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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현PD Jun 04. 2022

[자기정리] 춤을 춥니다. 우리, 예술을 합시다.

춤과 삶에 관한 고찰. 

브런치에는 업에 관한 내용들만 써야겠다 마음먹었다가 또 몇 가지 고찰들을 적어두고 싶어 에세이도 끄적이고 있다. 무슨 이름을 붙일까 고민하다 '자기정리'라는 이름을 붙여봤다. 꼭 한 번쯤 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적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예술가를 갖고 태어난대요. 예술가는 낙서여도 좋으니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춤을 춰요. 그런데 타인들이 그 예술가를 자꾸만 죽게 만들어요. '오글거린다'라는 단어로. 

네가 무슨 춤이야? 그림이야? 글이야?

나와 가장 친해지는 방법은 그 예술가를 무럭무럭 키우는 일이니까.
절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술을 하세요. 

어렸을 때 저 이야기가 왜 이렇게 귀에 꽂히던지. 강연이었나(?)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 기억도 안 난다(ㅎㅎ)


 예술을 하라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절대 놓치지 말라는 소리로 들렸다. 나의 예술가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다가 춤을 시작했고 사랑하게 되었다. 춤은 추면 출수록 삶과 비슷하다. 



같은 동작이어도 누구의 몸이냐에 따라 표현이 다르다.

나만 할 수 있는 행위다.  

모든 사람의 춤 동작은 절대 같을 수 없다. 몸 선이 다르고 팔, 다리, 어깨, 목 손가락 하나하나 내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전부 다른 동작이다. 그 동작이 내 몸에 오면 어떻게 표현되는지 익히면서 나의 몸 쓰임을 마주한다. 아, 나만 할 수 있는 동작이다. 나는 이런 표현을 하는 사람이다. 나에 대한 이해다. 



음악과 소스, 박자에 집중한다.
잡생각을 잊는다.

춤은 가사에만 맞춰지지 않는다. 음악 소스에 맞춘다. 노래에는 피아노 소스, 드럼 소스, 쿵하는 박자 등 다양한 소스로 이뤄져 있고 그 소스에 집중해 박자를 맞춰야 음악과 한 몸이 된다. 정말 고난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퇴근을 해도 생각들이 밀려온다. 이 프로젝트 광고비 제대로 들어갔나? 나 이번 달 실적 괜찮나? 나 잘 살고 있나?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을  머릿속에서 굴리면서 고통만 받는다. 유난히 걱정거리들이 쏟아지는 날에는 꼭 춤이라는 댐으로 막는다.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행복하다.

댄서 씬의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는데 상대방이 춤을 출 땐 전적으로 응원한다. 그 사람이 잘 추든 못 추든 그 사람의 움직임에 환호를 보낸다. 사람들 앞에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할 때 정말 떨린다. "틀리면 어떡하지?"


하지만 음악이 시작되면 내 앞의  사람들은 그냥 나의 존재에 응원과 찬사를 보내준다. 누군가를 이렇게 맹목적으로 응원한 적이 있나? 이 에너지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은 춤을 절대 포기할 수가 없다. 온몸이 그 기운을 다 받아내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아- 정리하고 나니 더 좋아진다. 몸을 쓰는 일이니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체력이나 쓰임이 예전처럼 빠릿빠릿한 느낌은 또 아니다(ㅎㅎ) 그런 나에게 맞는 무드를 또 만들어봐야지. 

50대가 되어도 지팡이 들고 멋스러운 무빙을 보이고 싶은 게 소소한 희망이다. 

(궁금할까 봐 인스타 첨부  : https://www.instagram.com/god_seohyeon/ ) 


춤이 아니어도 좋으니 우리, 예술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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