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문학 :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1952)

by durante

[나의 1줄평]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책"


[1분 요약]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1940) 성공 이후 12년 만에 출간한 모더니즘 소설이다. 헤밍웨이는 이 소설로 1953년 퓰리처상을,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표면상 소설의 줄거리는 매우 단조롭다. 84일 동안이나 물고기를 잡지 못한 어부 산티아고는 바다로 나온 지 3일만에 고난 끝에 큰 청새치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러 번의 상어의 공격으로 뼈만 가지고 돌아온다.

이 간단한 줄거리 외에 소설 <노인과 바다>는 여러가지의 주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1)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2) 인간은 고독 속에서 존재를 증명한다.

3) 인간의 노동은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서 가치가 있다.

4) 자연은 적이 아니라 대화 상대이다.

5) 죽음은 공포 대상이 아닌, 존엄의 시험장으로 죽음을 수용한다.

또한, 여러 측면에서 스토아(Stoa) 철학과 맞닿아 있으며, 그의 소설적 특징(규범성, 언더스테이트먼트 기법, 하드보일드 스타일 등)은 미국 미니멀리즘 소설의 출현을 가져온다.




[저자 소개] 교보문고 참조 ;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 ~ 1961)가 일생 동안 몰두했던 주제는 전쟁이나 야생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삶과 죽음의 문제, 인간의 선천적인 존재 조건의 비극과, 그 운명에 맞닥뜨린 개인의 승리와 패배 등이었으며, 본인의 삶 또한 그러한 상황에 역동적으로 참여하는 드라마틱한 일생이었다.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 종군 경험에서 취재한 소설 '해는 또다시 뜬다', '무기여 잘 있거라'로 문명을 획득한다. 1936년 스페인 내란에서 얻은 인상을 그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미국 사실주의의 대표적 걸작으로 냉철한 시각, 박력 있는 표현으로 헤밍웨이 문학의 절정을 이룬다. 그의 사상과 예술 추구의 작가 정신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 '노인과 바다'는 1952년 출판되었는데, 이 작품은 그에게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으며 '킬리만자로의 눈', '있는 이 없는 이', '노인과 바다' 등 그의 여러 작품들이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이 외에 '여명의 진실',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 등의 작품이 있다. 헤밍웨이는 1961년 7월 62세의 나이로 의문의 엽총 자살로써 생을 마감했다.





[줄거리]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한 산티아고. 소년 마놀린은 그를 마중 나와 테라스(식당)에서 음식과 맥주를 사 와 그에게 준다. 그들은 양키스팀의 조 디마지오 등 야구 이야기를 한다.

고기를 잡지 못한 85일째 되는 날, 노인 산티아고는 해안에서 동쪽 멀리 나간다. 연약한 제비갈매기를 보고 안타까워하다가도 군함새를 본다. 만새기는 날치 떼를 쫓고 있고, 바다거북은 갈보 같은 아구아 말라(해파리)를 잡아먹는다. 드디어 큰 물고기의 입질을 느낀다. 노인은 힘들 때마다 여러 번 소년 마놀린이 옆에 있었으면 하며 아쉬워한다. 반나절 이상 큰 물고기 잡이를 하던 노인은 얼굴을 다쳐 피를 흘린다.

다음 날, 갑자기 낚시줄이 당겨지는 바람에 손에서 피가 흐른다. 낚시 줄을 잡고 있던 왼손에 쥐가 난다. 고독함을 느끼다가도 물오리 떼를 보고 바다는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노인은 계속 사자 꿈을 꾸고 싶어 한다. 바다로 나온 지 3일째 되는 날 큰 물고기는 계속 원을 그리며 맴돌기 시작한다. 드디어 물고기는 2미터 반 정도의 크기(실재는 5.5미터)를 드러냈다. 노인은 작살을 고기의 옆구리에 꽂았다. 노인은 잡은 고기를 배에 묶고 집 쪽으로 돌아가는 중 마코상어(청상아리)를 만나 상어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노인은 잡은 청새치의 살을 뜯어먹으며 항해한다.

두 마리의 상어가 또 달려들고 청새치의 1/4이 뜯겨나간다. 다음 공격은 코가 납작하고 입이 큰 삽상어였다. 노인은 지쳐가고, 상어 떼가 또 몰려온다. 청새치는 이제 반동강이가 되어버렸다. 해안이 보이는 자정 무렵 또 마지막 상어 떼가 달려들고 남아있는 청새치 머리마저 먹어버린다.

