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림은 곧 의미 없는 말을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지껄이는 일의 연속이다. ‘내’가 살아있음은 오직 말과 대화를 통해 상대에게 ‘너’라는 주체가 될 때 증명된다. 고도를 기다림은 그저 기다리는 것이며, 고도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다림은 삶 그 자체이며, 기다리는 과정에서의 의미없는 대화와 곧바로 잊혀질 스쳐 지나는 만남은 삶의 증명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 명제에 대한 부정이다. 나는 (누군가에게)말한다, 그러기에 나는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조리한 현실 속 ‘나’란 존재가 실존함을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제대로 전달 되지도 않는 뭔지 모를 말들을 끝임없이 상대를 향해 지껄인다.
아무도 오지도, 가지도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정말 끔찍해
-에스트라공
산모는 무덤에 앉아 출산을 하고, 빛은 잠시동안 비추고, 곧 다시 밤이 오지
-포조
우리는 인간이요
-블라디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