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보이는 한 장이요."
2045년, 스마트시티 판교 북구역에는 '비가시 구역'이라 불리는 작은 지역이 있었다. 얼굴 인식 시스템도, 재난 감지 센서도, 상업용 촬영 드론도 모두 일정 거리 밖에 머물렀다. 사진가들을 위한 이 조용한 피난처에는 벽에 수동 카메라 대여함이 붙어 있고, 바닥에는 '그림자 기준선'이 그려져 있었다. 오후 두 시 반, 그 선에 서면 골목 끝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눈동자에 작게 떠오르곤 했다.
나는 스무해 넘게 사진을 찍어왔다. 처음 열다섯 해는 AI 보정 툴과 자동 구도 프로그램에 의지했다. 눈동자 반사광을 확대하고, 홍조를 적당히 조절하고, 미소의 각도를 0.3도 단위로 교정했다. 모든 것이 정확했다.
어느 날, 아들을 잃은 한 노인이 내게 말했다. "이봐, 당신 사진은 완벽해보이오. 하지만 어째 당신의 사진 속 완벽한 아들의 상(像)이 실제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아들을 지워버리는 것 같소."
그 말을 듣고 나는 오랜시간 방문을 망설이던 이곳, 비가시 구역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다시 배워야 했다. 손과 호흡과 기다림을.
그날도 나는 기준선 근처에 머무르고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소녀가 골목 입구에서 망설이며 들어왔다. 양손에 낡은 스웨터를 꼭 쥐고 있었다.
"사진 찍으러 오셨나요?" 내가 물었다.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증명사진이랑… 하나 더요."
"몇 장 필요한가요?"
"두 장이요." 소녀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증명용 한 장, 그리고…" 그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사랑이 보이는 한 장이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사랑이 보이는 사진을 원한다는 주문은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사람마다 달랐다. 어떤 이들은 환한 웃음을 원했고, 어떤 이들은 눈물을 원했으며, 어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를 원했다.
"좋아요. 그런데 여기선 AI가 도와줄 수 없어요. 괜찮나요?"
"네." 소녀가 말했다. "그래서 여기 왔어요. 선생님이… 진짜로 찍어주신대요."
나는 카메라를 들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 스웨터, 만져봐도 될까요?"
소녀는 잠시 망설이다 스웨터를 내밀었다. 니트의 올은 조금 거칠었고, 손바닥에 닿는 온도는 미지근했다. 누군가의 체온이 오래 스며든 천이었다.
"할머니 거예요." 소녀가 말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들어주셨어요. 제가 추워할 때마다 자주 걸쳐주셨어요. 겨울마다 냄새가 나요. 나무 냄새… 아니, 약간 된장 냄새 같은 거."
나는 웃음을 참았다. 그 냄새를 나도 알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겨울마다 꺼내던 목도리에서 나던 냄새였다. 삶이 배어든 천의 냄새. 사진은 냄새를 찍을 수 없다. 그것이 사진의 결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 결함 덕분에 우리가 다른 것을 더 잘 보게 된다고 믿었다. 촉감, 숨결, 기다림의 순간들.
"알겠어요."
내가 말했다.
"먼저 증명사진부터 찍을게요."
나는 소녀를 기준선으로 안내했다. 고개를 너무 들지 말라고, 턱을 살짝 안으로 당기라고, 양쪽 어깨를 똑같이 하라고 말했다.
소녀는 고분고분 자세를 잡았다. 셔터가 눌리는 소리가 골목에 작은 금속음처럼 울렸다. 완벽한 반듯함. 행정 서류가 사랑하는 얼굴.
"좋아요. 이제…"
나는 카메라를 살짝 내렸다.
"사랑이 보이는 한 장을 찍어볼까요?"
소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할머니가 지금 여기 계신다고 상상해봐요." 내가 천천히 말했다. "오늘은 그냥 별다른 말씀없이… 미소를 머금으며 손녀를 바라보고 계세요."
소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왼쪽 광대 위 피부가 작게 경련했다. 나는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
기다림에는 방향이 있다. 만약 지금 찍는다면, 그것은 슬픔의 사진이 될 것이다. 눈물이 터지기 직전의 긴장.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폭발이 아니라 온도였다. 천천히 따뜻해지거나 천천히 식어가는 감정의 온도.
나는 기다렸다. 소녀의 눈빛이 조금씩 변해갔다. 슬픔이 가라앉고, 그 자리에 다른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구체적인 순간의 기억.
"할머니가 그 스웨터를 손님에게 걸쳐줄 때를 떠올려봐요." 내가 속삭이듯 말했다. "할머니 손이 처음엔 조금 차갑다가, 손님 체온 때문에 천천히 따뜻해지는 걸… 그때 손님는 어떤 표정이었을까요?"
소녀는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스웨터를 입었다. 오른손이 직선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약간 돌아 들어왔다. 팔꿈치가 몸에서 조금 떨어졌다가 다시 붙었다. 그 작은 비틀림 속에 몸이 기억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할머니가 스웨터를 걸쳐줄 때마다 소녀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자세.
나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가 셔터를 눌렀다. 단 한 번.
"끝났어요." 내가 말했다.
소녀가 눈을 깜빡였다.
"벌써요?"
"응. 사랑은 길지 않아요. 아주 짧은 순간이에요.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안에 모든 게 들어 있어요."
소녀는 여전히 스웨터를 어깨에 걸친 채 서 있었다. 햇빛이 골목 끝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들어와 소녀의 왼쪽 뺨을 비췄다.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장면을 그냥 바라보았다. 사진으로 찍지 않은 순간들이 때로는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사진은 내일 찾으러 오세요." 내가 말했다. "현상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요."
"네." 소녀가 대답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스웨터를 다시 양손에 안았다.
소녀가 골목을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 아이는 내일 사진을 보고 무엇을 느낄까. 사랑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내 일이 아니었다. 나의 일은 단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셔터를 누르는 것뿐이었다. 나머지는 사진을 보는 이의 몫이었다.
나는 카메라를 대여함에 돌려놓고 골목을 나섰다. 바깥 거리에는 드론들이 다시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건물 벽면마다 광고 홀로그램이 반짝였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최적화된 도시. 하지만 저 완벽함 어디에도 냄새는 없었다. 온도도 없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천천히 걸었다. 내일, 소녀가 사진을 보러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얼굴에서 답을 읽을 것이다. 사진 속에 사랑이 보이는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