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暝想錄 Meditations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Marcus Aelius Aurelius Verus Caesar, 马可·奥勒留 (121~180) -
우리는 간혹 누군가에 조언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도 충고할 때가 있다.
이번 책은 자신에게 충고하는 철학적 일기라고 할 수 있는 '명상록'이다.
스토아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로 노예 철학자 에픽테토스(Epictetus)의 '담화록'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파스칼(Blaise Pascal)의 『팡세(고백록)』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이후 읽어야 할 책은 이 두 권의 책이 될 것 같다.
또한, 병영생활을 하던 생애 마지막 10년 중에 쓴 것이니 한국으로 보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비교될 듯도 하다.
'로마제국쇠망사'의 저자인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이 언급한 "세계사 속에 인류가 가장 행복하고 번영했던 시대, 로마 5현제(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중 마지막 황제가 이 아우렐리우스이다.
스토아학파(Stoicism)는 기원전 313년 키프로스 출신의 제논(Zenon)이 아테네로 건너와 창시한 그리스 로마 철학의 한 유파이다. 스토아(στοά)란 본래 건물 앞면은 기둥으로, 뒷면은 벽으로 이루어진 고대 그리스의 공공 건축물을 뜻하는 말인데, 제논이 아테네에서 강연한 장소인 주랑(柱廊, stoa)이었던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위키백과 참조)
스토아학파는 일상에서 지혜, 용기, 절제 또는 중용, 정의의 네 가지 미덕을 실천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사는 것이 유다이모니아 eudaimonia, 즉 풍요로운 삶을 달성하는 길(행복을 느끼는 상태)이라고 생각했으며,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리스와는 달리 이데아적 윤리에 회의를 품고 삶에 닥치는 일들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에 몰두했다. 천상의 윤리가 아닌 지상의 윤리를 추구한 것이라 하겠다. 특히 인간에게 "덕은 유일한 선"이며, 건강, 부, 쾌락과 같은 외적인 것들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아디아포라 Adiaphora) "덕이 행동할 수 있는 재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가르치는 것(namu wiki 참조)이라 하니 개인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강조하는 점에서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현대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은 명상록의 내용에 모순점이 많고 일관성이 없고, 난해한 문장 때문에 이해가 어려우며 그만의 독창적인 철학을 구사하지 못하고 스토아 철학자들에 경도되었을 뿐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다소 중복되기도 하고 서로 모순됨을 나 스스로도 느끼면서, 그러나 아우렐리우스가 주장하는 1) (돈, 건강 등이 아닌) 미덕이 행복이다 2) 감정, 욕망을 병으로 취급, 신념이 바뀌면 감정도 바뀐다 3) 인간은 본성적으로 타인을 유익하게 하는 내재적 성향을 지닌다. 4) 자연, 우주에 내재된 목적, 의미가 존재한다. 5) 철학은 고도로 통일된 지식체계를 형성한다는 내용은 여러 번 나를 고민하게 했던 주제들이었고 특히 “신념이 바뀌면 감정도 바뀐다”는 주장은 감정에 따라가기 쉬운 요즘 나를 잡아주는 아주 좋은 채찍이 된 듯하다.
그 많은 명상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몇 개를 선정한다면;
“다른 사람의 정신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살피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이 불행해지는 경우는 없지만, 자신의 정신의 움직임들을 주의 깊게 잘 살피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지게 된다(2권 8장)“
“어떤 일이 네가 해내기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경우에, 그 일을 다른 사람도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일은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너도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라(6권 19장)”
당연히 ‘명상’을 체계적 순서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다소 산만한 내용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완독 후 기시미 이치로(Kishimi Ichiro)의 ‘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이라는 참고서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기시미 이치로는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인 ‘미움받을 용기’로 유명한 아들러 심리학 전문가이다.
그가 ‘자신의 내면을 보고, 타자와 공생하는 방법을 배우고, 고난과 마주하며, 지금 여기를 살 것’을 명상록 읽기 가이드로 제시한 것은 내게 매우 훌륭한 지침이 되었다.
美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Bill Clinton)은 이 책을 "일 년에 2번은 꼭 읽는다"라고 했다고 하고, 中 원자바오(温家宝) 전 총리도 “항상 침대 머리에 두고 읽는다”라고 하는데, 나도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