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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Dec 16. 2017

<강철비> - 매력적인 소재와 진중한 주제를 담은 범작

무비 패스, 신작 영화 리뷰


1.

 매력적인 소재와 진중한 주제를 담은 범작. 소재는 전에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이어서 선전포고를 한다면? 실제 전쟁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시도한다면? 같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오랜 걱정, 혹은 상상을 처음으로 스크린으로 옮겼다. 그렇다고 전쟁 영화는 아니다. <아이인 더 스카이(2015)>처럼 ‘버튼’의 딜레마를 다룬 심리 스릴러 영화다.


2.

 <아이인 더 스카이>는 개인의 ‘도덕심’, ‘윤리’와 ‘합리’ 사이에서 의무적인 선택을 강요당할 때, 과연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를 질문하는 ‘정의란 무엇인가’류 영화다. <강철비>는이와 비슷한 구도를 가지지만 조금 다르다. <강철비>의 선택은 얼핏 ‘윤리’와 ‘합리’ 사이의 딜레마를 다루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 관람객이나 가질 수 있을 법한 딜레마일 뿐이다. <강철비> 관람객의 대부분을 차지할 우리 모두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영화적 배경의 당사자들이다. 우리는 오랜 경험으로 각자 나름의 ‘비상사태’에 대한 대북관을 가지고 있다. 상대의 핵 공격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 선제 핵 공격을 시도해야 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최악의 순간(서울을 향해 핵이 발사되는)이 다가오기 직전까지도 대화를 시도해야 하느냐, 하는 딜레마는 지금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고착화된 ‘정치 관점, 사상에 따른 선택’을 조금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고조시킨 것일 뿐, ‘윤리’나 ‘합리’ 사이의 선택이 아니다. 그래서 영화 속 대통령 당선인(이경영)의 논리, ‘우리가 선제 핵을 (평양에) 날리고 북진 통일을 한다면 북이 우리를 동포로 생각하겠느냐?’는 반대파들이 봤을 때 얼토당토않아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논리도 아니다. 현역 대통령(김의성)의 논리 ‘분단 후 처음 찾아온 한 방 통일의 기회’ 역시 반대파들이 보기에는 먼저 평화를 포기한 전쟁광적인 입장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영화 속 상황에 대한 딜레마적 선택은 사실 거의 온전히 우리들의 고착화된 정치관에 비롯한 것이어서, 영화를 보며 크게 고민을 가지거나 발을 동동 구르는 등의 스릴과 두근거림은 크게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3.

 분단된 나라의 국민은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불행해진다, 는 말은 뜬금없다. 감독이 이 말을 꼭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하나, 이영화 흐름에 맞는 대사인가? 혹시나 그것이 감독이 생각한 영화의 주제라면 감독은 연출에 크게 실패한 것이다.


4.

 외부 조건, 영화 배경을 꾸미기 위해 연출진과 각본진이 상당한 공부를 했음은 분명하다. 대전 공중에서 핵을 터뜨려 전국의 전자 체계를 마비시키고 단숨에 남진해 주한미군을 포위, 그들의 생명을 담보로 거래하겠다는 북의 전략은 꽤 그럴듯하다. (물론 그럴 경우 의정부까지밖에 내려오지 못할 것이다). 본인의 실적을 위해 국정원에게조차 정보를 주지 않고 혼자 회담장을 찾아가는 안보 실장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 사회에서라면 있을법한 현실적이면서도 불행한 상상이다. 


5.

 중국의 ‘둘 다 정보 줄 테니 이기는 편 우리 편’의 입장 역시 인상적이다. 우리는 흔히 제2의 남북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북한을 도와 참전할 것이라 믿지만, 과연 중국이 실제 북한을 도와 우리나라(엄밀히 말하면 미국)와 전쟁을 할 것인가? 막상 일이 터지면 당장 북을 직접적으로 돕기보다 전쟁 이후 북한에 대한 통치 문제, 그리고 우리와 국경을 맞대는 일에 대한 문제를 거래하려 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6.

