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삶에 관한 고찰.
브런치에는 업에 관한 내용들만 써야겠다 마음먹었다가 또 몇 가지 고찰들을 적어두고 싶어 에세이도 끄적이고 있다. 무슨 이름을 붙일까 고민하다 '자기정리'라는 이름을 붙여봤다. 꼭 한 번쯤 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적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예술가를 갖고 태어난대요. 예술가는 낙서여도 좋으니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춤을 춰요. 그런데 타인들이 그 예술가를 자꾸만 죽게 만들어요. '오글거린다'라는 단어로.
네가 무슨 춤이야? 그림이야? 글이야?
나와 가장 친해지는 방법은 그 예술가를 무럭무럭 키우는 일이니까.
절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술을 하세요.
어렸을 때 저 이야기가 왜 이렇게 귀에 꽂히던지. 강연이었나(?)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 기억도 안 난다(ㅎㅎ)
예술을 하라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절대 놓치지 말라는 소리로 들렸다. 나의 예술가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다가 춤을 시작했고 사랑하게 되었다. 춤은 추면 출수록 삶과 비슷하다.
모든 사람의 춤 동작은 절대 같을 수 없다. 몸 선이 다르고 팔, 다리, 어깨, 목 손가락 하나하나 내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전부 다른 동작이다. 그 동작이 내 몸에 오면 어떻게 표현되는지 익히면서 나의 몸 쓰임을 마주한다. 아, 나만 할 수 있는 동작이다. 나는 이런 표현을 하는 사람이다. 나에 대한 이해다.
춤은 가사에만 맞춰지지 않는다. 음악 소스에 맞춘다. 노래에는 피아노 소스, 드럼 소스, 쿵하는 박자 등 다양한 소스로 이뤄져 있고 그 소스에 집중해 박자를 맞춰야 음악과 한 몸이 된다. 정말 고난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퇴근을 해도 생각들이 밀려온다. 이 프로젝트 광고비 제대로 들어갔나? 나 이번 달 실적 괜찮나? 나 잘 살고 있나?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을 머릿속에서 굴리면서 고통만 받는다. 유난히 걱정거리들이 쏟아지는 날에는 꼭 춤이라는 댐으로 막는다.
댄서 씬의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는데 상대방이 춤을 출 땐 전적으로 응원한다. 그 사람이 잘 추든 못 추든 그 사람의 움직임에 환호를 보낸다. 사람들 앞에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할 때 정말 떨린다. "틀리면 어떡하지?"
하지만 음악이 시작되면 내 앞의 사람들은 그냥 나의 존재에 응원과 찬사를 보내준다. 누군가를 이렇게 맹목적으로 응원한 적이 있나? 이 에너지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은 춤을 절대 포기할 수가 없다. 온몸이 그 기운을 다 받아내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아- 정리하고 나니 더 좋아진다. 몸을 쓰는 일이니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체력이나 쓰임이 예전처럼 빠릿빠릿한 느낌은 또 아니다(ㅎㅎ) 그런 나에게 맞는 무드를 또 만들어봐야지.
50대가 되어도 지팡이 들고 멋스러운 무빙을 보이고 싶은 게 소소한 희망이다.
(궁금할까 봐 인스타 첨부 : https://www.instagram.com/god_seohyeon/ )
춤이 아니어도 좋으니 우리, 예술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