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영세업자들

by I요

이 빛 지음


충무로 대한극장 인근에 필동주유소가 있다. 그 옆에 동국대학교 부설 기관이 있다. 기관과 주유소와 같은 라인으로 맞은편에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골목길이 있다. 개풍상회와 주류 상점 사이에 있는 골목. 5차로의 대로에서 골목길까진 매우 가깝다. 골목길에는 당연히 음식점이 대부분일 줄 알았는데 이런 나 빛의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고 인쇄,제본을 하는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골목은 이런 영세업체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던 것이다. 골목으로 들어가니까 놀랍게도 준공 20년 정도 된 빌딩도 있었는데 8,9,10층에 게스트하우스와 호스텔 명판이 붙어있었다. ROAD HOUSE,Cheese Hotel,ROAD MyeongDong Guest House. 준공년도는 빌딩 입구의 아래쪽에 보이길래 알게 되었다. 설마 이런 곳에 관광객을 위한 숙소가 있을 줄이야.. 밤늦은 시간에 귀가하긴 좀 무섭겠단 생각이 들어서 추천하진 못하겠다. 영세업체들 사이사이에 술집이 있는 건 아니었기에 이곳이 유흥골목이 아닌 건 확실해 보였지만 영세업체들이 퇴근한 후엔 어두컴컴할 곳이란 생각을 했다. 골목의 길이는 100m가 채 안 되었나100m쯤 되었나 그럴 것이다. 골목을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인쇄,출력,제본등의 업체들이 나온다. ㈜마크를 단 업체도 있었다. 이 마크를 달았단 것은 소기업이란 말인데..시중에 유통되는 규격봉투와 각종 명함,각종 봉투, 그리고 문방구에서 판매되는 각종 문구 스티커들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걸지도 모른다. 정말 영세한 업체들인데 지나가면서 내부를 슬쩍 슬쩍 보니까 기계들 돌아가는 소리가 마구마구 들린다. 직원들은 서서 작업하는 상황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판치는 현실이지만 여기에선 바이러스의 위력을 표면적으론 느낄 수 없었다. 불황에 직격탄을 맞는 곳의 예외인가보다. ㈜페이퍼익스프레스. 이지그래픽. ㈜월드프린팅샵. 업체 이름이 알바 채용 사이트에서 한번쯤은 눈도장을 찍은 거 같아 눈에 익는다. 대로변에서 아주 가깝지만 꼬마빌딩보다 더 작은 빌딩 뒤에 있어서 찾기 어려운 빌딩이 있었다. 한국사이버진흥원, 한국보건의료정책연구소,ㄷ문화인쇄,O주점이 입점돼 있는 걸로 되어있는데.. 빌딩 입구를 찾는 게 쉽지 않은 이 작은 빌딩에 진흥원이나 연구소가 있는 것을 누가 상상일고 하겠는가. 공공기관 부설 기관들인지 개인 사무실인지는 모르겠으나. 건물로 들어가는 약 8미터 남짓한 골목길은 한 사람이 겨우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서 퇴근 시간 이후에는 뭔 일이 있어나도 모를 거 같지 싶다.

이 골목과 영세업자들의 생존공간도 언젠가는 재개발터가 될 거 같아. 2층짜리 건물들이 대로 양 옆으로 2~3km씩 서 있는 게 땅 덩어리(공간)의 낭비로 보였다. 그 구역이 지저분해보였다. 그 사람들이 이 말 들으면 몽둥이 들고 나 빛한테 올까? 생각은 자유다. 재개발되면 사무실은 이사하겠지만 땅값이 어마어마한 곳이니 개발 보상금은 챙길 수 있는 곳일 거 같은데.. 조그마한 서울 충무로인 데 꼬마빌딩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건물들은 큰 빌딩에 다 입주하는 게 미관상 더 좋아보일 듯 하더라..

영세업체들의 세상이라 음식값이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쎄 일만 원 식당 동네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할 수 있지만. 동경규동 앞을 지나가면서 메뉴판을 보니 아끼규동 6,900원, 김치 가츠동이 7,900원. 외국인의 출입이 잦은 곳임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겠더라.. 영문 메뉴판을 가게 입구에 달아놓았다. Gyud

on 5,300, Katsudon은 6,900원. 지금 나열한 음식들은 일상적으로 먹을 만한 건 아니니까 평소 한식 위주로만 먹는 사람들이라면 별식으로 먹기엔 괜찮을 수 있다.

업소, 업체의 이름을 그냥 밝힌 게 있는데 악의로 적은 게 아니라서 문제될 건 없는 듯하다. 갔다가 본 것 그대로 적는 거 뿐이라서.. 이 책 한 권에 이름이 실린다하여 홍보의 힘을 보게 되는 게 아니니 단골손님들이 피해를 볼 리가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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