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 Apr 29. 2023

의도된 반달리즘에서 느껴지는 허위성의 감지

fleeting notes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474918?sid=103

며칠 전 서울대에 다니는 어느 장발의 미대생이 리움 미술관 전시장에 걸린, 1억5000만원 상당의 작품(바나나)을 까먹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고 한다. 낯설진 않다. 2019년 세계 최대 미술장터 '아트 바젤'에 등장한 바나나 역시 어느 행위예술가의 위장 속에서 눈을 감았다. 동서를 막론하고 바나나는 늘 굶주린 예술가의 먹잇감이 된다.


문학 비평 용어 중 '감상주의'라는 것이 있다. 부정적인 표현이다. 감상주의는 애상감, 비감 등의 정서를 인간성의 사실적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그런 정서에 빠져 있는 상태를 즐기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장할 때 생겨난다.


문학평론가 이상섭은 감상주의에 대해 "쾌감을 일으키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여 작품의 사실적 상황과는 관계 없이 그 정서를 조장하고 연장시키려고 하면 독자는 얼마 안 가 그 '허위성'을 감지한다"고 지적한다.



영리하고 전도유망한 청년이 간과한 점이 바로 이것이다. 지인을 동원해 자신이 쿨(cool)하게 작품을 훼손하는 장면을 렌즈에 담은 뒤, 거기서 모자라 유력 방송사에 자신의 범법위를 이러쿵저러쿵 친절히 제보하고, 며칠은 고심한 듯한 문장 가득한 인터뷰를 내놓는 것. 이 치기 어린 모노드라마에 반응하는 관객은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중은 작품에 담긴 허위성을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물론 자신의 천재성과 예술성을 널리 알리고 싶은 명문대생의 활화산 같은 나르시시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재미가 없었고, 감동이 없었뿐이다.


+)

뒤늦게 본 댓글창에는 역시나 의도 다분한 반달리즘에 대한 조롱과 성토가 가득했다. 대중은 작품의 허위성을 귀신 같이 캐치한다. 아래는 댓글 중 일부. '부지런한 오만'이란 표현이 인상깊다.


작품의 그 의미를 지만 아나? ㅋㅋ 이미 누군가가 했던 아류에 자기 개똥 철학을 담는다고 그게 혁신이고 예술 행위인가? 그냥 그렇다고 착각하는 오만한 못배운 어린이 같은데? 그 와중에 길이길이 남을거라고 지 옷장에서 제일 비싼 옷 빼입고 머리 만지고 왔겠지? ㅋㅋㅋ
전시 한다는거 보고 이거다 싶어 제일 멋진 옷 입고 카메라 의식 한껏 하며 어디서 본 거 따라해놓고 서울대 타이틀 붙여서 직접 제보한 거면 반항에 대한 반항은 모르겠고 그냥 부지런한 오만이다 싶다.
1.이미 유명한 행위를 그대로 따라한거면서 이런 기획이 없었다는둥 입 털기2.영상 찍으려고 작정하고 톰브라운 쫙빼입고 촬영한거 노간지 3.친구가 제보했다며 (보통 이런건 본인임) 서울대미학과 간판 내세워서 포트폴리오 한 줄 채우려는 인터뷰까지 진짜 노간지 총 집합 너무 후져요
전에 카텔란 전시 때 바나나 먹었던 그 행위예술가처럼 이슈가 되고 싶었던 모양..자신의 학력을 믿고 자신의 판단대로 오만하게 다른 관람객이 그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생각을 뭉개버린 듯하다. 경솔한 행동이었다 생각하시길! 지성인인척 인터뷰하며 당당한 모습이 눈살 찌푸려지네요. 이 전의 행위예술가처럼 독특한 행동으로 유명해지고 싶어하지 마시고 그 당당한 자신의 학력과 실력으로 유명해지길 .. 기획자와 합의된 것 아니라면 전시 보러 가려고 곱게 차려입고 가신 만큼 곱게 관람하십쇼 정말 저능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 안타깝다..


updated : 2024-04-30


관련 문서(브런치 링크)

- 제텔카스텐 인덱스

- 예술 인덱스

매거진의 이전글 제텔카스텐 인덱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