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간장의 두 얼굴, 발효의 깊이와 화학적 그림자

가수분해 단백질의 정체

by 조은희

1부 What’s Added 감각을 조작하는 첨가물의 세계

3장. 미각을 사로잡다 _감미의 중독

(4) 간장의 두 얼굴, 발효의 깊이와 화학의 그림자


감칠맛, 혀는 속지 않지만 뇌는 속는다

“이거… 왜 이렇게 계속 먹게 되지?”

입안 가득 퍼지는, 어딘지 구수하고 묘하게 깊고, 뭔가 더 먹고 싶게 만드는 그 느낌,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라면 한 젓가락, 볶음밥 한 숟갈, 조림 국물까지 싹싹 비우게 만드는 진한 맛. 배가 불러도 더 먹고 싶어지는 이 감각을 우리는 종종 '엄마 손맛’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바로 [감칠맛]의 힘이다. 혀에 닿자마자 침샘을 자극하고, 뇌를 간질이며, 음식에 중독되듯 집착하게 만드는 이 미묘한 자극은, 엄마표가 아니라 이제는 과학이 설계한 맛이다.


감칠 맛의 정체

감칠맛(Umami, うま味)은 일본어로 '맛있다'는 뜻의 '우마이(うまい)'와 '맛'을 뜻하는 '미(味)'의 합성어이고, 짠맛, 단맛, 신맛, 쓴맛과 함께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분류된다


전통적으로는 다시마, 표고, 고기 국물과 같은 천연 재료에서 얻던 깊은 풍미였다. 하지만 대량생산과 원가절감이 절대 과제인 현대 식품 산업은, 이 맛을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만들어낸다. 바로 [가수분해 단백질]과 [MSG], 그리고 [감칠맛 강화 설계 기술]이다.


가수분해 단백질, 발효를 흉내 낸 감칠맛

가수분해 단백질(Hydrolyzed Vegetable Protein, HVP)은 콩, 옥수수, 밀 등의 단백질을 추출해 식용 염산으로 단시간에 분해해 얻는다. 이 과정에서 감칠맛의 핵심 성분인 글루탐산이 만들어진다. 그 특징이 다음과 같다.

- 전통 발효보다 훨씬 빠르고 값싸다.

- 간장, 된장 등 전통 조미료의 풍미를 모방한다.

- 효소분해 방식도 있으나 대부분은 '산분해' 방식이다.

- 제품 라벨에는 ‘아미노산액’, ‘효소분해간장’, ‘향미증진제’ 등으로 표기된다.


문제는 산분해 과정에서 3-MCPD, 1,3-DCP 같은 발암 가능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지만, 실제 사용량과 노출 빈도를 고려하면 가볍게 볼 수 없다.


간장은 다 같은 간장이 아니다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간장은 이름은 비슷해도 제조방식은 크게 다르다(자료1). 가수분해 단백질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품 중 하나가 간장이다. 어느 종류의 간장에 쓰일까? 산분해 간장이 들어간 혼합간장이다.

간장 종류.png <자료1> 간장의 종류 및 특징


라벨에는 ‘맛간장, 요리 전용,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실제로는 산분해 간장이 섞인 경우가 많다.


발효의 깊이 vs 화학적 그림자

발효 간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미생물 활동이 만든 자연스러운 깊이와 풍미를 제공한다.

반면 산분해 간장은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화학적 감칠맛과 첨가물이 본질이다.


발효의 깊이와 화학의 그림자, 이 두 얼굴을 이해하고, 간장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라벨을 꼭 확인하자(자료2). 진짜 맛과 설계된 맛을 구분하는 첫걸음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간장.png <자료2> 간장 종류별 원재료



다음 편에서는 감칠맛의 또다른 성분' MSG'와 '감칠맛 강화 설계'의 비밀을, 라면 스프를 통해 열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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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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