 들었다.

끝까지 버리지 않은 생각은 할 수 있다 였다.




오늘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좋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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