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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요 Mar 01. 2021

부동산1

이 빛 지음



사회 초년생을 보이는 아들,딸을 둔, 장년층의 여사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투룸 월세방을 구하시는 거였다. 마침 저렴하게 온 방이 있고 보여드릴만한 방이 몇 개 있었다. 현재 살고 계시는 집의 만료가 아직 2개월 정도 남았지만, 마음이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시는 거였다. 봄이라서 도보로 걸어 다니기 딱이었다. 보여드리기 위한 방은 방문하기 전에 임대인들한테 전화를 걸어서 확인했어야 하는데 깜빡하고 현장으로 바로 갔다. 길 건너가서 보여드린 어떤 방은 이미 나갔다. 길 건너지 않고 갈 수 있는 방이 있었다. 전철역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장부에 비밀번호를 적어두었기에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너무나도 깜짝 놀라서 ‘세상에 이런 일이’를 생각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옆에 있던 손님과 자제분들이 왜 그러냐고 묻는데 , “그냥 직접 보세요” 하면서 들어갔다. 세상에 그렇게 더럽게 어지러놓고 사는 집은 처음 봤다. 이 프로에서 가끔 다루는 집을 보면 집주인이 밖에서 사용 불가능한 물건들과 쓰레기들을 집으로 가져와서 쌓아두어.. 그 냄새가 인근 가정에까지 번져서 악취로 고생하니 주민센터에도 민원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소개해 드린 집은 마당에 별도로 있는 게 아니었지만 현관문을 연 순간 침대가 있는 방을 빼곤 다리를 디딜 틈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는 맨발로 들어갈 만한 환경도 아니었고 양말을 신은 채로 들어가기엔 양말이 너무나도 깨끗할 정도였다. 하루종일 밖에서 왔다갔다하면 양말도 더러워지지만,이 더러움의 정도조차도 그 집의 상태에 비한다면 너무나도 깨끗한 측에 속한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그냥 부엌과 거실 바닥에 어떤 규칙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놀랍게도 임차인은 직업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직장 소재지를 따라 이번에 이사를 하는 거였는데. 새 집으로 이사를 가서 또 어질러지면 다시 새 집으로 이사를 가는 형식으로 사는 것도 같았다. 어질러진 정도로 봐선 평소에 시간이 있어도 청소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무료 청소 봉사’를 지원받아야 할 정도였다. 투룸이지만 임대인이 임대사업자등록을 한 사람이라서 월세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상태라 월세가 저렴하게 나왔다. 예비 세입자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도망갈만했네. 도망갈 만했어” 그러셨다. 기존의 세입자가 듬직하고 안정된 수입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세입자분의 신분은 여기에선 생략함. 화장실과 싱크대의 물이 잘 나오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이것도 하지 못했다. 여사님은 월세가 저렴하니까 수도가 문제가 있더라도 고쳐서 사용하면 된다고 하셨다. Cool한 분이신 듯. 그 프로그램에 제보하면 재밌을만한 전前 세입자였다. 

계약 날짜와 시간을 잡았다.

토요일 저녁에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확인했고 미리 발급 받아뒀다. 계약서 내용도 미리 타이핑이 가능한 건 해 놓았다.*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임대인 계좌로 계약금을 이체하는 작업까지 하고 잔금날은 2개월 후였다.      

*거래 금액이 적은 것이니 가능했던 것. 억 대로 넘어가는 거래는 절대로 이렇게 하면 안됨. 반드시 양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모든 서류를 발급받아서 임차인이 그 자리에서 서류를 확인해야 함. 법률적인 것은 원칙대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

예비세입자분이 이사 오는 날의 상황도 인상적이었다. 중개수수료 부분을 사무실 대표님이 직접 임대인과 임차인한테 말씀하신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어서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 대표님께 여쭈었다. “왜 임대인은 중개수수료를 다른 공식으로 계산하나요? 중개사법 어디에서 양타의 수수료를 계산할 때 다른 공식을 적용하는 경우는 없던데, 몰라서 그래요. 설명을 좀 해 주세요. 대표님?” 그러자 대표님은 “아 그거요? 그거 임대인이 아주 이상한 거예요. 원래 그렇게 하면 안 되어요. 양쪽 동일한 금액으로 계산하는 게 맞아요. 근데 임대인이 어떻게든 깎으려고 수 쓰는 거예요. 임대인이 저렇게 억지를 부리면 사실 방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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