판잣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바로 잠이 들고 매일 노인의 집을 찾았던 소년은 따뜻한 커피를 사 와 노인을 돌본다. 여행객은 꼬리만 남은 청새치가 무슨 고기인지 묻자, 한 웨이터는 티부론(상어)이라 답한다.




[기억할 만한 단어, 문장들]


15, 머스키토 해안

온두라스와 니카라과에 위치한 카리브 해안


16, 예수 성심상(Sacred Heart of Jesus, Sacratissimum Cor Jesu)

'그중 한 군병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
(요한복음 19:34)

미술계에서의 성심(聖心)은 대개 거룩한 빛을 발하며 불타오르는 심장 내지는 창에 꿰뚫린 심장, 가시관을 쓴 심장, 십자가에 매달려 피를 흘리는 심장 등의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위키백과)

내 고향 대전의 '성심당'이 이 성심(聖心) 일 것이란 추측을 해 본다.

아마도 이런 그림이었을까?

Fra Angelico, San Marco Cell 42(1440)


16. 코브레의 성모 마리아

코브레의 성모 마리아는 쿠바의 엘 코브레(El Cobre) 지역에서 신성하게 모셔지는 ‘자비의 성모상’(Basilica de Nuestra Señora de la Caridad del Cobre)으로, 쿠바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1612년 쿠바 엘 코브레의 성모발현 : 자비.. : 네이버블로그


19, (소년이 돈을 빌리려는 것을 산티아고가 말리며) "난 될 수 있으면 돈을 빌리지 않고 싶구나. 처음에는 돈을 빌리지. 그러다 나중엔 구걸하게 되는 법이거든"

이 부분이 '코드 히어로(Code hero)', 헤밍웨이 특유의 규범적 주인공의 한 예로 간주되는 것 같다.


26, 카나리아 군도

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령 제도


30, 연약한 제비갈매기 (...) 새들은 우리 인간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사는구나.

84일간이나 고기를 잡지 못한 가난하고 노쇠한 산티아고가 오히려 제비갈매기의 연약함을 걱정한다.


단지 내게 운이 따르지 않을 뿐이야. (...) 그보다는 오히려 빈틈없이 해내고 싶어. 그래야 운이 찾아올 때 그걸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게 되거든.(34P)

이런 대사가 '노인과 바다'에 있을 줄 모르고 놀란다. 운은 기회지만, 여러번 시도하지 않으면 나를 찾아온 운이 기회인 줄 모른다.


34, 군함새

군함조(軍艦鳥, Lesser Frigatebird)는 몸길이는 약 1m이지만, 날개를 편 길이는 무려 2.5m나 된다. 시속 400㎞ 이상의 속도로 날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로 알려져 있다. 연약한 제비갈매기와 비교하려는 것일까?


35, 만새기

농어목(Perciformes)에 해당되는 만세기는 날치류, 오징어류 등을 먹는다. 서양에서는 스테이크나 카르파치오(얇게 썬 육류·생선·채소·과일을 올리브오일·레몬즙·식초·후추 등으로 드레싱해 차갑게 먹는 이탈리아 전채) 요리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다. 소설 속에서도 '만새기는 맛이 너무 달거든(60p)'하며 노인은 말하고 있다. 주로 산란기인 6~8월에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한국 인근으로 이동하는데 산란기에는 지방이 적고 특유의 향으로 인해 맛이 없다는 평이다.


38, 노인은 바다거북이 그것(아구아 말라, 고깔해파리)들을 먹어 치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노인은 고깔해파리를 '갈보'라고 욕을 해댄다. 헤밍웨이의 여성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문장일지도 모르겠다는 내 맘대로의 상상을 한다.


44, 뭔가 좋은 일은 입 밖에 내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54, 저놈이 버티는 한 나도 버틸 수 있지

그렇다.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네 놈이 버티는 한 나도 버텨야 한다.


65, 오직 내 의지, 내 지혜에 맞서 모든 걸 갖고 싸우고 있는 저놈


97, 싸움이 끝나고 나니 이제 노예처럼 뼈 빠지게 해야 할 일이 잔뜩 기다리고 있군

첩첩산중(疊疊山中)이란 말은 일이 안 풀릴 때만 쓰는 말은 아닐 것이다. 어떤 때는 일을 해도 해도 끝나는 법이 없으니깐...


100, 고기가 나를 데려가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내가 고기를 데려가고 있는 건가.

내가 삶을 살고 있는지, 삶 속에 내가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를 묻는 듯하다.


