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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생 Jul 08. 2021

아마존 동네 한 바퀴

2021년 7월의 어느 일요일의 잠행...

1. 아마존 동네방네

 아마존이 있는 시애틀에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5번, 6번은 오간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2016년인지 7년부터 매 방학마다 오간 것인데 그때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맥주 한잔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오가는 사람들과 '굿모닝'이든 '하이'라고 한마디라고 하고 지나갔고 매번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나와서 다시 움직이곤 했다. 특히 사람이 많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는 그냥 오가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아래층에 선술집에 앉아서 시애틀 해변에 있는 대관람차를 보면서 맥주 한잔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이 무섭고,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면 피하고,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은 금기시한다. 하물며 스타벅스는 오로지 테이크 아웃만 돼서 과거의 쉼이나 낭만이나 사람들 간에 인사조차 나누는 호의는 물 건너갔다. 그래서 코로나 19가 생긴 이래 근 2년간 와보지도 못했다. 이제는 미국의 시애틀이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도 많아졌고 예전처럼 확진자 숫자도 많이 줄어서 용기를 내서 와 보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의 접근은 여전히 섬뜩하다. 

 그래도 아마존이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스타벅스가 어떻게 변했을까는 가장 궁금하다. 내가 같은 것을 자주 보는 이유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싶은 이유에서였고 그것을 느끼면 장기적으로의 변화를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실 한번 시작한 것은 참으로 오래 하는 성격이다. 개인적으로 표현하기를 "한놈만 팬다"라고 하면서...

 물론 여기 시애틀에는 아마존 관련된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아마존 북스와 별점 4.0 이상 물건만 판매 한다는  4스타 스토어, 아마존 고 1호점에서 아마존 아마존 고 그로서리, 그리고 이를 발전시킨 아마존 프레시까지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아마존 4스타 스토어 & 아마존 Day1의 엘리베이터 입구에 써 있는 문구


2. 아마존의 방문 외부 이모저모

 아마존의 본사 Day1은 여전하다. 여전히 작은 접견 데스크와 장식 없는 로비, 그리고 간단한 입출입 장치 등이 있다. 여전히 한두 명의 보안요원은 우리를 반기면서도 사람들의 접근이 두려운지 강한 색의 마스크를 쓰고 있고 신분증을 보며 출입증을 건네준다.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것은 모든 입구에 체온 체크를 하는 카메라가 몇 대가 놓여있고 들어가는 입구와 나오는 입구를 따로 두는 것과 여기저기에 내가 보기에는 근처에 눈 만돌리면 만져볼 수 있는 손 소독병, 비닐장갑들이 올려져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올 때도 느낀 것인데 대부분의 문고리들 사이사이에 모두 새롭게 비접촉으로 문을 열 수 있도록 근처에 가면 문이 열리거나  손을 슬쩍 가져다 대면 근접센서에 의해 문이 열리는 장치를 더 달아놓은 것이 과거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었다. 내가 어디서 본 것인데 아마존이 코로나로 인해 추가 지출된 비용이 115억 달러라고 하니 이러한 모든 비품과 새로운 장치들이 사용된 비용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최근에 Day1 근처에 몇 개의 건물이 더 생긴 것이 눈에 뜨인다. '인트로'라는 이름의 건물과 리인벤트 건물과 같이 AWS에서 새롭게 지은 건물 등이었다. 코로나로 와보지 못한 상황에서 새롭게 건물이 들어섰지만 안내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건물에 들어올 시점에 코로나의 발생기간으로 모두 재택근무를 하는 이유로 1년 반 넘게 건물이 비어있었다는 것이다. 들어보면 재택근무로 크고 높게 지은 새로운 건물이 통째로 사용되지 않으니 난감한 것인지 아니면 비용이 절약되는 것인지 헷갈린다. 

 Day1 건너편에는 도플러 건물이 있다. 들어가는 초입에는 에코를 연구하는 코드명이 '도플러'라고 안내한다. 때문에 이 건물에는 다양한 부서들이 입주해 있지만 마치 음악이나 에코나 음성, 소리 관련 연구나 신제품,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코는 앞으로의 아마존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성장 산업이 될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아마존의 상징이 되어버린 식물원인 스피어즈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붐비고, 여전히 돈을 잘 버는 AWS 건물인 Re-Invent 건물도 다른 건물에 비하여 내부는 화려하다. 아마존의 건물들의 내부는 대부분 아무런 장식도 없고 그저 평범한 건물이지만 AWS 건물은 내부가 그나마 조금 색감이 다르고 약간의 장식들이 1층 로비에 있을 뿐이었다. 

