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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Dec 09. 2017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신작 영화 감상



좋았다. 중국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상당히 타파시켜준 영화였다. 중국 영화 하면 주성치, 성룡 등등 밖에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런 퀄리티의 드라마를 뽑아낼 수도 있다니... 반성하게 된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다. 소설의 제목은 <칠월과 안생>. 작중 주인공 이름 '칠월(七月)'과 '안생(安生)'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붙였다. 영화 중국 현지 개봉 타이틀은 <소울메이트>였다고 한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도 기억에 계속 먹먹하게 남는다. 우리는 '불타오르는 사랑',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 등의 표현에는 익숙하지만, '불같은 우정', '운명같은 우정'같은 표현에는 뭔가 어색함을 느낀다. 왜일까? 이렇게나 열렬한 우정도 있을 수 있는데 말이지.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아무리 오랜 연인이라도,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믿는 부모 형제같은 사이라 해도 사실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긴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가 '쟤는 이런 성격이야' '쟨 이런 걸 좋아해' 등 상대를 재단하는 행위는 자신이 본 상대의 단편 몇 가지를 토대로 소설을 쓰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행동을 한다. '나는 이런 게 어울려'라고 스스로의 범위를 한정시키고, 막상 되고 싶은 이상은 밤하늘 별처럼 박아놓고 막연히 바라만 보는 것이다.


칠월과 안생은 서로가 서로가 되고 싶었다. 칠월은 안생이, 안생은 칠월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그러지 못했다. 칠월은 칠월으로서의 삶이, 안생은 안생으로서의 삶이 더 어울린다고, 각자 스스로 그렇게 믿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되고 싶은 친구의 삶은 감히 노려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이름부터가 암시하듯 둘은 스스로에게 어울리지 않은 삶을 억지로 맞춰 입고 살아가고 있었다. 내일은 없다는 듯 왁자지껄 세계를 돌아다니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길 즐기던 이의 이름은 안생(安生. 안정적인 삶), 고향 집을 떠나기 두려워 모두가 내 곁에 머물러 있기만을 바랐던 이는 칠월(七月. 여름)이다. 둘은 한 남자(사랑)를 기점으로 서서히 삶이 교차한다. 


어떻게 보면 아름답게 치장한 막장 스토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막장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무언가가 이 영화엔 있다. 또 어떻게 보면 흔하디 흔한 '사랑과 우정사이'류 영화라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역시 그런 상투적인 노래 제목으로 한 줄 평을 하기에 이 영화는 너무나 밀도가 높다. 


취향을 딱 때려 맞춘 좋은 영화였다. 극장에서 나오며 한국 양산형 영화들도 이 정도 고민은 담아내 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칠월과 안생>이란 소설이 혹시 발간됐나 찾아봤지만 국내 정발은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아마도 영화 속 소설이 원작의 내용이고, 영화는 그 위에서 내용을 덧씌운 느낌인데... 부디 영화가 성공해서 번역본이 출간되길 바란다.



★★★★





p.s)배우 둘이 너무 이쁘다ㅎㅎ 특히 주동우(안생 역) 짱짱! 


p.s2)이 영화로 둘은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최초로 공동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실제 둘의 연기는 너무나 훌륭했고 호흡도 잘 맞았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집어삼키는 일 없이 영화의 무게를 정확히 양분해 표현해냈다.

주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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