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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 어른동화] 포즈의 온도(2화)

"할머니가 여기 계세요. 이 기울어진 어깨 안에."

by Alice in the Smart City

2화. 사랑이 보이는 한 장


다음 날 오후 세 시, 소녀가 다시 왔다. 그 빨간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왔네요." 내가 말했다.

"네." 소녀가 대답했다. 목소리에 긴장이 섞여 있었다.


나는 현상소에서 받아온 봉투를 꺼냈다. 두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먼저 증명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완벽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 양쪽 눈의 높이가 정확히 같고, 입술의 중심선이 코의 중심선과 일치했다. 행정 시스템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한 사진.


"이건 괜찮네요." 소녀가 말했다.


"응. 이건 기계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사진이예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을 꺼냈다.


소녀는 사진을 받아들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그 침묵을 방해하지 않았다.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은 보는 이의 것이었다.


사진 속 소녀는 어제의 그 소녀였지만, 동시에 조금 달랐다. AI가 만들어내는 대칭과 달리, 얼굴의 좌우가 미세하게 달랐다. 콧방울의 명암이 왼쪽은 조금 어둡고 오른쪽은 조금 밝았다. 눈동자의 반사광이 기준선보다 반 칸 낮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웨터를 입는 그 순간의 몸짓이 사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스웨터를 입은 왼쪽 어깨가 오른쪽보다 약간 더 내려가 있었다. 마치 소녀가 무게를 견디는 듯 보였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이 그 천을 통해 소녀의 어깨에 닿아 있는 것 같았다.


"이상해요." 소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양쪽이 안 맞아요. 증명사진은 딱 맞아 보이는데, 이건…"

"응."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은 원래 균형이 맞지 않아요."


소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사람은 완벽하게 대칭으로 서 있을 수 없어요." 내가 설명했다. "한쪽 어깨가 항상 조금 더 높거나 낮고, 한쪽 눈이 조금 더 크거나 작고, 한쪽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가 있어요. 그게 우리예요.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그 불균형을 나눠 가져요. 할머니가 스웨터를 입혀준다고 상상할 때, 손님은 무의식적으로 왼쪽 어깨를 낮췄어요. 할머니의 손이 더 편하게 닿을 수 있도록. 그게 손녀의 사랑이었어요."


소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그럼… 이게 사랑이 보이는 사진인가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손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소녀는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한참을, 정말 오래.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내 손을 가리켰다.

"여기요."

"뭐가?"

"사랑이 여기 있어요. 선생님 손에."


나는 당황해서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지가 무의식적으로 약간 구부러지고, 손등의 힘줄이 긴장해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만지는 사람의 손처럼.


"선생님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시죠?" 소녀가 물었다.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소녀의 질문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정확했다.


"옛날에…" 나는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계셨어요. 아버지는 겨울마다 낡은 목도리를 꺼내셨어요. 이 스웨터처럼 그 목도리에도 냄새가 있었어요. 나무와 담배 냄새가 조금. 나는 그 냄새를 싫어해서 아버지한테 새 목도리를 사드리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거절하셨어요."


소녀가 조용히 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그 목도리를 찾았어요. 그리고 겨울마다 꺼내서 목에 둘러요. 냄새는 이제 거의 사라졌어요. 하지만 천을 만질 때마다, 아버지의 손이 느껴져요. 그 거칠고 따뜻했던 손이."


"그게 선생님의 사랑인가요?" 소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그게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인 것 같아요. 사진은 냄새를 담을 수 없어요. 목소리도, 온도도 담을 수 없어요. 하지만 그 대신, 사진은 우리에게 다른 것을 기억하게 해줘요. 손의 모양, 어깨의 기울기, 눈동자의 방향. 그 작은 것들이 사랑의 좌표가 돼요."


소녀는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이번에는 다른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이제 보이나요?" 내가 물었다.


"네." 소녀가 대답했다.

"할머니가 여기 계세요. 이 기울어진 어깨 안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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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스마트시티 판교 도심의 거대 스크린에서 '시민 사진 상영회'가 열렸다. 매달 한 번, 시민들이 찍은 사진을 무작위로 선정해 도시 전체에 상영하는 행사였다. 화려한 풍경 사진, 완벽한 인물 사진, AI가 보정한 예술 작품들이 차례로 스크린을 채웠다.


하지만 우리의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비가시 구역에서 찍은 사진은 외부 송출이 금지되어 있었다. 어떤 네트워크에도 연결될 수 없었다. 그것이 비가시 구역의 규칙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창가에 앉았다. 소녀의 사진 인화본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스크린 속 사진들은 모두 완벽했다. 구도, 색감, 선명도. 모든 것이 알고리즘이 계산한 최적값에 수렴했다. 하지만 내 앞의 이 사진은 달랐다. 기울어진 어깨, 비대칭적인 명암, 기준선을 벗어난 눈동자.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 사진 안에는 스크린의 모든 사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온도가 있었다. 천천히 식어가는 기억의 온도가 아니라, 여전히 따뜻한 현재의 온도. 사랑하는 이의 손이 방금 떠난 직후의,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 그 순간의 온도.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거대 스크린이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완벽한 이미지들이 끝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저 빛나는 화면 어디에도 진짜 손의 온도는 없었다. 진짜 무게를 나눠 가지는 어깨의 기울기도 없었다.


스크린을 지배하는 알고리즘이 줄 수 없는 교감이 있다면, 그것은 정확함이 아니라 불균형을 기꺼이 감당하는 자세일 것이다. 누군가의 무게를 나눠 지기 위해 기꺼이 한쪽 어깨를 낮추는, 그 작고 불완전한 사랑의 몸짓.


창밖에서 마지막 상영 사진이 사라지고, 스크린이 어두워졌다. 도시는 다시 일상의 불빛으로 돌아갔다. 나는 책상 위 램프만 켜놓고, 어둠 속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손끝에는 여전히 오래된 목도리의 촉감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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