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같이 일했던 동료로부터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어느 강연을 듣다가 내가 떠올랐다고.
"...강연 중에 Giver, Taker, Matcher라는 개념이 나왔는데 주는자, 받는자, 주고받는자를 소개하면서 가장 성공하는 유형과 가장 실패하는 유형이 Giver라고 했어요. 그 차이는 taker를 구별할 수 있느냐 없느냐였고요. 크리스께 항상 많이 받아왔던 것 같아 지금 드릴 수 있는 것 없지만 감사인사라도 남겨야겠다 하고 왔습니다. 감사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뜻밖의 선물 같았달까. 재능있는 개발자인 그에게는 사실 마음 한 켠 늘 미안함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안 하겠다, 함께 하기 어려울 거 같다는 사람을 끈질기게 달라붙어 데려왔다가 조직에서 나란히 팽(?)당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나야말로 덕분에 많이 배웠고 감사했다"고 답했다.
'감사하다'라는, 하루에도 수십번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이 가벼운 말이 왜 묵직하게 느껴졌던 걸까. 아마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내 스스로도 확신이 잘 서지 않는 많은 일들이 그래도 의미가 없진 않다는, 그래도 누군가에겐 가치있었다는 의미로 느껴졌기 때문 아닐까. 적어도 나에겐 그의 말이 의례적으로 하는 그런 감사 인사는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얘기지만 며칠 전 예능 프로그램 <나는SOLO>에서 한 남성 출연자가 데이트를 함께한 여성이 카페를 나가며 사장님께 "운영 시간이 아닌데도 열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콕 찝어 감사를 전한 점을 언급하는 대목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사장님 입장에서야 하루에도 수십번 듣는 게 "감사"였겠지만, 분명 다르게 느껴졌을 테다. 그런 감사 인사, 나도 많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