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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May 28. 2018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 거룩한 희생? 그딴 건..

신작(?) 영화 리뷰


ㄹㅇ로 꽤 늦은 리뷰다. 사실 본 지는 2주 정도 지났고, 영화 보고 나서 바로 타자를 쳤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이제야 올림. 지금와서 뭐 관심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그래도 글을 안 남기기는 아쉬운 영화라 일기라고 생각하고 남기기로 했다.

시이작.


1.
 이제 마블은 그 이름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명품 영화 브랜드가 된 듯한 느낌이다. 단순 장르 무비로서의 ‘재미‘만을 떠나서, 작품성 자체만 놓고 봐도 마블은 점점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마블은 실수가 없다. 새로 시작되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중상급 이상의 완성도를 보장한다. 그러면서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한다. 가벼움도 잘 다루고 진지함도 잘 다루는 것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나 <스파이더맨 홈 커밍>은 가벼움의 극치다. 반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 이전 가장 최근작인 <블랙 팬서>는 더 없이 진지한 주제를 시종일관 무겁게 풀어나가는 영화다. 초기 실수가 있었던 탈선한 작품의 후속작을 만들 때는 아예 방향을 틀어서라도 억지로 성공 레일에 가져다 올린다. 대표적으로 <토르> 시리즈가 있다. ‘토르‘는 마블이 아주 애정하면서 동시에 스토리 상으로도 아주 중요한 캐릭터다. 캐릭터 자체의 인기도 높다. 하지만 그의 단독 영화는 2편 연속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르>는 원래 마블에서 ‘진지함’을 담당시키려 했던 시리즈였으나 관객들은 <토르>에서 무거움을 느끼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에 마블은 벌써 2편까지 진행된 시리즈의 분위기를 과감하게 틀어버리는 도박을 했다. 3편인 <토르 라그나로크>는 이전 2편의 토르 시리즈와 다르게 진지하거나 무겁지 않다. 오히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병맛’에 가깝다. 그리고 모두들 알다시피 마블의 도박은 성공했다. <토르>는 획기적인 컨셉 전환을 통해 마침내 삼수만에 관객들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했다.  

2.
 연이은 성공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마블은 더욱 과감하게 자신들이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그대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 <토르 라그나로크>의 뒤를 이어 나온 <블랙 팬서>는 정반대로 극도의 진지함으로 무장을 한 영화였다. 무거운 주제(특히나 북미에서는 더욱)를 다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토르>의 기믹 전환으로 인한 마블 전체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함이기도 했다. <블랙 팬서>는 10억 불이 넘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뒀으나, 실제 내용 자체는 단순한 상업 영화의 그것이 아니었다. 인종 문제(정확히는 흑인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블랙 팬서>는 대형 자본이 투입된 히어로 무비가 감히 예술 영화의 영역까지 침범하려 들었던 획기적 시도였다. 이 마블의 ‘건방진 도전’은 또다시 성공했다. <블랙 팬서>는 대중은 물론, 상업 장르 영화에 유독 까칠한 평단에서까지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히어로 무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3.
 ‘근거있는 자신감’에서 비롯한 과감한 시도는 <인피니티 워>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마블은 10년간 이어온 거대 세계관의 (1기)최종장에 이르러 그간 시리즈들에서 지켜온 각종 클리셰들을 모조리 박살낸다. 대표적으로 비록 part1, 2편으로 나눠져 있다고는 하지만, 히어로들이 패하고 빌런이 목적을 이룬 채 끝나는 결말은 매우 파격적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충격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영화는 기술적으로도 매우 탄탄하다. 캐릭터 홍수지만 산만하지는 않다. 타노스가 중심을 확실히 잡고 가기 때문이다. 저마다 개성을 띄지만 결국 항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행성처럼, 수많은 스타 히어로들이 각자 개성을 뽐내는 와중에도 영화 내내 타노스라는 무거운 구심점이 흐려지는 일은 없다. 덕분에 영화는 타노스가 싣고 나르는 진중한 주제를 지나치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포장으로 끝까지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스타 인해전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확실히 잡았다. 감독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아도 정도다.

음......?


4.
 <인피니티 워>는 그 분위기나 시리즈 전체에서 차지하는 무게감 만큼이나 아주 무겁고 진중한 주제를 다룬다. 간단히 요약하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란 개념은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정도가 되겠다. 영화는 진행되는 내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반복해 보여 준다. 모든 캐릭터들이 이 공식을 따른다. 첫 장면부터 그렇다. 헤임달은 자신을 희생해 헐크를 살려 보낸다. 로키는 토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 비록 실패했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 로드는 고모라를 희생시키려 시도한다. 올리비에라는 비전을 희생시켜 마일드 스톤을 타노스에게 넘기지 않으려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도 스스로를 희생한다. 히어로들만 소중한 것을 희생하는 것도 아니다. ‘빌런‘ 타노스 역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수양 딸 고모라를 희생시켜 소울 스톤을 얻는다. 그 밖에도 자신의 모든 ‘자식들’을 잃으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실행시킨다. 이 모든 ‘희생’ 싸움의 승자는 결국 타노스였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가치관 자체가 타노스 사상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타노스 방식을 따라 타노스를 막으려 했으니 애초부터 히어로들이 이길 리 만무한 싸움이었던 것이다.

근데 이 아저씨 세도 너무 센데 어떻게 잡냐


5.
 때문에 아마도 2편에서는 ‘생명을 생명으로 갚는’ 타노스의 방식을 전면 부정하며 대치하는 구도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는 캡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사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타노스의 방식이 틀렸음을 증명하며 모두 멀쩡한 히어로 팀의 승리로 마무리될 거 같다(2편에서도 타노스가 이기진 않을 거다;;). 물론 캡틴이나 아이언맨 희생으로 타노스를 물리칠 수도 있다. 캡틴과 토니 스타크 등 1기 히어로들은 <인피니티 워>를 마지막으로 퇴장하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만일 둘을 희생시켜 타노스를 막아낸다면, 그건 결국 타노스가 정신적으로 승리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봐라, 결국 너네도 작은 걸 희생시켜 대의를 구하지 않느냐!” 하는 타노스의 일침으로 영화가 마무리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빌런을 무찌르되 무찌른 게 아닌 찝찝한 결말이 되는 셈인데, 뭐 그것도 나름대로 파격적이긴 하겠다.  

6.
 어쨌거나 그런 저런 이유들로 <인피니티 워>는 아주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Part2만 제대로만 뽑혀 준다면 둘을 묶어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견주어도 손색 없을 듯 하다. 영화의 완성도도 높고, 영화가 던져주는 철학적인 고민과 질문 역시 좋았다. 2편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 2010년대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마블 히어로 무비의 1기 피날레는 과연 얼마나 화려한 것일까? 감독은 part1에서 히어로와 관객들에게 던진 질문에 어떤 답을 꺼내 놓을까? 타노스의 방식을 깔끔하게 부정해내는 승리가 정말 가능할까?2019년이 벌써부터 몹시 기다려진다.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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