104,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104p)

파멸과 패배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민음사 책(김욱동 역) <작품해설>에 의하면 '파멸은 패배의 결과로 볼 수 있다. (...) 파멸은 물질적, 육체적 가치와 관련된 반면, 패배는 어디까지나 정신적 가치와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패배가 파멸의 다음으로 오지만, 내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정신적 의지가 아닌지 생각해 본다.

30여 년 전 현대그룹 신입사원 수련회에서 외우다시피 읽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제목과 너무 흡사하다. 회장님이 <노인과 바다>를 읽은 것이 아닐까?

"시련은 있어도 실패은 없다"


105, 내게 남아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는 일밖에 없으니까.

노인의 긍정적 사고를 나타내는 표현. 게다가 상어가 자신이 잡은 고기를 물어뜯어버렸음에도 이어서 "고기 무게가 20킬로그램이 줄어 배는 그만큼 가볍게 달린다"라고 생각한다.


106, 희망을 버리는 건 (...) 죄악이거든


123, (노인은) 담요를 어깨와 등과 다리까지 덮고 두 팔을 쭉 뻗고 손바닥을 위로 펼친 채 신문지에 얼굴을 파묻고 잠이 들었다.

마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연상시킨다고 평하곤 하는 그 문장이다.


128, (마지막 문장)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감상평]


고졸. 1년간 수습기자. 시력문제로 육군입대 거부. 앰뷸런스 운전사로 1차 세계대전 참전. 두 다리에 중상. 어머니와 불화. 부인 해들리의 미발표 원고 분실. 아버지의 권총 자살.

그 유명한 헤밍웨이의 29세까지의 인생이다.

30세, <무기여 잘 있어라>(1929) 출간

41세,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1940) 출간

4번의 결혼

53세, <노인과 바다> 출간

54세, 퓰리처상 수상

55세, 노벨문학상 수상

62세, 우울증 등으로 엽총 자살


헤밍웨이가 마지막 남긴 백조의 노래, <노인과 바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 :

"내러티브 예술의 놀라운 경지와 현대 문체에 끼친 영향을 높이 평가함"

"폭력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현실 세계에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모든 개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존경심"


헤밍웨이 수상 소감 :

"작가는 혼자 작업해야 하고, 진정으로 훌륭한 작가라면 매일 영원과 부재를 직면해야 하죠. 진정한 작가에게 책을 쓰는 것은 매우 새로운 시작이며, 지금껏 도달하지 못한 곳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1936년 <푸른 파도 위에서>라는 <노인과 바다>와 유사한 내용을 산문을 발표했지만, 결국 무엇을 말하느냐 하는 것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함을 보여준다.


덕분에 앤소니 퀸 주연의 영화 <노인과 바다>(1990)(미국영화(한국어). 노인과 바다.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노인의 말이다. 노인이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강력한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1990년 제작)와 헤밍웨이의 삶을 다룬 영화 러브 앤 워(In Love And War, 1996)를 시청한다.


노인의 조 디마지오에 대한 애착 덕분에 나도 '디마지오와 메릴린 먼로와의 사랑' 관련 동영상을 보는 행운도 누렸다.([기막힌 클립] 야구 레전드 조 디마지오와 메릴린 먼로의 러브스토리 [러브스토리] | KBS 20030127 방송)


그리 길지 않은 책이라 빠르게 읽었지만 분량보다는 생각할 부분이 많은 책이다. 내년 이맘 때 다시 읽고 생각을 더 정리하고 싶다.


참, 오랜만에 한국 자동차 이름을 이 책에서 본 것도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브리사가 '미풍(산들바람)'이란 스페인어라는 것도, 티부론이 "상어'를 뜻하는 스페인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역시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




[더 생각할 것들]


1. 헤밍웨이의 문학사조상의 위치와 평가는?

헤밍웨이의 작품은 매우 현실적이고 간결하여 사실주의(realism) 전통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문학사적 분류에서는 제임스 조이스, T. S. 엘리엇, 버지니아 울프와 같은 모더니즘(modernism) 작가로 평가된다. 다만, 그는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처럼 난해한 실험적 기법보다는, 간결화·절제·침묵·행동 중심의 묘사를 통해 형식적 모더니즘 혁신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2. 헤밍웨이에 대한 비판 또는 지지 사례는?

