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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Jun 12. 2017

영화<원더우먼> - DC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오

신작 영화 리뷰


0. 초심 지킨 DC
DC가 드디어 일을 냈다, 소녀 가장이다, 로튼 토마토 몇 점! 같은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설마 드디어 DC가 실수를?' 하는 기대를 품고 영화를 봤다. 봤는데... 글쎄, DC는 초심을 유지했는데 로튼 토마토가 실수를 한 게 아니었을까?


1. 허술함
일단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하다. 군데군데 허술함이 눈에 띄는데, 이게 약간 감독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에이, 이 정도는 걍 퉁치고 넘어가자'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허술함이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갤 가돗)의 지식의 정도를 보자. 그녀는 200여 개 국어를 할 줄 안다. 영국의 장군들 앞에서는 적의 비밀 노트를 해석하며 무려 그 내용이 '화학식'을 나타냄을 알아챈다! 그런데 그녀는 '전선'이란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모른다. 총도 모른다(화학식을 아는데). 인간 세상의 문화에 대해서도 전혀 무지하다. 편할 대로 알 것만 골라 아는, 적당히 똑똑하고 적당히 모르는 편리한 원시 영웅이다.

아마존 왕국이 독일군에 발각되는 과정도 좀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우리 편 신이 적 신의 눈에서 감추기 위해 실드를 쳤다는데 머리 하나 들이밀면 알 수 있는 정도라니... 여태껏 안 들킨 게 용할 정도다.


2. 캐릭터 사망
주인공 다이애나와 남주인공 스티브(크리스 파인), 그리고 아레스(데이비드 듈리스) 정도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은 그 존재 의의가 미미하다. 다이애나의 고향인 아마존 왕국의 인물들부터가 그렇다. 그들은 다이애나라는 캐릭터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 돌아보면 아마존 부족은 약 40여 분의 분량을 할당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무기 3개를 전해준 것을 제외하면 역할이 없고, 이후 다이애나의 삶에도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스티브가 적진에 침투하기 위해 모은 어벤저스들은 또 어떤가? 걔네 굳이 모아서 데리고 다녀야 했을까? 각자 나름대로 초기 설정 같은 캐릭터 정도는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스토리 단계에서 써먹어야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 그렇지 않고선 그저 조연 1, 2, 3일뿐이다. 총 못 쏘는 명사수 친구는 특히나 충격적이다. 전쟁 트라우마 같은 걸 담아내고 싶었던 듯 하지만... 왜 굳이 명사수 캐릭터에게..

주인공, 남 히로인, 조연 1, 2, 3


심지어 이 영화는 적들조차도 역할이 그다지 없다. 정말 전통적인 악당의 생김새를 입은 독일 장교와 닥터 포이즌은 말 그대로 '별 게 없다'. 닥터 포이즌은 진짜 일발역전의 뭔가를 가지고 있을 줄 믿었는데 그런 연약한 퇴장이라니... 그리고 관객이 히어로물에 단련이 될 대로 된 2017년에 "연기를 마셔요, 힘이 세져요."라니, 하하.


3. 초보적 연출
캐릭터 문제는 아니지만 아레스(패트릭 경)의 처음 등장 씬에 대해서도 한 마디만. 그의 등장 씬은 마치 영화 연출 정석 교본에 실린 '우리 편인 척하는 악당은 처음에 이렇게 등장시키시오' 항목을 그대로를 따온 듯했다. 패트릭 경이 너무 대놓고 '나 너네 편인 척 하지만 사실 악당이요' 하며 나오셨던 바람에, 애초부터 독일군 악당들은 어차피 차례로 깨질 서브 악당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다고 할까?


4. 액션은 만족
디씨 유니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잭 스나이더가 액션 연출만 담당했다. 액션 연출 하나는 세계 원탑이라고 불리는 그답게, <원더우먼>역시 액션 하나는 정말 훌륭하다. 이것만 해도 극장에서 돈 주고 볼 만은 하다. 액션 씬에서만은 잭 스나이더 특유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아마 이 냄새가 앞으로 디씨 영화의 공통적인 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블 히어로 무비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스나이더만의 다크하고 화려한 느낌.

그런데 후반부 아레스와의 대결 연출은 조금... 과했다고 해야 할까, 유치했다고 해야 할까. 손을 크로스 해서 빔을 쏜다는 점에서 울트라맨 생각도 났고, 전체적으로 일본 전대물 전투씬 느낌이 나더라. 화려한 할리우드 특수 효과의 B급 활용이라고 하면 적당하려나?


5. 보통은 했다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았지만 DC 유니버스의 시작점임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은, 안정적인 출발이었던 것 같다. 전작들 <배트맨 vs 슈퍼맨>, <수어사이드 스쿼드> 둘이 워낙 욕을 얻어먹었던 지라 <원더우먼>으로 새롭게 스타트를 끊어보려 했던 것 같은데, 일단 대중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고 흥행 성적도 좋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하다. 마블과 확실히 다른 세계, 색을 점유하는 데도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는 중이라 본다. 괜찮은 감독을 영입해서 시리즈 하나만 성공적으로 연출해 내면 차암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될지?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원래 친숙한 영웅들은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같은 마블 히어로들이 아니라,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같은 디씨 히어로들이었다. 그러니 조금만 힘내자 디씨 유니버스!



★★☆(2.5/5.0)











P.s)이 영화의 액션을 촬영할 때 주연 갤 가돗은 임신 5개월 차였다. 그래서 영화 속 액션 씬에서는 그녀의 배를 가리기 위해 cg가 사용됐다. 

P.s2) 영화 <원더 우먼>은 2005년, 초기 기획 단계부터 수 차례 촬영 파투와 감독 낙마를 거쳐 완성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원더 우먼>의 감독으로 낙점되었다가 촬영 중 하차한 감독들은 다음과 같다. 패티 젠킨스(현재 감독. 그녀는 2005년 워너 브라더스와 협상을 마쳤으나 임신으로 하차했다), 조스 웨던(어벤저스 연출), 미셸 맥라렌(왕좌의 게임 시즌3, 4).

P.s3) 원래 디씨 유니버스의 다음작 <저스티스 리그>의 총연출을 담당하기로 했던 잭 스나이더는 <원더 우먼>의 촬영까지 마치고 하차를 선언했다. 이유는 딸의 자살.


P.s4) 본 글은 네이버 블로그 <스마트롱's 문화읽기>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http://blog.naver.com/rnjs1016k/22102768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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