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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Oct 20. 2017

<아이 앰 히스 레저> - What you are?

무비패스, 신작 영화 리뷰


1.

1979년 4월 4일 생인 히스 레저는 2008년 1월 22일, 우리 나이 30세(만 28세)에 죽었다. 평생의 필모그래피가 엄청났느냐 하면, 솔직히 그렇지는 않다. 생전에는 2005년 퀴어 영화 <브로크 백 마운틴>으로 한 번 평단의 주목을 받은 게 전부다. 다만 특이한 점은 2008년 사후 개봉한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그가 연기한 '조커' 캐릭터가 그야말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그 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2.

사실상 유작이 된(이후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 극장>을 찍긴 했지만 촬영 중에 사망했으므로 온전한 유작은 아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는 '시대의 걸작'이라는 엄청난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가 이런 높은 평가를 받게 된 데에는 사실상 영화의 주인공인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의 공이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만큼이나 컸다. 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3.

<다크 나이트>와 조커 이전의 히스 레저는 성장이 기대되는 헐리우드의 유망한 남자 배우였을 뿐, 특별히 주목 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히스 레저가 이렇게 전기 영화로까지 따로 조명될 정도로 추앙받게 된 것은 순전히 영화 <다크 나이트>와 그 캐릭터 '조커'를 최고로 잘 연기한 덕택이라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조커를 남긴 바로 그 해 비명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커는 얼굴부터 복장, 행동에 이르기까지 온 몸으로 광기를 표현하는 캐릭터였지 않은가? 최고의 영화의 최고의 미치광이 캐릭터를 최고로 잘 연기하고 세상을 떠난, 그 때까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만 28세의 젊고 잘생긴 금발 백인 남자 배우. 스토리 라인을 잡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들이다.


4.

그래서 이 <아이 앰 히스 레저>라는 영화가 나온 까닭은 그가 태어나서부터 쭉 지속해온 일상적 삶의 궤적이나 행동 양식이 너무나 개성 넘쳐서가 아니다.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식이 아니라, 극적이고 예술적인 결말에서부터 내려 오는 연역적 구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전기 다큐멘터리가 다 그렇지 않느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히스 레저는 '전기 영화'가 만들어지는 인물 치고는 커리어가 하잘 것 없지 않은가? 오로지 충격적인 결말 하나 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히스 레저가 어떻게 해서 그런 특별한 엔딩을 맞게 되었는지를 그의 삶 전체를 파헤쳐 분석하려 한다. 짧은 삶의 필름을 쭉 펼쳐 놓고 비범함만을 구석구석에서 찾아내어 '자, 이래서 히스 레저는 이렇게나 특별한 배우가 된 것입니다 짜잔!' 하는 식으로 전시하는 것이다.


5.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앰 히스 레저>가 조밀하게 파고 들어 보여주는 히스 레저라는 인물은 결코 평범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자는 시간을 아껴서까지 활동하길 좋아하며,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언제나 바쁘게 움직인다. 연기를 잘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창작 활동에도 조예가 깊다. 그를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이 그를 두고 '예측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며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도 '아, 히스 레저는 범인의 수준을 넘어 대단히 비범한 특성을 갖춘 인물임에 틀림없었구나' 라며, 그가 업적을 이룬 비밀을 알게 된 양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고는 '저렇게 특이한 인간이니 조커 같은 명연기도 나올 수 있었겠지'라며, 왠지 모르게 눈에 밟히는 자신의 평범함이 괘씸해지기에 이르는 것이다.


6.

그런데 사실 이렇게 한 명의 삶을 쭉 파헤치고 들면 누구의 삶인들 특별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고유한 살아온 방식이 있다. 우리는 히스 레저의 전체 삶을 파헤쳐 있는 자료를 전부 모으고, 비명에 간 그를 그리는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아 역시 히스 레저는 특별했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 삶이나 네 삶도 이렇게 한 번 날 잡고 쭉 돌아보면 의외로 썩 평범하지만은 않았을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영화에 대한 감상은 대충 이 정도로 접고 오랜만에 내 삶의 히스토리나 한 번 슬쩍 돌아 보자는 소리다. What about you? 쟤는 히스 레저인데 너는, 그리고 나는 누구냐고.






★★★(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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