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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Mar 29. 2018

김정은은 식견있는 지도자다

종북 아님 애국보수 아님


1.
 요새 김정은 행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새끼 진짜 국가 전략 귀재가 아닌가 하는 의심아닌 의심이 강하게 든다. 옛날에는 저 뚱땡이가 하는 짓 보면서 ‘세상 물정 모르는 병신 돼지새낔ㅋㅋㅋㅋ‘ 하고 쳐비웃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라 사실 내가 조또 모르는 병신 돼지 새끼였던 거 같음ㅇㅇ
 
2.
 일단 과거 내가 간과 했던 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나는 김정은이 여타 북한 우물안 돼지들과는 달리 어릴 때부터 외국물 먹고 자란, 씨만 토종이지 사실상 수입산 돼지였다는 유명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잊었다기보다 그 시절을 잘못 읽은거지. 심심하면 곡사포로 사람 쏴 죽이고 미사일 쏘고 하니까 어릴 때 유학하면서 배운 거 없이 분노만 쌓았구나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던 거임ㅋ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생활을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음에 틀림없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아마 ‘북한의 현실’이었을 거다. 즈그 나라에서 진짜 우리 아빠 축지법 쓰신다 이 지랄 하고 살다가 유럽가서 보니 사실 북한은 나라 취급도 못받는 수준의 안습한 나라였단 걸 뼈저리게 느끼고 충격을 아주 오지고 지리게 받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 눈물 젖은 타향살이를 통해 김정은은 진즉부터 ‘아 씨발 답은 핵밖에 없구나‘라는 걸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음. 핵이라도 그럴 듯 하게 하나 뽑아줘야 진짜 얘네들이 쫄아서라도 대등하게 바라봐 줄 것이라는 믿음, 지극히 당연한 현실 인식. 그런데도 병신같은 우리나라 ‘북한학 전문가’라는 양반들은 옛날 김정은이 후계자로 올라오는 걸 보면서 ‘외국물 먹어서 개혁 개방 성격일 것임ㅋㅋ 개꿀ㅋㅋ‘ 이딴 소리나 쳐 떠들어대고 있었으니, 지금쯤 이 양반들이 빵빵 걷어 찬 이불들만 일렬로 나열해 모아도 아마 대포동 2호 사거리 정도는 될 터이다.
 
3.
 어쨌거나 김정은은 집권 이후 주위 누구보다 현실적인 자기 판단에 따라 길고 고단한 비현실적 핵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그 과정에서 ‘헐 만드는 척만 해야지 진짜 만들면 안됨‘ 하고 떠드는 세상 물정 조또 모르는 우물안 타협파 늙은 돼지들 다 잡아 죽였는데, 이게 밖에서 보면 정상적인 판단력이 결여된 정신나간 개또라이 살인마로 보이게 됐던 것이다. 그렇게 몇 년간 안으로는 ‘헐 안돼’파 다 잡아 죽이고, 밖으로는 고립되면서 앞뒤 안보고 일단 핵부터 만들자고 다 던지고 덤벼 들었고, 결국 실제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막상 완성하고 나니깐 봐라. 그냥 아주 대접이 달라짐. 미국은 진짜 쟤넬 우려하기 시작했고 러시아랑 중국은 겉으론 근엄한 척 님 그러지 말아여 하지만 속으로는 어머어머 쟤좀 봐 하고 말 그대로 펑하고 터질 듯한 매력에 호롤로 넘어가고 있다. 특히나 중국 이 새끼들이 가관인데, 김정은이 핵 만드는 과정에서 무려 중국 시황제 말씀까지 매몰차게 씹어버리는 수준을 넘어 아예 조까라 오랑캐 돼지 새끼야 하고 일갈을 날리는 등 중국 쪽을 얼마나 많이 팔았나? 시진핑이 아주 그냥 부들부들 경련을 한 두 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지금 김정은이가 ‘내 그리로 행차할 터이니 준비해두거라‘ 한 마디 하니 씨! 따거! 하고 그 시황제라는 시진핑이 버선발로 달려와서 싱글벙글 받들어 모심. 결국 김정은은 국제 정세와 역학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강력한 제재에 일시 동참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절대 북한을 버리지 못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음. 당연하지 않냐고? 이게 밖에서 말하긴 쉬워도 당사자 입장에서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완전 Do or Die 잖아? 그야말로 김정은의 리더로서 결단력과 자신감이 ㄹㅇ 아주 오져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4.
 그러나 물론 최근 김정은의 행보는 적극적이라곤 해도 좀 지나치게 적극적이다. 일단은 아마 김정은이 처음 핵무장 플랜 달리기로 결심했을 때 각오했던 수준보다 국제 제재 강도가 조금 더 아프기 때문인 것으로 보임. 왜냐면 일단 중국이 좀 세게 동참을 해버렸잖아. 안으로는 사람 죽이고 밖으로는 봉쇄돼가면서 어떻게든 핵을 만들어는 놨는데 이게 이젠 핵 말고 남은 게 없는 거야. 참고로 나는 군대에서 북한 지역 방공망 레이더 감시하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쟤네들이 얼마나 거지인지 잘 아는데, ㄹㅇ 거지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혹여나 이거 사실 트루먼쇼고 실제는 북한 존나 잘 사는 거 아니냐? 평양 동영상 봐도 빌딩 많던데 하는 병신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 쟤넨 하루 비행기 많아야 3~4대(민항기 포함) 띄우는게 최선일 정도로 기름이 부족한 거지 나라다. 어쨌거나 그런 나라가 핵 달리면서 주머니가 더 조여졌으니 오죽할까? 요새 재입북 재탈북이 훨씬 자주, 수월하게 일어나는 걸 보면서 몇몇 똑똑한 아저씨 아줌마들은 북한 공산당이 이미 평양 밖으로는 통제력을 많이 잃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는 말들을 하던데 꽤나 그럴 듯 하게 들린다. 물론 이 정도는 중간 단계에서 예상 범위 내일거고 원래 핵 완성 하고 나면 중국에 고위 사절단 보내서 앙망하면 풀어주겠징 하는 생각이었겠지만, 여기서 존나 큰 변수가 생긴 게 트럼프다.  



