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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Feb 02. 2017

태엽 감는 새

무라카미 하루키 Best


‘태엽 감는 새’라고 들어본 사람? 


다들 잘 모르겠지만, 사실 태엽 감는 새는 이 세상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아주 흔한 새다. 


그 울음소리가 마치 태엽을 감는 소리와 같다 하여 태엽 감는 새로 이름 붙여진 이 새는 자연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 퍼져 살아가고 있다. 


여기까지 읽고 "아니, 내가 어디 가면 윤무부 소리 듣는 사람인데 태엽 감는 새는 듣도 보도 못했어! 그딴 새가 있었단 말이야?"라고 소리치며 거세게 키보드를 내리치고 있을 자존심에 생채기 입은 분들을 위해 이실직고하자면, 


사실 이 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태엽 감는 새>에서 다루어지는 가상의 새다. 





‘등장하는’이 아니라 ‘다루어지는’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소설 속에서 태엽 감는 새는 그 울음소리만 들릴 뿐 한 번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새는 한 번도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근처 어딘가에서 열심히 울어대며 세상의 태엽을 돌린다. 


그렇다. 태엽 감는 새는 바로 우리 모두를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자체만으로 세상이 움직이게끔 태엽을 감고 있다는 거지. 아주 평범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실상은 묵묵히 세상의 동력을 생성하는 히어로. 그게 우리라는 거다.


왜 하필 태엽인가 하는 문제는 작가가 소설을 쓴 시대에 질문하시길. 이 소설은 1994년에 지어졌다. 요새로 치면 뭐랄까, 배터리 충전하는 새? 보조 배터리 새라고 해야 하려나? 


아니, 그래도 역시 태엽 감는 새가 제일 입에 착착 감긴다. 끼릭끼릭하는 소리가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믿음과 만족을 느끼게 해주잖아? 조용히 혼자서 충전되는 배터리의 매정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따스함이지. 이래서 복고, 복고 하는가 보다. 



태엽 감는 새, 한지에 먹과 채색, 구본아, 2013



어쨌거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


하루키의 다른 책들을 읽고 조금씩 관심이 생긴다, 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총 4권이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권 마다 그리 두껍지는 않다. 


다만 이제껏 하루키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슬슬 하루키에게 관심을 가져볼까? 하시는 분들은 하루키의 다른 소설로 맛을 살짝 보신 뒤 잡수시길. 조금 재미가 없을 수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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