헤밍웨이와 같이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상실감과 방향 상실 속에서 성장한 미국 작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학 경향)의 작가이자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작가인 존 더스 패서스(John Dos Passos, 1896 ~ 1970)는 헤밍웨이의 미니멀리즘을 “인물의 내면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빈약한 언어”라고 비판한다. 가장 우수한 전쟁문학의 하나로 인정받는 <나자(裸者)와 사자(死者)>의 작가인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 1923 ~ 2007)도 “헤밍웨이의 남성성은 시대가 만들어준 허구”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미니멀리즘의 소설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레이먼드 클레비 카버(Raymond Clevie Carver, 1938 ~ 1988)는 “내가 오늘 쓰는 방식이 있다면, 그 뿌리는 헤밍웨이다.”라며 헤밍웨이 소설을 사랑했다고 하며, 영화 커포티(Capote)로 유명한 소설트루먼 가르시아 커포티(Truman Garcia Capote, 1924 ~ 1984)는 “그는 단순하게 쓰는 법을 안다. 그리고 단순함이란 가장 어려운 것이다.” 라며 문장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바 있다.

194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윌리엄 커스버트 포크너(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 ~ 1962)는 <노인과 바다>를 "시간이 지나면 우리 시대 작가가 쓴 작품 중에서 아마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3.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 작품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헤밍웨이의 작품들은 대부분 '승리보다 ‘어떻게 패배하는가'가 주를 이룬다. 그 배경도 전쟁이나 투쟁을 통해 인간의 실존을 드러낸다.

그러나 <노인과 바다>는 기존 작품이 사랑·이념·정치·집단을 포함한 복수의 층위로 구성된 것과 달리, 단일 공간(바다), 단일 관계(노인–물고기–소년), 단일 사건(포획-상실)으로 축소한 전형적인 모더니즘적 축소·정수화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4. 헤밍웨이 소설의 주요 특징(규범성, 언더스테이트먼트 기법, 하드보일드 스타일 등)은 무엇이며, 이후 소설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1) 규범성(Code of Conduct)

그에 있어 규범성은 단순한 도덕률이 아니라, 인간이 불가피한 패배 속에서도 품위(dignity)를 유지하는 방식에 관한 “행동 규범”이다.

<노인과 바다>에서는 잡은 청새치를 모두 잃고 난 후 "내게 남아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는 일밖에 없으니까."(105p)(패배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태도),

상어와의 싸움으로 손과 등이 아픔에도 "오직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100p)(고통을 스스로 감당하는 규범),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104p)(실패하더라도 끝까지 “행동”으로 증명하려는 규범),

"난 될 수 있으면 돈을 빌리지 않고 싶구나. 처음에는 돈을 빌리지. 그러다 나중엔 구걸하게 되는 법이거든"(19p)(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자기 절제의 윤리),

"저 돌고래들과 날치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형제들이지"(49p)(자연을 적이 아니라 ‘존재’로 대하는 규범)

"내가 진 건 그 뒤였어"(125p)(말보다 침묵으로 품위를 지키는 규범)

2) 언더스테이트먼트(Understatement)와 생략의 미학

헤밍웨이의 문체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말하지 않음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는 방식인데, 그 유명한 '표현된 1/8 아래에 말해지지 않은 7/8의 층위가 존재한다'는'빙산 이론(Iceberg Theory)이다.

<노인과 바다>에서 나오는 두 부류로 어부를 나눈다. "노인은 늘 바다를 '라 마르'라고 생각했는데, (...) 젊은 어부들이나 (...) 큰돈을 번 어부들은 '엠 마르'라고 남성형으로 부른다. (...) 노인은 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31p). 그러나 이 구분은 단지 바다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나누는 세계관의 차이이다.

3) 하드 보일드(Hard-boiled) 스타일

단단하고 건조한 문체를 말하는데 이는 할리우드 누아르 및 미국 범죄소설과 연결된다.

“느끼게 하지 말고, 보이게 하라(show, don’t tell)”


헤밍웨이의 하드 보일드 스타일은 레이먼드 카버, 애밀리오 윌리엄스, 애너 비티 등 미국 미니멀리즘 소설의 출현을 가져온다.


5. 헤밍웨이 문학 또는 <노인과 바다>에 나타나는 스토아주의는 어떤 부분 때문인가?