5.
 트럼프 때문에 생긴 1번 변수는 한미 관계다. 사실 김정은은 작년 박근혜가 탄핵되는 걸 보면서 가장 기뻤을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나 애국보수 아님. 오해 ㄴㄴ). 보수 아이콘이 그런 식으로 끌려 내려가고 나면 다음 정권은 아무래도 북한에 유화적인 이들이 들어올 테니까.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압도적 지지로 운전대를 잡았다. 김정은 입장에선 우리 정부를 이용해서 서로간에 풀건 풀고 미국이 너무 지랄하면 방파제로 써먹고 꿩 먹고 알 먹고 개꿀인 상황이 됐는데 문제는 트럼프가 달라도 너무 다른 스타일의 미국 대장이었다는 것임. 트럼프 정부랑 문재인 정부랑 죽이 안 맞는건 우리 옆집 113호 독일 댕댕이가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사실 미국 정부와 우리 정부 간에 대북 정책 관련 의견이 맞지 않는 건 전에도 자주 있던 일이긴 하다. 다만 지금까진 그래도 우리가 당사자니까, 최대한 우리 의견 들어주고 뒤에서 씹새끼들아! 할 지라도 대놓고 다른 짓 꾸미거나 하진 않았음. 근데 트럼프 얘는 안 맞다 싶으니까 그냥 패싱을 해버리는 거야;; 아니 시발 우리가 당사잔데 트럼프 새끼는 근데 쟤네 핵 우리한테 쏜다자나 그니까 우리도 당사자임 하면서 우리한텐 우쭈쭈 고개만 끄덕끄덕 해주고 중요한 정보도 안 주고 일본이랑 쑥덕쑥덕 이 지랄을 했던 것이다!   
 
6.
 상황이 이렇게 되니 여기서 김정은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아주 무척 언빌리버블한 승부수를 던진다. 바로 북미정상회담이다. 수 년간 김정은은 여러 번 파격을 보여왔지만 북미정상회담 제안은 정말 두 눈으로 뉴스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을 정도로 존나 컸던 파격 행보였다. 근데 트럼프도 존나 웃긴게 이걸 현장에서 오케이함ㅋㅋ 돌아이새낔ㅋ 더 웃긴 건 도람뿌가 정상회담 ㅇㅋ 때리고 날짜까지 잡아 놓고는 오히려 대북 제재 강도는 더 세게 높이고 있단 것이다. 물론 이건 김정은 입장에서는 별로 안 웃긴 예상치 못한 대목이다. 이러니 지금까지 수십 년 이어온 북미 대화 구도에서의 의심 관계가 뒤바뀌어 버림. 이젠 북한이 오히려 ‘쟤네 진짜 대화 나올까…’ 하고 의심하고 걱정하는 시절이 와버린거야. 세상사 요지경 돌고 도는거지. 거기다 트럼프는 오히려 난데없이 안보 최전선 수장에다가 미친 전쟁광 돌아이를 앉혀버리며 북한이 정신 못 차리게 만들고 있다. 난 이게 진짜 뚜까 패려는 의도라기보단 미치광이 전략의 극치라고 보는데, 뭐가 됐든 북한이 진짜 쫄기 시작한 건 분명한 듯.
 
