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메모법은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1927-1998) 교수가 만들었다.20세기 사회 체계 이론의 가장 유명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소개되는 인물이다. 주요 저작물로는 <사회의 사회(Die Gesellschaft der Gesellschaft)>(1997)가 있다. 공무원이었던 루만은 뒤늦게 교수가 되었는데, 당시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 헬무트 셸스키의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루만이 보낸 논문을 보고 당시 신생 대학이던 빌레펠트 대학의 교수직을 권했다.
니콜라스 루만
문제는 당시의 루만이 박사 학위는 물론 사회학 관련 학위 자체가 없었다는 것. 그랬던 그가 불과 1년 만에 사회학 교수가 되기 위한 모든 자격을 획득하고, 1968년 빌레펠트 대학 교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제텔카스텐 메모법에 있었다.
루만은 교수가 된 뒤30여년 동안연구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7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하고, 400여 개의 논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 계산해보면 1년에 책 2.5권, 130개의 논문을 쓴 셈이다.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그렇게 높은 생산성과 다작 능력을 유지하는지 궁금해 했다. 루만은 늘 그 원천으로 제텔카스텐을 언급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제텔카스텐 시스템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종류의 노트가 존재한다. 1) 임시 메모로 다른 일을 하던 중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2) 다른 문헌에서 찾은 영감을 주는 내용을 문헌 메모로 저장했다가 최종적으로 3) 영구 메모로 변환한다. 영구 메모는 이름대로 영구적으로 보관하면서 축적하고 개선해 나간다.
내가 이해한 제텔카스텐의 핵심은 부유하고 떠도는 생각의 조각(메모)들을 덩어리로 만들고(bottom-up), 메모와 메모를 서로 연결(hyperlink)시켜놓는 데 있다. 쉽게 말해 '개인 위키(wiki)'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메모 상자를 사람들은 'Second Brain(두 번째 뇌)'이라고 부른다.
루만 교수의 신화적인 에피소드는 전세계 수많은 제텔카스텐 추종자들을 낳았다. 개발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메모앱 옵시디언(Obsidian)은 아예 'A second brain, for you, forever.'라는 문구를 대문 페이지에 걸어놓는다. 오늘날 제텔카스텐은 50년 전 루만 교수가 그랬듯, 커다란 나무 서랍을 직접 제작해 손으로 쓴 메모지를 차곡차곡 정리하는 독실한 원리주의자부터 IT기술을 이용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루만 룰을 재해석하는 불경한 혁신주의자까지 여러 손을 거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옵시디언으로 메모를 한 지 1년가량. 결과적으로 루만 교수의 그것과는 모양이 조금 달라졌지만, 메모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깨달은 바가 적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일상에 스치는 '영감'들을 하나둘 기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