 

3. 아마존의 방문 내부 요기조기

 참으로 특이한 것은 아마존의 내부에는 장식은 없지만 그곳에 여기저기에 빈 곳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인즉은 빈 곳에는 대부분 화이트보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치 서서 이야기하던 동료가 갑자기 컬러펜을 들더니 바로 옆에 화이트보드에 자기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내가 들어온 날이 일요일이며 모두 비어있음에도 여기저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드에 자신의 이야기나 관련 서비스에 대하여 설명하는 슬라이드가 비치는 듯하다. 하물며 아마존에서 내부 엘리베이터 내에 화이트보드에는 중국의 직원인 듯 보이는 친구가 샤오미의 CEO인 레이 준의 이야기인 "돼지도 날릴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거리는 모습이 연상되는 낙서를 보는 듯했다. 암튼 모든 비어있는 벽의 공간에 화이트보드가 있는 것은 서로의 의견교환에도 좋고 고가의 그림을 걸어놓지 않아도 되는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Day1 건물의 엘리베이터 화이트보드에 써 있는 "돼지도 날아" 샤오미 CEO이야기 낙서 & 복도의 화이트 보드판

 

 매층마다 구석에 탁구대나 간단한 놀이기구를 두는 것도 사실 큰 비용이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무엇인가 직원들을 위해 준비한다고 하는 의미 정도만 두는 느낌이다. 아무리 자유로운 회사라고 할지라도 탁구공 소리를 들으면서 업무나 회의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더구나 한두 명만이 사용할 수 있는 닷트 게임 같은 것들을 누군가 와서 가지고 놀 것이라고는 생각나지 않았다. 

 하나 분명하게 좋다고 느낀 점은 매층마다 주방과 같은 장소가 있고 차를 마시고 동료와 커피를 마시고 가장 간단한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기대감을 가진 장소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에 많은 상비약들이 준비된 큰 통들이 벽에 걸려있는 곳도 이러한 큰 탕비실과 같은 공간이었다. 상비약 통에는 다양한 진통제, 안약, 밴드와 마치 응급구조에 필요한 간단한 장비들이 모두 비치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회의실이다. 당연히 회의실에 TV는 삼성이었고 화상회의 시스템과 각 테이블 위에는 공용 음성 회의를 위한 전화가 있었고 신생 건물 외에는 모두가 알렉사를 사용하는 에코가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건 실제 사용되는 것들로 나 또한 가끔 사용하지만, 회의실을 다시 잡거나 문의를 하거나 기타 회의를 할 때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배치된 것이었다. 

아마존 건물의 각층 중간의 휴식공간 & 상비약통, 그리고 회의실 모두를 채우고 있는 삼성 TV


4. 아마존의 방문 전기후기 

 아마존의 재방문은 참으로 오랜만이라서 감회가 새롭다. 물론 이외에도 홀푸드 마켓과 아마존 오프라인 4스타 스토어에 가장 큰 변화는 'Amazon One'이라는 손바닥 결제가 생겼다는 것인데  크기는 작은 결제장치이지만 작은 변화는 아니다. 이를 통해서 마치 과거에 1997년부터 주름잡던 온라인의 아마존 '원클릭'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스타벅스가 드라이브 쓰루는 하면서 자동차판 결제를 하는 것과 같은 효과인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야 가장 큰 변화는 아마존 프레시(구 아마존 고 그로서리)인데 이는 규모도 그렇고 적용기술도 그렇고 무인 슈퍼라는 느낌이 나지 않는 고기를 내주는 곳, 빵을 파는 곳, 그리고 상품을 리턴하는 아마존 라커 등은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고 보였다. 

아마존이 최근 자신들의 모든 결제를 손바닥으로 하게하려는 의도를 가진 아마존 원

 개인적으로 기술도 기술이지만, 시애틀의 모든 가장 큰 건물은 물론 아마존의 건물이거나 입주라는 것이다. 다양한 연구소, 다양한 서비스 개발팀, 그리고 운영본부 등등이 아마존 곳곳에 40여 곳이 넘는 곳의 건물이 퍼져있다는 것도 또한 놀라웠다. 어떻게 보면 크고 괜찮은 건물들에는 대부분 아마조니안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고 이는 아마존이 시애틀의 경제의 대부분을 잡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지만 많은 미국 시민들이 이번 7월 4일은 독립기념일이면서 미국이 코로나로부터 독립되는 날처럼 모두가 반갑게 정상으로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또한 그렇게 행동하는 시민들이 보이며 아마존의 직원들도 상당 수가 정상 출근을 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들었다. 

 1년 반 만에 돌아본 아마존은 멈춤 없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었다. 이러한 사이에도 27년을 황제로 군림하던 제프 베조스가 앤디 제시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아마존의 2.0 시대를 예고하고 있고 새로운 출발에 회사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이제 지금까지 보던 아마존의 하드웨어와 내부의 소프트웨어, 기업의 문화가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존은 아직까지는 역시 아마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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