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리더와 신속한 리더의 차이
어느 날 한 직원이 같이 할 저녁식사 메뉴로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 내게 묻는다.
직원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하는 배려가 높은 나는 무엇이든 좋다는 의견을 낸다. 어렵다. 그 직원은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한다. 내가 무섭나?
상사가 무서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자와 같이 할 일이 있다면 직원들은 거의 결정하지 않는다.
나는 서로 반길만한 저녁 메뉴를 제시하고 자만심 가득한 채(?) 부연한다.
"리더들이 월급을 많이 받는 이유를 알고 있니? 적시에 적절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 그 결정에는 늘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일단 우리는 큰 불만 없는 저녁 식사를 했다. 다행이다.
이렇게 직장 생활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특히 사업을 진행할 때 리더들은 매번 의사결정의 순간을 맞이한다.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불확실성 하에서 신속한 의사결정 즉, 타이밍을 요구한다. 좀 더 신중하게 정보를 더 파악할 것인가, 아니면 적시에 신속한 결정을 내릴 것인가는 결과적일 수 있지만 큰 차이를 산출해 낸다.
1815년 워털루(Waterloo) 전투에서 프랑스 사령관 그루쉬(Marquis de Grouchy)에게 주어진 시간 단 1초. 엘바섬을 탈출하여 전선에 직접 나타난 황제 나폴레옹의 명령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군대 일부라도 워털루로 파병을 할 것인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광기와 우연의 역사>)
"한 소심하고 평범한 인물(그루쉬)로 인해 가장 멀리 내다봤던 인물(나폴레옹)의 영웅적인 20년 세월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 그러나 그의 삶은 이후에도 상승공선을 그렸다. 그는 프랑스 최고 사령관이 되고 상원 의원이 되었다"
그루쉬에겐 부사령관 제라르(Gerard)가 있어 "대포소리를 향해 진군해야 합니다"를 외쳤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나 같은 편의 영웅을 무너뜨린 '소심하고 평범한' 인물은 이후 매정하게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과도한 희생양 만들기(scapegoating)라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영웅에게는 대단히 아쉬운 부분임은 확실하다.
월터 스콧(Walter Scott)은 직접 워털루 전투 현장을 방문·목격하고, 그 ‘현실’ 그 자체를 기록해서 전쟁의 참혹함, 죽음, 혼란을 ‘기억’으로 남기려 했고, 스탕달(Stendhal)은 그의 소설 『파르마의 수도원』, 『적과 흑』 등을 통해 나폴레옹 시대와 그 이후 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권력·야망·허영·사회의 위선 등을 날카롭게 비판했지만 정작 전쟁은 그 배경에 불과했기에 리더의 판단 부문은 다루지 않았다.
영화 워털루(Waterloo, 1970)를 통해 현장감 있는 장면을 감상하지 않을 수 없다.
1. 제라르(Gerard)가 그루쉬에게 조언한다. "대포소리를 향해 진군해야 합니다"
2. 나폴레옹은 그루쉬가 오지 않음을 한탄한다.
참고로, 인상 깊은 영화상의 나폴레옹의 어록.
1. 엘바섬을 탈출해 다시 황제에 오른 나폴레옹. "짐은 곧 국가다" 전에 루이 14세가 했던 말이 아니었던가?
2. 알렉시스 왕을 몰아내고 다시 황제에 오른 나폴레옹.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지만 그렇게 밉지는 않다.
영화 <나폴레옹>(2023)과 알렉산더 미카베르즈(Alexander Mikaberidze)의 <나폴레옹 세계사, 나폴레옹 전쟁은 어떻게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는가>를 다시 보고, 읽어야 하는 동기가 생겼다.
2025. 11. 30 ~ 12.6, 중국 杭州에서 생각하고 上海에서 정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