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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Feb 21. 2017

영화 리뷰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명작 돌아보기


1.

 영화 속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은 한 마디로 ‘타락한 개츠비’로 정의할 수 있다. 벨포트는 낭만을 잃은 개츠비다. 초록 불빛을 포기하고 파티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게 된 개츠비. 그 삶의 목표는 더 많은 돈, 그리고 더 큰 쾌락뿐이다. 그는 전화 상 말 몇 마디로 상대방을 ‘호구’로 만들어 쉽게 돈을 뽑아낸다. 벨포트의 재산이 늘어날수록 그에게 속은 피해자들도 늘어나지만 벨포트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더 강한 마약, 더 아름다운 여자 등 보다 큰 쾌락을 탐할 뿐이다. 그리고 실제 그것을 누린다. 


2.

 영화에서 이미지로 보여주는 그의 삶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돈에 묻혀 사는 그는 언제나 즐거워 보이며 자존감도 높다. 부하들에게는 신망이 높다. 대부분이 가난에 허덕이던 부하 직원들은 자신들을 부자로 만들어 준 벨포트를 선망한다. 심지어 FBI에 붙잡혀 징역을 살고 나온 이후에도 ‘최고의 세일즈 전문가’로서 강연을 다닌다.

벨포트에게 환호하는 직원들. 그들은 태반이 사기꾼이지만, 대부분이 빚과 빈(貧)에 허덕이던 이들이었다


3. 

 그러다 보니 영화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최악의 증권 사기꾼인 벨포트의 삶을 너무 화려하고 드라마틱하게 포장해 미화했다는 것이다. 공감하는가? 당신은 영화 속 조던 벨포트를 어떻게 보았는가? 부러운 삶을 영위한 범죄자인가, 아니면 더럽고 추잡한 삶을 산 사기꾼인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흥행을 의식해 사기꾼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그린 영화에 불과한가, 아니면 더러운 주인공이 땅 끝까지 추락하는 모습을 재치 있게 그려낸 블랙코미디인가?


4.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해석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은 시대성을 띤다. 아무리 자유의지를 강조하더라도, 개인의 시선은 사회적 사상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대는 자본주의의 시대다. 자본주의. 말 그대로 자본이 주(主)다. 때문에 벨포트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부러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터다. 그는 자본주의 최고 가치인 ‘돈’에 있어 최상위 계층까지 도달했고, 돈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누렸기 때문이다. 

벨포트는 돈으로 물질 뿐 아니라 사랑과 우정까지도 누렸다


5.

 영화 속 벨포트가 친구들에게 ‘펜을 파는 방법’을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벨포트가 거론하는 것이 ‘수요와 공급 법칙’이다. 펜을 팔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펜에 대한 수요가 생기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돈이 주가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은 만연하고, 자연히 ‘돈’ 자체에 대한 수요도 넘쳐난다.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영화 마지막에 벨포트는 주가 조작과 증권 사기죄로 3년의 징역살이를 하고 나오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수요는 넘쳐난다. 사람들은 가난을 극복하고 짧은 기간에 부자가 된 그를 선망한다.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날아가 강연을 하며 ‘나에게 펜을 팔아보라’는 그를, 사람들은 동경 어린 눈으로 마치 성인을 보듯 우러른다.

벨포트를 우러러보는 서민들. 벨포트가 멀쩡히 '성공'을 이어나갔다면 저들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



6.

 심지어 영화는 벨포트를 잡아넣은 FBI 요원이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며 빈자들을 바라보는 장면까지 삽입했다. 그의 미묘한 표정은 그 역시 돈과 원칙 앞에 고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여기까지 영화를 모두 감상하고 나면 이 영화가 ‘돈’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벨포트의 삶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그는 극악의 증권 사기꾼을 잡아 넣은 영웅이지만 지하철을 타고 귀가한다


7.

 그러나 이 영화의 결말부에는 아주 중요하고 거대한 반전이 숨어있다. 바로 강연에 나선 벨포트를 소개하는 사회자의 실체다. 그가 바로 진짜 조던 벨포트다. 현실의 조던 벨포트는 깔끔한 양복을 입고, 본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 출연해 ‘세계 최고의 세일즈 명사 조던 벨포트’라며 자신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이 놈이 바로 진짜 조던 벨포트다!


 그렇다. 이것은 극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사기꾼을 미화하고 그 화려한 삶을 소개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을 뿐이다. 벨포트는 사람들을 속이고 그들의 돈을 뺏어 부를 축적하고 화려한 삶을 영위한 뒤 고작 3년의 징역을 받았다. 출소한 뒤는 그에게 당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그를 선망하며 강연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 영화는 이 비참하고 불공정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한 것이다.

영화 속 조던 벨포트는 '제 4의 벽'을 허물고 끝없이 관객에게 말을 건다. 마치 강연을 하듯이









p.s)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최악으로 망가지는 영화. 정말 엄청난 연기를 선보였지만 그럼에도 아카데미는 수상하지 못했다. 2014년의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가 가져갔다. 다들 알겠지만 디카프리오의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은 2016년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영화는 알레한드로 이냐리투의 <레버넌트>. 개인적으로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연기가 <레버넌트>의 연기보다 더 훌륭했다고 본다.


p.s2) 실제 조던 벨포트는 아직까지도 배상금이 1억 달러가 넘게 남아있다고 한다.


p.s3) 영화 초반부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매튜 맥커너히의 가슴을 치며 콧노래를 부르는 의식을 기억하시는지? 혹 기억 안 나시면 다시 한번 보시라. 그 장면은 통으로 맥커너히의 애드리브이다. 디카프리오가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였고, 당시 디카프리오는 감독(마틴 스콜세지)을 쳐다봤다고 한다.


p.s4)이 영화는 공식적으로 'Fuck'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된 영화다. 총 506회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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