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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Nov 21. 2017

<저스티스 리그> - 언제까지 전시만 할 텐가?

신작 영화 리뷰

1.
 <맨 오브 스틸(2013)>부터 이번 <저스티스 리그(2017)>까지, DC 영화의 꾸준한 장점은 '멋'이다.  DC 영웅들은 소위 말하는 '가오'가 살아있다. 밴 에플렉, 갤 가돗, 제이슨 모모아, 헨리 카빌 등 선 굵은 인상의 배우들은 영웅들의 '가오' 하나는 정말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이들이 보여주는 배트맨이나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의 외견은 만화보다 더 만화 같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만 제외하고 꾸준히 연출을 맡고 있는 잭 스나이더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화려하고 섬세한 액션 연출은 이들의 강한 인상과 잘 어우러진다. 

2.
 하지만 DC 영화들이 보이는 꾸준한 단점은 모든 영화들이 '멋'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냥 멋지기만 하다. 그 밖의 다른 무엇도 없다. 잭 스나이더는 액션 촬영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독이다. 특유의 어두운 연출도 DC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스토리 구성 능력이 수준 미달이다. 이 감독은 언제나 뒷심이 너무 약하다. 절정까지는 어떻게 끌고 가는데, 절정에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모른다. <배트맨 vs 슈퍼맨(2016)>에서 극적인 갈등 해소를 '엄마 이름'으로 풀어냈던 스나이더는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그리스 희곡에서나 쓰던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의존한다. 전지전능한 신(슈퍼맨)을 소환하는 것이다.

3.
 DC의 신은 정말 멋있다. 헨리 카빌의 슈퍼맨은 지금껏 보아온 그 어떤 영웅보다 위엄이 넘친다. 그야말로 '멋' 그 자체다. 다크 블루 슈트에 다크 레드 망토를 휘날리며 날아오는 슈퍼맨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인다. 벤 에플렉의 배트맨은 또 어떤가? 그가 처음 슈트를 입은 모습을 공개했을 때, 팬들은 역사상 그 어느 배트맨보다 원작에 가까운 배트맨이라는 평을 하지 않았던가? 갤 가돗은 배우 그 자체로 아마조네스 전사다. 지금까지 모든 영화에서 눈 요깃거리에 불과했던 원더우먼은 갤 가돗이란 옷걸이를 통해 드디어 당당한 여전사로 세상에 나왔다. <왕좌의 게임>에서 '칼 드로고'역으로 유명한 제이슨 모모아의 아쿠아 맨은 야생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사이보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캐릭터 자체가 유명하지 않아서), 에즈라 밀러의 플래시 역시 DC의 스파이더맨으로 놓고 보면 꽤나 잘 어울린다.


4.
 하지만 각자의 캐릭터들은 그저 배우와 싱크로율이 높을 뿐, 캐릭터로서 생명력을 가지지는 못한다. 그래서 매력이 없다. 이는 아직 단독 영화가 나오지 않은 배트맨, 사이보그, 아쿠아맨, 플래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슈퍼맨과 원더우먼 역시 마찬가지다. 왜 DC 영화 캐릭터들은 높은 싱크로율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매력이 느껴지지 않을까? 그것은 감독 잭 스나이더가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방법을 아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개성은 성격과 그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스토리에서 비롯된다. 캐릭터는 부여받은 성격을 바탕으로 각자의 고유한 스토리를 고유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며 생명력을 띤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는 이런 개념이 없는 듯 보인다. 스나이더에게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외견과 풍기는 분위기다. 아, 히어로 무비이니 또 하나 더 있겠다. '고유 능력'. 스나이더는 히어로마다의 스토리를 성격에 맞게 해석하거나 풀어나가려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히어로가 1명이든 6명이든 그 모두를 한 덩어리로 묶어놓고 편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캐릭터 싱크로율이 뛰어나고 능력이 저마다 다르니 개성은 다 오케이라는 마인드다.

5.
 그러니 <저스티스 리그>의 6명 영웅들은 각자 스토리에서 비롯된 '고유 목적'이 없다. 스나이더는 이들에게 '공동의 적'이란 '공동의 목표'를 세워주고 그것 하나만을 파고들도록 한다. '스테픈 울프'라는 강력한 적을 만난 DC 히어로들에게 목적은 오로지 하나, 스테픈 울프 타도다. 모름지기 영화 속 캐릭터들은 아무리 역할이 협소하더라도 각자의 스토리를 품고 있어야 하지만, 잭 스나이더는 캐릭터 각자의 이야기를 배제시키고 극을 단순하게 끌고 간다. 캐릭터 간 차이는 능력과 외견뿐이다. 그러니 캐릭터 간 갈등은 최소화되고, 극은 단순하며 유치해진다. 이야기 전개 수준이 어린 시절 보던 만화 영화와 큰 차이가 없다.

6.
 마블 영화는 왜 성공하는가? 그것은 어벤저스를 하며 히어로들을 총집합시켜도 저마다의 스토리와, 그에 따른 고유한 목적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로키나 울트론 같은 공동의 적을 상대하면서도 마블 히어로들은 각기 다른 목적이 있다. 캐릭터들은 무대 위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래서 때때론 자기들끼리 충돌하기도 하며, 공동의 적을 퇴치한 이후 각자의 길을 떠나기도 한다. 

7.
 DC 영화 중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왜 그리 혹평을 들으면서도 흥행에는 성공했을까? 모두 알다시피 마고 로비의 '할리 퀸' 덕분이다. 그런데 할리 퀸의 '하드 캐리'는 단순히 캐릭터와 배우 간 싱크로율이 높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할리 퀸 이란 캐릭터 자체의 고유성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할리 퀸은 <수어사이드 스쿼드> 내 다른 모든 캐릭터들과 달리, '내 사랑 조커'라는 고유한 이야기와 목적을 끝까지 유지한 캐릭터였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할리 퀸의 돌발성은 극에 틈틈이 활기를 불어넣고,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의 매력에 빠지도록 만든다. DC 시리즈 중 <수어사이드 스쿼드>만 잭 스나이더 연출이 아니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일 스나이더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연출을 맡았다면, 그는 마고 로비의 할리 퀸마저 매장시켜 버렸을 것이다. 

8.
 잭 스나이더는 현대의 히어로 무비를 만들기에는 사고가 너무 올드한 감독이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모른다. 그는 히어로 무비를 통해 영웅들을 '전시'할 뿐이다. 스토리적인 빈약함은 화려한 효과와 액션으로 메꾼다. 물론 그 효과와 액션은 정말 화려하다. 할리우드 최고다. 하지만 DC가 정말로 마블과 대적할 만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이 시리즈를 몇십 년이고 확장시키고 싶다면 이제 운전기사를 갈아줘야 한다. 물론 잭 스나이더가 DC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확고히 잡은 공이 있고, 나름의 팬층도 있겠으나, 'DC가 드디어!' 같은 한 방 역전을 가져올 만한 역량은 없다. 촬영 고문 정도로 물러나는 게 적당하다. 
 DC는 몇 편에 걸쳐서 히어로 전시만 했다. 이제 진짜 '영화'를 찍어내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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