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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생 Aug 19. 2021

아마존식 회의에 대한 회의(懷疑)

- " 6페이지 흑백 자료를 가지고 회의를한다고?.."


"현재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이미 많은 기업들이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기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1. 아마존에서 실행한다는 6페이지 회의 자료는... 

 아마존의 회의는 침묵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내가 들어가 보지 못했으니 그렇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왜냐하면 누구든 회의를 들어가면 일단 사전 분위기로 사소한 이야기부터 하기 마련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 스스로 돌아봐도 테이블에 앉자마자 회의, 또는 침묵으로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잘 알려진 대로 파워포인트 금지 문화, 그리고 회의자료는 1페이지나 6페이지를 넘지 않는 메모를 가지고 회의에 참석한다고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읽는 시간에 침묵이 흐른다는 것이다. 때문에 침묵에 대한 시작은 이해가 간다. 물론 6하 원칙과 예상되는 결과, 질문에 대한 향후 영향 등을 담고있고 너무 특이하다 보니 '아마존처럼 회의하라'라는 일본 서적도 있다. 이것이 슬라이드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는 유명한  '내러티브 메모'라는 것이다. 

 이를 예전에 현대카드에서도 비효율적인 파워포인트를 금지하고 그 효과에 대하여 이를 실행한 부회장께서 '연 5천만 장의 인쇄용지가 줄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더 지적으로 보인다"라고까지 평가를 했다.  결국 아마존의 손수 작성한 6페이지 회의에 대한 평가는 모두 긍정적인 이야기들 뿐이었다. 현재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이미 많은 기업들이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기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하니 파워포인트는 학생들과 마이크로 소프트와 나만 사용할 수도 있겠다. 

현대카드 모 부회장의 페이스북 글@동아일보 편집



"결국 회의는 회의를 위한 내용의 전달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자료의 구성이 원형인지, 사각형인지..별로 "


2. 6페이지 회의의 본질은...

 인간의 뇌는 요약글보다 서술한 것이 더 잘 들어오게 설계되어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는 문서를 작성하게 되고, 파워포인트의 형식을 만들기 위해 낭비적 시간이나 노력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결국, 보여주기 위한 것을 버리고 효율을 우선한다는 이유라니 일리가 있다. 결국 회의는 회의를 위한 내용의 전달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자료의 구성이 원형인지, 사각형인지 아니면 파란색인지 빨간색인지가 필요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나 또한 쓸데없는 색깔과 위치를 잡는데 너무도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결국 효율적인 기업들은 제로 PPT 정책을 고수하고 디자인이나 형식보다는 내용에 더 충실한 회의를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아마존과 같이 회의에서 30여분 동안 회의 내용에 대하여 숙지하는 침묵을 가지는 것도 회의를 준비하며 6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며칠씩 고민한 회의 주최자와 읽어보며 체크할 것에 대한 포인트를 잡아내는 참석자들의 침묵의 기싸움의 시간인 것이다. 생각만 해도 긴장이 흐른다. 

 사실 회의는 문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집단 지성으로 좋은 논의를 통해 문제점이나 해결책이나 방향이나 전략 등에 대한 확정이 중요하다. 때문에 그것이 파워포인트이던 직접 작성된 6장이든 뭐 그리 차이가 많이 날 것인가가 궁금하다. 일단 집단 지성을 통한 결론을 만들어 내는데 종이나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면 어떠한 문서 형식이든 간에 문제가 없지 않을까를 생각해 봤다. 

 


"파워포인트 20장을 만드는 것보다 4장의 메모를 만드는 게 더 어렵다"라고 표현할 정도라는..


3. 6페이지 반성문을 써 본 경험에 의하면...

 통상 반성문은 1장을 쓴다. 그럼에도 반성의 문구가 부족해서 어떤 것을 잘못했고, 무엇을 수정해야 하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담아내야 한다. 반성글의 순서와 내용이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이다(아니 쥐가 날 정도라고 들었다). 회의에 참석하는 아마존의 부사장도 같은 표현을 했다. 6페이지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생각을 하게 되는지를 서술한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어떤 때는 6페이지를 작성하기 위해 1주일의 시간을 쏟아낸다고도 했다. 이것이 앞에서 이야기한 그렇게 어렵다는 서술적 표현방법이다. 이렇게 어려운 것을 제프 베조스는 본인도 하는지를 모르겠지만 회의 참석자들에게 요구한다. 이러한 회의를 아침 10시경에 출근해서 하루에 3건 정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에 의하면 2004년에 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메일에서 "파워포인트 20장을 만드는 것보다 4장의 메모를 만드는 게 더 어렵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러한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작성하는 4페이지가 PPT 20장보다 어렵다는 제프의 메일 @구글 이미지

 결론적으로 반성문을 써 본 경험이 있다면 솔직하게 이러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서술적으로 한 가지 사건에 대하여 6페이지의 다른 내용으로 자술적 반성문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다시 이야기하면 아마존의 참석자들의 6 페이지는 오만가지 경우를 다 생각하고 나온 '고통의 산물'인 것이다. 그 의미는 모두가 함께 엄청난 사전 고민과 빠르게 이해한 참석자들이 토론하는 회의가 어떻게 좋지 않은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회의 중에 "나는 B급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소. A급을 오라고 하시오"라고할 정도로...


4. 아마존의 회의의 중요성에 대하여...

 어떤 이유로 제프 베조스가 이러한 형식의 회의자료와 회의를 진행하는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베조스의 고민을 해결해주며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는 S그룹의 회의라고 해도 회의의 분위기는 대단히 엄중하고 어떠한 때는 심한 소리가 오고 간다고 한다. 유통을 담당하는 모 부사장은 제프 베조스의 집요한 질문에 어쩔 줄을 모르고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고 하며, 다른 회의 중에는 "나는 B급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소. A급을 오라고 하시오"라고할 정도로 큰 손을 휘저으면서 거침없이 질책을 하기도 했다고 풍문으로 들었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그가 관심이 많다는 표현이라고도 오랫동안 같이 회의를 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것을 떠나서 밥줄을 걱정하게될 지도 모른다. 

 하나 분명한 것은 제프 베조스는 임원들에게 수백 가지 결정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는 그가 한 말이다. "중역들은 하루에 한 개든 몇 개만 중요한 결정을 하기 때문에 월급을 받는다"는 표현을 했다. 때문에 회의는 깊이가 있다. 진도가 나간다. 결정을 하고 바로 실행하게 된다. 문제가 무엇인지, 그러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어떠한 투입요소를 넣어야 하는지, 어떤 부서나 인력에서 담당할 것이며 언제까지 끝낼 것인지 바로 결정된다. 그만큼... 6페이지를 작성하며 고민하고, 모두가 30분 동안 숙지하며, 누구든 연약하지 않은 전투적 상태로 회의를 하는 것이 유효하다. 솔직히 6페이지 자술서형 회의자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인지하고 결정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회의문화에 있어서 빠른 결정과 행동, 책임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 배울 만한 아마존식 회의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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