스토아 철학(제논,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이 강조하는 규범적 원리는 ;

1) 외부의 사건은 나의 통제 밖에 있다

2) 그러나 어떻게 반응할지는 나의 통제 안에 있다

3) 정념(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를 지배함으로써 덕(virtus)을 이룬다

4) 고통·손실·죽음은 악이 아니다(반응의 방식만이 선과 악을 결정한다)

5) 운명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살아야 한다


지난 2025년 3월 읽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다음과 같이 그의 생각을 정리한 적이 있다.([독서] 철학)

1) (돈, 건강 등이 아닌) 미덕이 행복이다

2) 감정, 욕망을 병으로 취급, 신념이 바뀌면 감정도 바뀐다

3) 인간은 본성적으로 타인을 유익하게 하는 내재적 성향을 지닌다

4) 자연, 우주에 내재된 목적, 의미가 존재한다

5) 철학은 고도로 통일된 지식체계를 형성한다


<노인과 바다>에서 다음과 같은 스토아적 요소가 드러난다.

1) 산티아고는 바다, 날씨, 물고기, 상어, 신체 쇠약 등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음을 알고 그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2) 산티아고는 손이 찢어지고 등에 피가 나지만 신음하거나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3) 어렵게 잡은 청새치를 잃은 결말은 겉보기에는 “패배”이지만, 산티아고는 그것을 악이나 실패로 보지 않는다.

4) 산티아고는 바다를 “상대/적”이 아니라 “형제·운명·어머니”로 부른다.

5) 산티아고의 서사는 외부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내면의 조용한 사유로 진행된다. 이는 마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자기 자신에게만 말을 건네며 명상적 형태로 덕을 유지한 방식과 유사하다.

이래서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어네스토익(Ernest + Stoic)이란 별명으로 불리나 보다.

라이언 홀리데이의 <스토아 수업>을 빨리 이어서 읽을 필요가 생겼다.


6. <노인과 바다>가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

<노인과 바다>는 “노인이 큰 물고기를 잡았다가 잃는 이야기”로 단순해 보이지만, 다중(多層)의 주제를 동시에 제시하기 때문에 노벨문학상 수상의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2) 인간은 고독 속에서 존재를 증명한다.

3) 인간의 노동은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서 가치가 있다.

4) 자연은 적이 아니라 대화 상대이다.

5) 죽음은 공포 대상이 아닌, 존엄의 시험장으로 죽음을 수용한다.

기독교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한데, 그 부분은 추후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로 하고 생략하자.


7.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가 큰 청새치를 죽이고자 하는 자만심과 그리스 비극의 휴부리스(Huburis)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휴브리스(Hubris)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지나친 자만과 오만”을 의미한다. 신(神)들을 무시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로서 이런 행동을 한 인간들은 신들의 분노를 사서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곤 한다. 휴브리스는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 타인의 조언을 무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결국엔 몰락을 맞이한다.

이카루스(태양까지 날겠다는 오만), 오이디푸스(진실을 “알 수 있다”는 과도한 확신), 아가멤논(신을 무시하고 권력적 선택), 크레온(공동체와 신법보다 자신의 판단을 절대화)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나는 큰 청새치를 잡을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 때문에 자만처럼 보이지만, 그의 자만은 신을 넘보는 교만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를 긍정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기 긍지이다. 그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고(자기 한계 인지),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않으며(“바다는 형제”), 승리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존재를 확인하려 했고, 실패 후 자신을 탓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패배를 견디는 자기 긍지”를 보여준다.


8. <노인과 바다>의 노인 산티아고와 소년 마놀린의 관계는?

<작품해설>에서 역자도 설명하고 있듯이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라 말한 적이 있다(<My Heart Leaps Up>, 1802). 워즈워스는 이 문장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성, 감각, 경이(astonishment)'가 어른의 인생 전체를 형성한다는 역설적 진리를 말한다. 즉, 아이는 단지 성장 이전의 존재가 아니라 어른을 낳고 유지하게 만드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노인과 바다>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노인 산티아고와 소년 마놀린과의 만남과 대화가 주를 이루고 있고 특히 청새치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서 힘들 때마다 소년 마놀린과 같이 있기를 희망한다. 이렇게 소년이 노인의 정신적 생명을 붙들고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과 바다>의 소년 마놀린은 워즈워스의 아이처럼 '순수의 원형'이 아니라 존엄과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는 타자로 나타난다. 워스워스처럼 순수한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헤밍웨이는 소년과 함께 존엄한 인간 존재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읽을 도서]

1. 허먼 멜빌, <모비 딕>

2.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거라>

3. 헤밍웨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4. 헤밍웨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5. 라이언 홀리데이, <스토아 수업>

6. 박소영,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 고난을 깨달음으로 바꾸는 헤밍웨이 인생 수업>

7.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8. 레이먼드 클레비 카버, <대성당>



2025.12.24 ~ 12.30, 한국 통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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