7.
 어쩌다보니 글이 식견있는 지도자 김정은이 아니라 위대한 령도자 트럼프가 되어가는 것 같지만 아랑곳않고 무소의 뿔처럼 꿋꿋이 계속 이어나가겠다. 그래도 김정은은 정상회담 제시를 통해 북-미 다이렉트 구도를 형성했고 따라서 일본을 병신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병신된 일본 아베는 안 그래도 집안 사정으로도 흔들흔들 하는데 외부까지 이 지경이니 진짜 조만간 교체될 지도 모르겠음. 쟤네 원래 총리 교체 취미로 하는 민족이잖음. 자민당 안에서 돌고 도는 거지만.  
 
8.
 미국의 대화 진정성에 대한 의심, 에이 설마 진짜 때릴까? 싶은 우려가 강해지니 이번에 김정은이 던진 또 하나의 파격 카드가 바로 직접 방중이었다. 이건 아마 원래 플랜엔 없었던 것일 게다. 원래는 중국엔 고위 사절단 정도 보내서 관계 회복을 위한 정성을 보여주고(원래 같은 편이란 믿음이 있으니까), 사상 첫 정상 외교로 미국 대통령을 만남으로서 파격 이벤트의 끝을 장식하려 했었을 텐데, 트럼프가 제재를 계속 밀어붙이니까 그냥 중국으로 바로 달린 듯 싶다. 이번에 김정은이 중국에서 읊었던 ‘내 첫 외교 방문지는 당연히 중국이어야 했음‘이란 말은 이런 여러가지 상황과 기존의 생각은 어땠는지 등등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말이다. 어쨌거나 이리 파격적으로 직접 방문을 했으니 중국에 보험은 확실히 들었다. 내가 직접 이렇게 왔는데도 제재 안 풀어줄거야? 우리 편 안 들어줄거야? 뿌잉뿌잉 하는데 시진핑이 어찌 껄껄 웃지 않을 수 있겠어. 요런게 참 별 거 아닌 거처럼 보이지만 대단하고 대담한 결정들이다. 선대 김정일이었으면 이런거 시도도 못했다. 아니, 시도가 뭐야. 상상도 못해봤을 거다. 김정은이라서 이렇게 과감하고 영리한 행보를 거침없이 질러대는 것임.  




9.
 김정은의 이런 과감한 행보 결말이 어떻게 날 지 나는 모른다. 솔직히 얘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뭘 또 질러 댈지 감도 안 잡힌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새낀 절대 사이코 멍청이가 아닌 아주 영리한 놈이란 거다. 이미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김정은의 오랜 핵 플랜은 성공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솔직히 김정은이 최종적으로 실패 통보를 받을 선택지는 트럼프 행님의 깜짝 폭격 뿐임ㅋ 폭격 당하지 않는 이상에야 뭐 어떤 쪽으로 결말이 나든 그건 김정은의 해피 엔딩일 것이다. 경제가 무너졌다곤 하지만 집권 초기 한 번 살려 본 경험이 있으니 제재만 풀리면 어느 정도 회복은 시킬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있을테고, 평양 밖 장악력 역시 약해졌다곤 하나 이 정도만 유지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볼 거다. 수 년간 욕 쳐먹으며 핵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기존의(혹은 보다 조금 나아질) 경제력에다 전에 없었던 핵무력(혹은 완전한 체제 보장)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니 이거 완전 식견있는 지도자 아니냐?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그냥 문득 든 생각이다.
  



P.S)난 첨에 ‘김정일은 식견 있는 지도자’라는 말 박근혜가 한 줄 알고 패러디 했는데 알고 보니 김대중이 한 말이었네? 좀 재미가 없어졌다. 박근혜가 했던 말은 ‘김정일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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