 일본을 직접적으로 공략하자 미국의 호전적 태도가 바뀌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하지만 만일 그렇게 되면 일본은 신나서 무장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서 쟤네 막아주세요 매달리는 게 아니라.


7.

 영화에서 또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현 대통령을 오마주한 것이 분명한 대통령 당선인(이경영) 캐릭터다. 그는 선한 평화주의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평화가 우선이다. 당장 북한이 선전포고를 하고 핵을 쏘기 직전이라는 첩보를 받아도, 선제 타격은 없다, 평화 통일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그의 입장은 현 대통령의 그것과 일치한다.

하지만 결정권이 없어 계엄 상황 하 현 대통령(김의성)의 결정에 직접적인 태클을 걸진 못한다. 영화 후반부에는 군부 타격에 동의하기도 한다. ‘당선인께선 모르시는 일로 하겠다’는 곽철우(곽도원)의 말에 ‘괜찮다’며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도 나온다. 결정권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모습만 주로 나오는 것으로 균형 잡으려 한 듯 보이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캐릭터다. 문제는 이 캐릭터의 원전 이현역 권력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차기 대통령으로 오르는 그의 치세를 기대하는 듯한 연출로 종료된다. 심지어 취임 연설 내용도 유사하다. 개인적으로 문화콘텐츠에 현역 권력은 비판의 대상으로만 올라가야지 찬양과 기대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고 믿는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권력이든, 실제 기가 막힐 정도로 일을 잘하든 못하든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캐릭터는 크게 아쉽다. 킹스맨처럼 북이고 남이고 권력자들 머리를 전부 다 터뜨리지는 못하더라도, 아예 다른 얼굴, 다른 분위기의 배우를 쓰거나, 최소한 마지막 취임 연설 내용이라도 따오지 않았어야 했다. 


8.

 내용 상으로도 아쉬운 점은 김정은을 치료해서 다시 올려 보내는 부분이다. 그 자체가 감정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문제가 아니다. 영화 논리의 문제다. 곽철우와 엄철우(정우성)는 ‘언젠가 다시 만나면’을말하고 헤어지지만, 설사 임철우가 산 채로 계획을 성공시켰다 해도 둘이 다시 만날 리는 없다. 김정은이 다시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미래엔 변화를 기대하다니 이 얼마나 순진하고도 비논리적인 결말인가? 여기에 약간 ‘감정’을후첨하자면, 이 순진하고 비논리적인 결말이 오히려 현실적이기도 해서 슬프다.


9.

 평화는 중요하지만 만일 통일 절호의 기회가 실제 눈 앞에 찾아온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지지할 것인가? 그때는 통일을 포기하고라도 평화 유지를 위해 김정은을 치료해 올려 보낼 것인가. 아슬아슬한 평화를 믿으며(김정은을 보내기 때문에 이 평화는 아슬아슬하다) 분단된 채 살아갈 것을 택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소간의(그리고 평양 시민의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라도 천재일우 기회가 오면 전쟁을 통해서라도 통일을 해야 할 것인가. 그 날이 오면 정말 이런 종류의 혼란과 분열이 이어질 것 같다. 뻔히 예측되는 상황인 만큼, 지금 영화를 보는 모두 가이미 그 답을 마음속에 정해놓고 극장에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같은 마음으로 극장을 나서겠지. 영화는 그 자체로 재미있고 전망 역시 꽤나 현실적이지만, 감독의 전작 <변호인>처럼 관객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지는 못하는 이유다.





★★★(3.0/5.0)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시사회 관람한 영화입니다





p.s)원작이 있는 영화다. 원작은 <스틸 레인>이라는 다음 웹툰. 작가는 영화의 감독인 양우석이다.


p.s2)정우성의 연기는 갈 수록 늘고 있다. 이번 영화가 흥행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연기상 하나 정도는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대사 전달력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는 북한말 자체에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는 듯 하다. 김갑수처럼 베테랑을 포함해 북한군 역을 맡은 대부분 배우들의 대사 전달이 썩 명확하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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